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로 다시 태어난 도심철도 폐선부지

푸른길 공원, 제4구간 광주역~조대앞 구간 준공식 가져

등록 2010.01.29 19:47수정 2010.01.2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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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태 시장이 광주역~조대정문 구간 준공식에 참석, 인사말씀을 하고 있다. ⓒ 오승준


우리 도시의 근현대사에서 철로 주변 동네는 도시개발과 각종 편의로부터 소외된 지역이었으며, 도시 속의 지역을 가르는 경계공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가 폐선 된 이후, 주변 지역의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도시개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폐선 부지를 도로나 경전철 부지로 활용하려던 계획들이 '주민 모두를 위한 녹지'로, 나아가 '도시 푸른 숲의 희망'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은 학자나 전문가들의 주장, 혹은 시민단체의 활동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공원이 만들어지고 푸른길이 가꾸어져 가는 힘은, 철로 주변 동네의 변화와 주민의 삶을 바탕으로 한 시민참여와 공원조성·관리를 맡고 있는 행정부처 사이의 파트너십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때 제대로 작동된다고 본다.

광주 도심철도 폐선 부지 푸른길은 광주 도심을 감싸며 통과하는 경전선 구간 중 광주역-효천역 간의 10.8km가 이설 결정(1995년)되고, 폐선(2000년 8월)을 거쳐 그 중 7.9km가 공원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2002년)됨에 따라 성립한 도시 근린공원이다.

푸른길에는 폭 2m 내외의 산책로가 이어지며, 나머지 공간에 풀과 나무가 심어지고 가끔 소규모 광장과 만나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그 이름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1980년대부터 도심철도 폐선 요구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딛고 전 구간을 도시숲길로 만들고자 하는 지역민들의 강한 녹색 열망이 담겨 있다.

도심철도는 한 때 근대 교통시설의 상징이기도 하였지만, 도시 확대와 더불어 자동차 도로와의 상충, 소음 피해와 인명사고 다발, 도시개발 저해 및 집값 하락 등으로 1980년대부터 이설 요구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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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공식을 가진 광주역~조대정문 구간의 금호아파트 주변 푸른길. ⓒ 오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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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탄 주민이 광주역~조대정문 구간의 푸른길을 달리고 있다. ⓒ 오승준


철도이설 결정 이후에는 부지의 활용방안을 둘러싸고 수많은 갈등과 논의가 이어졌는데,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시의 최초 방침이, 도로나 경전철부지로의 활용으로 바뀌었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푸른 길로 결정될 수 있었던 것은 한 때 도로나 주차장을 요구했던 철도 주변 주민들의 적극적인 합의와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 도심철도 폐선 부지 푸른길 공원내 광주역~조대정문 구간 2.88㎞가 2년에 걸친 조성공사를 마치고 29일 시민에게 개방됐다. 이날 오후 3시 동구 금호아파트 뒤편 주민화합마당에서 열린 준공식 현장에 다녀왔다. 준공식에는 박광태 광주시장, 강박원 시의회 의장을 비롯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박광태 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도심철도 폐선부지 푸른길 조성사업은 철도청이 2000년 8월  광주역에서 효천역까지 10.8㎞ 구간(경전선 중 일부)을 도심외곽으로 이전하자, 우리시가 부지를 매입하여 시민 의견 등을 수렴, 약 118천㎡에 달하는 7.9㎞ 구간을  전국 최초로  2002년에  근린공원으로 지정하여 조성한 푸른길 공원화 사업으로 전국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며 "그동안 철도 주변에 사신 분들의 마음고생이 크셨는데, 이제는 산책도 하시면서 건강도 챙기시고, 집값도 많이 올라 모두가 부자 되시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구간 준공으로 광주 도심철도 폐선부지내 조성되는 푸른길 공원 7.9㎞ 가운데 이미 조성된 4.7㎞를 포함해 모두 7.58㎞(96%)가 완공됐다.

이번에 준공된 북구와 동구 인근 주민들의 새로운 휴식처가 될 광주역~조대정문 구간은 44,314㎡ 규모로 92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이 구간에는 '과거, 현재, 미래의 숲길'이라는 주제로 '해돋이 마당'과 '태양의 광장' 등 6개 테마광장과 향토수종인 느티나무, 팽나무 등 79종 7만465주의 나무를 심어 도심속에 물이 흐르고 새가 있는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푸른 숲길로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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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식에 참석한 지역주민들. ⓒ 오승준


광주시는 푸른길공원조성사업으로 도심철도 폐선부지 10.8㎞ 가운데 동성중 입구~효천역간 2.9㎞를 제외한 7.9㎞를 총사업비 278억 원을 들여 5개 구간별로 지난 2002년 시작해 2010년까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1구간은 폐선부지 시작점인 조대정문~남광주사거리 ▲제2구간은 광주천~백운광장 ▲제3구간은 백운광장~동성중 ▲제4구간은 광주역~조대정문 ▲제5구간은 옛 남광주 역사 주변까지이다.

이 가운데 조대정문~광주천~백운광장~동성중까지 1~3구간 4.7㎞는 2008년 2월에 조성돼 시민들의 새로운 휴식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마지막 구간인 옛 남광주 역사 주변(320m)이 올해 말까지 조성되면, 도심속 환상형 녹지공간과 광주천이 연결돼 휴식과 레저공간으로서 기능을 다하는 선진국형 녹지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푸른길 공원의 지정 면적은 약 1만800㎡이지만, 그 폭은 10m도 못되는 좁은 곳에서부터 넓어야 20m 정도이며, 따라서 요즘의 도시 근린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시설, 널찍한 휴게시설이나 수경시설은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의 땅이다.

그러나 공원녹지 면적이 매우 부족한 도심부 주변을 감싸고 연결되는 녹지네트워크로써, 열악한 주거지역을 위한 생활녹지로써, 주변 주거재개발에서의 경관적 실마리로써 그 역할이 크게 기대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푸른길 공원은 80년 넘게 철도로 인해 단절됐던 광주의 녹지축이 연결되고, 최초의 시민 참여형 공원으로 지역사회 공동체 복원의 장소로 거듭나 광주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금호아파트 주민 최종인(52)씨는 "도심철도 폐선부지에 푸른길이 조성되어 너무나 좋다"며 "그동안의 손해를 보상받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면서 건강도 다지고, 삶의 고단함을 덜어내고 있다"며 "푸른길이 조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집 값도 오르고, 주변 개발도 촉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푸른길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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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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