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미 식용유 피해자들의 인권을 위한 집회 홍보 전단. 일요일인 24일 열린 나가사키 집회에는 전국에서 약 200여 명의 참석자가 운집했다.
전은옥
그마저도 재판이 승소에서 사실상의 패소 혹은 강제적인 '화해'처리화 되어, 첫번째 재판에서는 국가와 기업측의 책임을 인정해 가불금을 집행했던 것을 최고 재판소에서 뒤집어 피해자에게 국가로부터 받은 가불금을 반환하라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문제는 10년만에 간신히 해결되었으나, 아픈 이들의 고난이 얼마나 컸을까를 짐작하게 한다.
수많은 피해자가 많게는 며칠에 한 번, 보통은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만큼, 병원에 입원하고 통원 치료를 하는 것이 아예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도 행정이나 기업이 충분히 의료비와 생활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픈 몸으로도 생계를 위한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만큼 그 사이 세상을 떠난 이도 있었다.
국가에서는 68년 당시부터 '전국 식용유 질병 연구반'을 규슈대학에 설치해 보조금을 내고, 진단과 치료에 관한 연구를 실시했으나, 당사자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의료비 지급이나 건강관리수당의 지급 등의 구제지원은 하지 않았다. 카네미유 증 피해자에 대한 후생성의 주장은 "국가에는 책임이 없다. 식중독 사건이기 때문에 원인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며, "피해자의 병증도 경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신히 사건 발생 40년 만인 2008년, 국가에 의해 카네미유증으로 '인정받은' 생존 환자를 대상으로 최초 건강실태조사를 실시했으나 여기에도 문제는 남았다.
카네미 유증으로 '인정'받은 환자는 피해자 신고 약 1만4000명 중 1927명(전국)에 불과했다. 1할에 해당하는 수치다. 나가사키 현에서는, 고토시(五島市)를 중심으로 피해자가 다발했으나 지금까지 '인정 피해자'의 수는 779명에 지나지 않는다. 피해자들은 독성물질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고 식용유를 믿고 구입하여, 날마다 식탁에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요리를 해서 먹었고, 피해자가 되었다.
그러나 같은 식탁에서 같은 식용유를 먹고 같은 질병에 시달려온 가족 중에서도 어떤 사람은 법적으로 '인정'받고, 또 다른 가족 구성원은 '인정받지 못하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행정이 만들어낸 인정기준 제도 자체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위협하는 인간, 그리고 재난
일본 역사상 최대의 식품공해 사건이자, 기업범죄와 국가책임 유기, 그리고 인권 유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카네미유 증 사건'. 기업이 처음부터 사람을 병들게 하거나 죽일 의도가 없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유독 물질을 제조하고 그것을 판매하며, 사람이 먹는 음식을 제조 공정하는 과정에서 유독물질을 사용하였고, 공정 과정에서 식품에 유독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지 않은 점 등 기업이 일으키는 수많은 문제와 더불어, 사건 발생 후 신속하게 대처하여 빠른 시일내에 이 식용유의 위험성을 공표하여 피해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르게 대처하지 않은 국가의 잘못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실제로 사건이 발생한 10월 이전인 동년 2월에 이미 동회사가 제조한 쌀겨기름을 사용해 만든 동물사료를 먹고 닭이 대량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청지 190~210만 마리였다. 사람들은 사람이 먹는 식용유는 괜찮을까 불안해 했으나 정부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카네미 창고의 식용유 전체를 검사하거나 회수하거나, 시민들에게 섭취를 주의, 금지시키지도 않았다. 결국 서 일본을 강타한 미증유의 다이옥신 식용유 사건은 두 기업과 정부의 공동 작품이었던 셈이다.
일본은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식품공해 사건, 환경 공해 사건이 반복적으로 수차례 발생했다. 그것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다. 필자가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미나마타병을 대표적인 환경공해병으로 배웠던 1990년대 초, 기자는 이미 미나마타 병은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40년 전의 일이니까 이제는 괜찮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 사회에서 거듭 확인하게 되는 환경공해 사건, 식품공해 사건, 약품 공해 사건의 진행과정과 피해자들의 상황을 직면하면서 매우 놀랐다.
1950년대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 해안에서 잡힌 수은중독 오염물고기를 먹고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미나마타병에 있어서도, 독성물질을 폐기한 기업의 범죄와 함께 행정의 직무유기 역시 피해자 발생 규모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킨 원인이었다. 사건 발생 후, 건강피해 발생의 원인이 수은중독 물고기에 있었음을 파악한 행정부는 "인근 바다에 있는 물고기 전부가 수은에 중독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라며, 시민에게 더이상 인근해역에서 잡히는 물고기를 섭취하지 말 것을 강력한 홍보와 함께 행정지도로서 시행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주의하라는 '권고'만을 내렸다. 당시 적절하고 강력한 대처가 있었다면 피해자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구온난화, 핵무기 등 세계에는 인류 자체를 멸망시키고도 남을 메가톤급의 전인류적 문제가 인류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환경호르몬이나 유전자 조작, 농약, 그리고 다양한 식품공해 사건 등도 단순히 중국발 멜라닌 파동에 그치지 않고, 어느 나라에서나 이렇게 사람과 동물, 그리고 자연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
기업의 범죄 혹은 실수로 인해 발생한 사고와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덮어주고 방기하는 기업과 국가의 공조 체제는 지금 한국사회에도, 지구상 어느 곳에라도 존재하고 있다. 시민의 참여와 감시만이 이러한 재앙과 불의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시민의 감시와 관심이 멀어지는 순간, 비슷한 종류의 재난이 또다른 시간, 또 다른 장소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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