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레프트 북클럽'이라는 단체가 조지 오웰에게 글을 청탁한다. 영국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해 달라는 것이었다. 조지 오웰은 이때부터 위건, 리버풀, 셰필드 등을 돌아다니며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하숙하는 집에서 그들의 삶을 취재하게 된다. 그것을 모은 글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한겨레출판)이다. 소설만큼이나 에세이와 르포르타주도 잘 쓴다고 소문난 조지 오웰의 글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의 첫인상은 결코 청결하지 않다. 싸구려 하숙집에서 묵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그 모습은 어느 곳 하나 유쾌한 구석이 없다. 찌든 냄새가 가득하며 어느 것 하나 깨끗한 것이 없는, 제공받는 식사조차 대단히 부실한 그곳에서 노동자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렸기 때문에 누구라도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창은 모두 바람을 막느라 바닥을 빨간 모래주머니로 틀어막아가며 꼭 닫아두어서, 아침이면 족제비 우리처럼 냄새가 났다. 일어날 때는 모르지만 방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면 악취가 코를 찔렀다. (…) 브루커 부부의 집에서 내놓은 식사는 어김없이 역겨운 것이었다. (…) 스테이코 소스로는 치즈 한 조각이라도 흠뻑 젹셔 먹는 게 보통이었지만, 마멜레이드 단지에 도전하리만큼 용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온갖 부스러기와 먼지가 가득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끈적끈적한 덩어리였던 것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中에서
비극적인 사실은 하숙하는 노동자들이 이런 것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그런 하숙집이 산업 지대에서는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조지 오웰이 노동자들을 만나러 간 그 때는, 산업 지대가 끊임없이 확장하며 세를 불리던 시기였다. 어디서나 노동자가 필요했고, 누구나 노동자가 될 수 있는 때였다. 그래서였을까. 기득권층은 노동자를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 그들이 아니어도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은 광부들의 집에도 찾아간다. 그리고 탄광에도 방문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는 "지옥"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막장으로 가기 위해 몸을 반으로 접고 1킬로미터 이상을 가야 하는, 숨 막히는 그 안에서 무릎으로 기어가며 일해야 하는 그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조지 오웰은 고상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누구인가? 이렇게 고생하는 광부들과 그리고 노동자들이 있기에 그런 삶을 살 수 있으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이들이다. 광부들의 삶이 지저분한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서 그들은 원래 그렇다고 말하는, 노동자들의 집이 더러운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원래 그렇다고 말하는, 실업문제가 심각한데도 실업자들이 열심히 직장을 구하지 않는 게 문제라도 말하는 그런 부류들을 떠올리며 그들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데 그 말들이 꽤 날카롭다. 오늘날의 누군가, 어떤 사람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날카롭기 이를데 없다.
"노동 계급과 정말 가까워진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건 어떨까?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를 지지했지만 사회주의자들에 대해서는 매섭게 비판하곤 했다. 그들의 파시즘 또한 제국주의만큼이나 심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인들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나 '프롤레타리아의 연대'같은 말을 들으면 영감을 받는 게 아니라 정나미가 떨어질 뿐이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는 그들의 경직성과 비대중성도 비판했다. 노동계급을 위한다고 하지만 그들과 가까워지지 못하고, 오히려 더 자본에 가까워지는 이들을 심하게 질타하는 것인데 이런 글 또한 매섭다. 소위 '좌파' 지식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와 <동물농장>의 공통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글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것이다. '반성'해야 할 것과 '경계'할 것을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은 어떤가. 마찬가지다. 2010년의 대한민국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조지 오웰의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 그 울림이 크고 높다.
2010.02.01 09:39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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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부두로 가는 길 - 조지 오웰 르포르타주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한겨레출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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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레타리아 연대? 그런 말 들으면 정나미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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