<공부의 신>, 정말 '불편한' 드라마인가?

외워도 계속 잊어버리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선생님, <공부의 신>

등록 2010.01.27 14:36수정 2010.01.2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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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께 묻는다. 학창시절에 분명히 어떤 규칙이나 공식, 사실들을 외웠음에도 불구하고 외운 것이 생각나지 않아 정작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해 시험에 실패해 다시 시험을 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인 지금까지 이런 경험을 수도 없이 되풀이해왔다. 그러니 아무리 공부를 해도 기자가 목표한 것보다 1% 부족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2009년 겨울, 자기관리분야의 세계적 저명인사인 데일 카네기(Breckenridge Carnegie, 1888~1955)가 창설한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본 나의 패인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지식을 수용할 뿐 이것을 연습할 기회가 부족하여 '내 것'으로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학습 태도가 되어 있어 지식을 습득하긴 했는데, 지식을 계속 스펀지처럼 흡수만 했지 연습할 기회가 없어 정말 '내 것'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배우는가?

 

독자 여러분은 왜 배움을 갖는가? 왜 공부하고 왜 '무엇'인가를 외우는가? 먼저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다. 누군가 독자 여러분에게 공부하라고 시키기 때문에 공부하는가? 맞다. 틀린 답이 아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당신은 주변에서 밀려드는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살아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 배우는가? 맞다. 우린 먹고 살기 위해 배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 하지 않으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배움이 필요하기 때문인가? 맞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기술을 배움 없이, 자고 일어났다고 해서 터득할 수 있진 않다.

 

현재보다 더 고차원 지식 활동을 하기 위함인가? 맞다. 고차원 지식 활동을 하려면 하위 개념을 배워야 조금 더 쉽게 활동 할 수 있다. 자신의 삶엔 배움이 없다? 그건 거짓이다. 하루 종일 먹고 TV를 보고 자는 것을 반복한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 이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는가? 불손한 의도로 말하지 않는 이상 모두 다 맞다고 하겠다. 독자 여러분이 배움을 추구하는 것엔 모두 이유가 있다.

 

나는 배우는 이유를 '학습 경험'을 쌓아 어떤 환경에 있든지 어떤 행위나 활동 등을 수행(performance)할 수 있는 스킬, 규칙, 개념, 그리고 태도를 체계적으로 습득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원문엔 이러한 행위가 '훈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학습 경험'은 우리 생애에 중요한 자극의 원천이 되고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Irwin L. Goldstein, J. Kevin Ford, Training in organizations -- 4th ed; 이순묵, 산업훈련 제4판, 시그마프레스, 2005: p.3) 자극 없는 삶은 무력할 수밖에 없는데, 이 무력감을 학습 경험이 막아주고 삶을 역동적으로 살게 해 주는 것이다.

 

왜 연습해야 하는가?

 

a   데일 카네기 훈련에서 모든 사람들이 의자를 빠져나와 배운 것을 연습하고 있다

 데일 카네기 훈련에서 모든 사람들이 의자를 빠져나와 배운 것을 연습하고 있다 ⓒ 안치성

 데일 카네기 훈련에서 모든 사람들이 의자를 빠져나와 배운 것을 연습하고 있다 ⓒ 안치성

 

데일 카네기가 집필한 책과 만든 훈련에는 기본적으로 '효과적인 자기 계발 사이클'이란 이론이 있다. 자기 계발 사이클 이론은 지식을 얻을 태도가 되어 있어 지식(규칙, 개념 등)을 습득하면 연습해야만 자신이 가진 스킬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데일 카네기 훈련에선 새로운 지식을 배우면 단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이 지식을 '연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데일 카네기 훈련에서 '연습'은 자신이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연습을 통해 빨리 익혀 자신이 가진 '안전지대'를 '도전지대'로 넓히는 활동이고, 그러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렇게 내향적인 사람이 단기간에 연습을 통해 자신의 '안전지대'를 넓혀 어떤 환경에 있든지 어떤 행위나 활동 등을 수행(performance)할 수 있도록 돕고, 이 사람들은 단지 '연습' 하나 때문에 자신이 목표한 넓이만큼 자신의 안전지대를 넓힌다.

 

위에서도 배우는 이유를 이야기했지만, 학습이란 단지 '지식'만 쌓는 것이 아니다. 어떤 환경에 있든지 어떤 행위나 활동 등을 수행(performance)할 수 있는 스킬, 규칙, 개념, 그리고 태도를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학습이다. 그러나 기존에 우리 머리속에 있었던 학습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단지 수업 받을 태도를 갖추고 '듣고'는 그것으로 모든 것이 종결되는 모습 아니었는가? 우리는 이제 학습을 떠나 '훈련'해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며 우린 히딩크 감독을 국가대표로 초빙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전 감독과 달랐던 점은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대했고, 똑같이 연습시켰다. 대한민국이 세계 무대에서 고전했던건 축구 지식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지 않았음을 안 것이다. 그래서 연습시키며 부족한 부분을 '훈련'시켰다.

 

'훈련'을 통해 어떤 환경에 있든지 어떤 행위나 활동 등을 수행(performance)할 수 있는 스킬, 규칙, 개념, 그리고 태도를 습득하게 한 뒤에 대한민국은 4강이란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이 연습 과정에서 능동적으로 연습하고 교수자인 히딩크 감독에게 '왜?'를 물어봤다면 그 과정에서 각자가 느낀 바들이 있었을 것이라.

 

<공부의 신>이 언제 학원 가라고 말했습니까?

 

<공부의 신>에 나오는 인물, 특히 학생으로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미 '지식'은 들어서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배운 것을 연습 하지 않는다'였다.

 

왜 차기범 선생이 천하대에 가기로 자원한 학생들에게 '계산 기계'가 되길 강조했을까?

왜 앤써니 양 선생은 눈꼴 사나운 복장을 하고 학생들에게 노래를 부르며 춤추게 했을까?

왜 강석호 변호사는 지식만 전달하는 한수정 선생을 나무랐을까?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배운 지식을 '연습'해야 자기 것, 자기 스킬로 정착되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 점들은 <공부의 신> 극중에 나오는 여러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자 여러분, 더 이상 <공부의 신>을 나쁜 드라마라 칭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일단 배운 것을 연습해보기 바란다. 그 다음에 이 드라마에 대해 논해도 늦지 않다.

 

독자 중 누군가는 아래와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다.

 

'어디서 연습하나? 학교에서 해주나? 아니다. 학원이다. 물론 혼자서 도서관에 틀어박히는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연습'할 기회를 만날 수 있는건 결국 학원으로 귀결된다. 결국 현 시스템에서 오직 반복된 연습만 강조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교육의 필수불가결함을 말하게 된다.'

 

과연 그런가?

 

데일 카네기 훈련에선 '나는 그럭 저럭 살아가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라는 자신감 증진 구호가 있다. 이 구호는 훈련 참가자들에게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밖에 살아갈 수 없는 까닭은 그들이 스스로 일을 처리할 능력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구호를 통해 자신이 직접 '밥 먹는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학원이 '밥 먹여주길 기대'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세상을 그럭저럭 살아가는 '무능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그럭저럭 살아가고 싶은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서도 안 된다. 아주 귀중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공부의 신>을 지식 습득에서 그치지 않고 '연습'해야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드라마라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학생이 아니라 할지라도 <공부의 신>이 주는 교훈을 받아들여 배운 것이 있다면 실제로 연습해보길 바란다. 그러면 학문이든, 운동이든, 운전이든, 업무능력이든지 상관 없이 실력이 놀랍게 향상되어 있을 것이다. 연습 과정에서 '이해'하는 활동은 독자 여러분께서 능동적으로 '왜?'를 탐구하느냐 탐구하지 않느냐에 달렸다.

덧붙이는 글 | 배성호 / 호서대학교 디지털비즈니스학부, 산업심리학과(3학년), 조직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 

2010.01.27 14:36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배성호 / 호서대학교 디지털비즈니스학부, 산업심리학과(3학년), 조직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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