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세종시 건설에 얽힌 정치적 함수

서로의 이해득실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그르치고 있다.

등록 2010.01.29 18:51수정 2010.01.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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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권은 지금 세종시의 수정과 원안추진을 놓고 시끄럽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물론 충청권에서의 득표를 위한 전략적 고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과밀화와 국토의 불균형 발전은 반드시 해결해야할 시대적 과제이기도 했다.

 

당시 야당의 이회창 후보는 당연히 이런 공약에 반대했다. 자신의 고향이 충청도였지만 그의 정치적 기반은 한나라당이었다. 바로 수도권의 기득권층과 영남의 표를 결집하면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였기 때문에 당연히 그들의 기득권에 반하는 공약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선거는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끝나고 행정수도의 이전은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되었다. 특히 2004년 한나라당과 구 민주당의 연합에 의한 대통령 탄핵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의 의석을 확보한 후에는 쉽게 진행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바로 수도권의 기득권과 관련한 이해득실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 등이 강력히 반대했을 뿐 아니라 반대운동을 주도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이명박 시장 측과 가까웠고 지금은 법제처장에 기용된 이석연 변호사가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기하였다.

 

헌법재판소도 수도권에 기득권을 상당히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재판의 결과는 그 기득권을 수호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성문헌법을 가진 국가에서 관습헌법을 들어 위헌이라 했고, 분명히 조선과 대한민국은 다른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조선 초기의 경국대전을 들어 한성이 수도라는 것을 헌법사항으로 보았다. 아마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차용한 궤변이었을 것이다.

 

참여정부는 곧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바로 행정중심 복합도시의 건설이었고, 여야가 합의하여 세종시가 추진되기에 이르렀다. 물론 당시의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 의원이었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의원도 아닐 뿐 아니라 찬성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당시의 이명박 후보는 표가 다급한 나머지 소신과는 달리 세종시를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다. 말하자면 당선되고 나서 말을 확실히 바꾼 것이다. 보통 여야가 합의에 의하여 처리한 법을 시행도 하기 전에 다시 집권자의 뜻에 따라 뜯어고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물론 정권의 수정주장에도 논리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세계최고의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청와대와 부처 간의 물리적 거리가 그리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정치권이 바로 이 이슈를 가지고 정치적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복잡할 뿐이다. 그동안 한국의 선거와 정치구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지역감정이었다. 항상 지역감정만 조장하면 한나라당은 백전백승이다. 영남의 유권자가 충청과 호남을 합한 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그러한 신화가 깨지고 말았다. 외환위기를 초래하고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영남의 표를 철저히 독식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1997년에는 이인제의 출마로 수백만 표를 빼앗겼고, 2002년에는 영남출신인 노무현 후보에게 또 25%가 넘는 표를 빼앗겨서 거듭 패배하고 말았다. 이제 영호남 간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항상 이길 수가 없음을 자각한 것이다.

 

이제 새로운 대결구도를 만들어야 100% 승리를 장담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수도권과 지방의 대결이 그 것이다. 수도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한다면 그 어떤 전국단위 선거도 항상 압승이 보장된다. 수도권의 인구가 전국인구의 5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오히려 세종시의 원안추진이 훨씬 필요해 보이는 이유이다.)

 

또 한 가지의 문제는 차기의 한나라당 후보경선과 관련된 문제의식이 잠재하고 있다. 지금의 집권세력은 박근혜 의원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순순히 내주기가 싫을 것이다. 세종시 관련 법안은 박근혜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로서 당시 여당과 합의해서 처리해준 법안이라는 점에서 뭔가 그 공을 축소할 필요도 느꼈을 법하다. 수도권의 기득권을 중심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충청권의 표를 확실히 챙겨둘 것인가 하는 친이계와 친 박계의 선택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것이다.

 

본래 처음에는 반대를 했으나 지금은 한나라당을 나와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삼는 정당을 만든 이회창씨도 목소리를 제법 높이고 있다. 바로 충청권을 자신의 득표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겉으로는 그럴싸한 명분과 구실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정치적 이득을 위한 계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과연 옳은 것이 무엇인지 결론적으로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은 국토가 좁기로 유명한 작은 나라이다. 그러나 인구밀도는 세계최고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를 고루 사용하지 않고 좁은 수도권에 모두 모여서 북적대고 있다. 교통이 정체되고 공해가 극심해서 도심에서는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지방의 인구는 줄고 수도권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과연 그렇게 서울을 중심으로 살아야할 이유가 있을까?

 

지방은 공동화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 모처럼 지방에 가면 노인들만 몇 분이 동네를 지키고 젊은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아보기 어렵다. 빈집들이 을씨년스럽게 보일 정도다. 점점 인구가 줄어서 더욱 사람이 살기 어려운 시골마을이 늘고 있다. 앞으로는 수도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전국단위 모든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일까?

 

수도권은 점차 과밀화가 심해져서 경제적인 측면의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특히 높은 주거비와 교통비 및 생활비의 문제는 세계의 어느 도시에 비해도 경쟁력이 떨어질 정도이다. 이런 상태로는 수도권도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부적합한 도시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를 국토의 중심부에 건설하고 점차 지방의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역사적 책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종시를 반대하는 여론이 비등하는 것은 수도권의 인구과다가 극심할 뿐 아니라 수도권에 그만큼 많은 기득권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일이다.

 

수도권에 작은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세종시의 건설로 그리 타격을 받을 것도 없지만 막연히 피해의식을 갖고 반대한다면 그들은 스스로의 부도덕성을 돌아봐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찌되건 단지 자신의 금전적 이득만을 극도로 챙기는 것을 어찌 도덕적이라 하겠는가? 부도덕한 국민은 항상 부도덕한 정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부도덕이 유행인가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호주에서 발행되는 1월 29일자 주간 코리아타운에 실린 글입니다.

2010.01.29 18:51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호주에서 발행되는 1월 29일자 주간 코리아타운에 실린 글입니다.
#세종시 #국토균형발전 #정치적 계산 #부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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