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빠진 물에 살얼음 낀 도시락 먹어도 버틴 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단식 18일 김진숙 지도위원, 조합원들에게 띄우는 편지

등록 2010.01.30 22:34수정 2010.01.3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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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단식농성을 한 지 30일로 18일째를 맞고 있는 해고자 김진숙(50)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몇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겼지만 계속 단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13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한진중공업은 생산·관리직을 30%가량(750여 명) 줄인다는 방침이며, 이미 350명이 명예퇴직했고, 정리해고를 앞두고 있다.

 

a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사진은 지난 13일 단식 첫날의 모습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사진은 지난 13일 단식 첫날의 모습이다. ⓒ 최성용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사진은 지난 13일 단식 첫날의 모습이다. ⓒ 최성용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김 지도위원은 물만 먹으면서 버티고 있다. 최근 몇 차례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지난 28일 의사 진찰을 한 차례 받았는데, 황달 기운이 있고 전해질이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지도위원은 한 차례 링거주사를 맞았고, 계속해서 물 이외에 다른 것을 먹지 않고 있다.

 

지난 주부터 급격한 건강상 위기가 발생해 주변에서 단식 중단을 권유하기도 했다. 또 전국금속노동조합 한진중공업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김 지도위원을 찾아가 "우리들이 싸울 것이다. 단식을 중단하고 함께 투쟁하자"라고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김 지도위원은 29일 자필로 쓴 "저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조합원 동지 여러분"이란 제목의 편지를 통해 "염려하시고 걱정하시는 그 깊은 마음들을 제가 왜 모르겠느냐"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쥐가 빠진 물에 살얼음 낀 도시락을 말아 먹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철판에 두 다리가 깔려 입원을 했다가도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주전자에 죽을 끓여다 주셨던 아저씨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라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저들은 여전히 30% 구조조정을 말하고 희망퇴직, 단협개악을 말하고 있다"며 "그 결과들은 울산 다대포 율도의 폐쇄와 급기야는 영도의 폐쇄 내지는 축소, 플랜트 사업 등으로 업종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원들이 콩두유를 사와서 한 모금이라도 먹어 보라고 했지만, 김진숙 지도위원은 "사주신 콩두유는 승리하면 먹겠다. 정문과 신관 사이를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렇게 여러분들 곁에 있겠다. 승리하는 날까지"라고 다짐했다.

 

여성 용접공으로 한진중공업에 입사했던 김 지도위원은 1986년 어용노조를 규탄하는 유인물을 뿌렸다는 이유로 해고된 뒤 계속해서 복직 투쟁을 벌여 왔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해 11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당시 해고는 부당하다"는 요지의 결정문을 받았고, 이 결정문에는 '복직'을 권고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a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계속 투쟁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시내 거리행진 모습.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계속 투쟁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시내 거리행진 모습. ⓒ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계속 투쟁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시내 거리행진 모습. ⓒ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민주노총 부산본부, 무기한 천막농성 돌입

 

한편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8일 한진중공업 앞에서 무기한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본부는 "이를 통해 한진중공업 문제를 지역의제로 더욱 확대하고 투쟁과 실천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 한진중지회는 출근 선전전 등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오는 2월 1일 오전 7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앞에서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분쇄 집중 출근 선전전"이 벌어진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당초 지난 26일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할 예정이었는데, 노사 논의를 거쳐 정리해고 시기를 늦추었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다음 주에도 계속 대화를 하기로 했는데, 타결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음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쓴 편지 전문이다.

 

저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조합원 동지 여러분

 

스물한 살. 그때 저는 아저씨들이 보고 싶어 회사에 왔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출근했고, 지각·결근 한번 안 했고 특근 한 번 안 빠졌습니다. 쥐가 빠진 물에 살얼음 낀 도시락을 말아 먹으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철판에 두 다리가 깔려 입원을 했다가도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주전자에 죽을 끓여다 주셨던 아저씨들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콩두유를 사들고 오셔서 제발 한 모금만 마시라던 마음. 따뜻한 문자를 보내주시는 마음. 기나긴 편지를 써주신 마음. 무릎을 꿇고 단식을 풀라고 울던 마음. 저를 염려하시고 걱정하시는 그 깊은 마음들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상황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저들은 여전히 30% 구조조정을 말하고 희망퇴직, 단협개악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들은 울산, 다대포, 율도의 폐쇄와 급기야는 영도의 폐쇄 내지는 축소. 플랜트 사업 등으로의 업종전환으로 이어지겠지요. 이걸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린 필연적으로 하청으로 떠돌 것이고 이미 하청인 노동자들은 어디로 갈까요.

 

제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노숙자로 길에서 죽었습니다. 수백번 저를 넘어지게 하고 수천번 저를 일으켜 세웠던 동지 여러분. 저의 뜻이 왜곡되는 모멸감을 이기기 힘들어 단식 6일째 마음의 위기를 겪었고 14일 되는 날 몸의 위기를 넘었습니다.

 

단식 16일 만에 처음으로 여러분들과 마주서면서, 마치 상사병을 앓던 사람이 연인을 만난 듯 다시 일어섰습니다. 사주신 콩두유는 승리하면 먹겠습니다. 16일 동안 정문과 신관 사이를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여러분들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하는 날까지….

 

단식 17일째. 해고자 김진숙 올림.

 

a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단식농성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29일 자필로 쓴 편지를 통해 계속 단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단식농성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29일 자필로 쓴 편지를 통해 계속 단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성용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내걸고 단식농성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29일 자필로 쓴 편지를 통해 계속 단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성용
#김진숙 지도위원 #한진중공업 #민주노총 부산본부 #금속노조 부양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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