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죽음으로'라는 노래 대신에 동요를 불렀다면"

개발도상국가와 세계 오지에 도서관과 학교와 책을 기증한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

등록 2010.01.31 10:03수정 2010.01.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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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히말라야 도서관〉

책겉그림 〈히말라야 도서관〉 ⓒ 세종서적

▲ 책겉그림 〈히말라야 도서관〉 ⓒ 세종서적

존 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사 중국지부의 잘 나가는 임직원이었다. 중국 시장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빌게이츠가 중국에 뜰 때마다 그도 함께 떴기 때문이다. 빌게이츠가 중국에 활보하는 모든 코스를 직접 점검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 그만큼 그는 그 분야에서 중국과 아시아 시장에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돌연 그 유망한 회사를 그만 뒀다고 한다. 휴가 차 네팔에서 트래킹을 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책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발견한 까닭이었단다. 한 교실에 70명이 되는 아이들이 책도 없이 공부할 뿐만 아니라 도서관도 하나 없는 현실을 보고, 그는 그들에게 책과 도서관과 학교를 지어줄 일에 관심을 두고 사표를 썼던 것이다.

 

물론 그 같은 선택에는 그때까지 회사로부터 누리던 차와 주택과 주식 등 그 모든 부와 명성을 내려놓는 일이 뒤따랐다. 그런데도 그는 그 모든 지위와 부와 성공이 주는 안락함보다 정말로 뜻 깊은 일에 인생을 걸기로 다짐했다. 그때부터 그는 '룸 투 리드(Room to Read)'를 설립하여, 기부모금행사를 주도해 나갔는데,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몸담고 있을 때에 알고 지낸 여러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수많은 책들과 기부금들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존 우드가 쓴 <히말라야 도서관>은 왜 그가 네팔과 같은 개발도상국가에게 도서관과 학교를 짓고 또 책을 보내는 일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그려주고 있다. 더욱이 그가  세운 '룸 투 리드(Room to Read)'사가 어떻게 세계적인 기부문화를 주도할 수 있었는지도 명확하게 밝혀주고 있다. 이른바 이 책은 자원봉사단체를 어떻게 설립하고 또 추진하는지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놀라운 것은 9․11테러로 인해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직후에도 그가 기부모금행사를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때 당시에 받은 충격으로 미국 시민들은 많은 슬픔에 젖어 있었을 것이고, 개발도상 국가들의 교육시설에 후원한다는 데에는 선뜻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원대한 뜻으로 그들을 설득했다는데, 이른바 아프카니스탄과 같은 이슬람권 나라에 교육시설과 책이 들어가면 배우는 아이들이 테러로부터 훨씬 멀어질 수 있다는 뜻이 그것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테러리스트들의 상당수가 이들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만일 그들 학생들이 '미국을 죽음으로'라는 노래 대신에 동요를 불렀다면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상상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앞으로도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겁니다. 그래서 나는 계속 후원할 겁니다. 나는 우리 조국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길 원치 않습니다."(166쪽)

 

"네팔 남성의 문맹률은 39퍼센트다. 그러나 네팔 여성의 문맹률은 더욱 심각해서 75퍼센트가 단순한 문장조차 읽거나 쓸 줄 모른다. UN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 8억 5천만 명의 사람이 문맹이며, 그들 중 3분의 2가 여성이다. 교육받지 못한 엄마는 다음 세대로 전달할 지식이 많지 않다. 네팔 룸투리드를 담당하는 우샤는 늘 이를 강조한다. '당신이 한 소년을 교육하면 이는 어린이 한 명을 교육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소녀에게 공부할 기회를 준다면 그녀는 가족 전체와 다음 세대까지 교육을 전달할 것이다.'"(210쪽)

 

지금껏 존 우드는 빌게이츠와 헤어진 지 10년이 흘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난 10년 동안 네팔과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비롯하여 여러 개발도상국가에 책 150만권을 기증했고, 3,000개나 되는 도서관을 걸립했으며, 학교도 200개나 지었다고 한다. 현재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그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천 만 명의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그날까지 온 열정을 다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들이 후원자들을 만나 물질적인 후원요청을 할 때, 다섯 가지 원칙을 주요 골자로 삼아 대화에 임하도록 일러준다고 한다. 자원봉사단체나 여러 민간후원을 주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아래에 그 내용을 옮겨 싣는다.

 

1. 베푸는 즐거움을 알려준다. 부유한 후원자들은 자신들의 기회가 교육에서 온 것임을 안다. 그들이 이제 개발도상국에 있는 수 백 명의 어린이들에게 같은 선물을 돌려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는 사실을 각인시켜라.

2. 결과를 후원자들에게 보여준다. 자신들이 기부한 돈이 어디로 가는지 믿지 못해 기부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돈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원할 경우 학교와 도서관을 방문할 기회를 만든다.

3. 최소한의 경비를 쓴다. 후원자에게 돈의 대부분이 자선파티나 관리비용이 아닌 프로젝트에 쓰인다는 것을 알린다.

4. 열정을 판다. 세상에 열정적인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오직 열정을 가지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내 열정을 사람들은 높이 살 것이다.

5. 사람들은 가치 있는 일을 돕는 것을 좋아한다.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바꾸도록 돕는 것임을 알린다.

2010.01.31 10:03ⓒ 2010 OhmyNews

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16,000개의 도서관 1,500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개정판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세종서적, 2014


#히말라야 도서관 #존 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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