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대목 앞두고 재래시장·정육점 ‘죽을맛’

대형마트 '10원 전쟁'에 제살 깎기... 단골손님은 마트로

등록 2010.02.02 09:02수정 2010.02.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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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간의 가격인하 전쟁이 4주째에 접어들면서 정육점, 동네슈퍼, 재래시장 등은 직격탄을 맞으며 시름을 더하고 있다. 가격경쟁이 장기화되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근 정육점, 동네슈퍼, 재래시장의 소매점들도 가격인하로 대응을 하며 제살깎기로 버티고 있지만 줄어든 매출을 회복하기는 커녕 그동안 단골로 이용하던 손님들조차 마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설대목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또한 기대했던것만큼 될 지 알 수 없기에 더욱 죽을맛이다.

 

동네슈퍼와 정육점은 지금 생존전쟁

 

지난달 31일과 2월 1일 서울지역 대형마트 인근 재래시장, 정육점, 동네슈퍼들을 둘러봤다. 이곳들은 며칠전부터 대형마트에서 할인 품목으로 팔고 있는 품목들을 가격을 내려 판매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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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의 발길이 많이 줄어든 서대문구 영천시장 ⓒ 김종호

손님의 발길이 많이 줄어든 서대문구 영천시장 ⓒ 김종호

 

31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역 부근 재래시장인 영천시장은 손님들이 제법 있을 시간이었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발길이 많이 줄은 상태로 조금은 휑한 분위기였다. 이곳 시장 점포 주인들은 대형마트가 가격경쟁을 하면서 찾는 이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형마트가 100g에 600원대에서 800원대까지 가격을 대폭 내린 삼겹살때문에 동네 정육점들은 그렇잖아도 어려운 상황이 더욱 어려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장내의 정육점들이 마지못해 1100-1400원대까지 가격인하를 해서 판매하고 있지만 단골 고객들마저 마트로 발길을 옮기면서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고 정육점들은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어떤 정육점은 하루 매출이 절반 수준까지 뚝 떨어지는 날도 많다보니 설을 앞둔 대목이지만 한숨만 내짓고 있었다.

 

이곳 시장의 정육점만이 아니라 서울 홈플러스 상암점과 가까운 망원동의 월드컵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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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삼겹살을 100g당 800원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 김종호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삼겹살을 100g당 800원까지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 김종호

 

생필품 소매점도 상황은 별반 다를것이 없이 마찬가지였다. 대형마트와 생필품 가격인하 품목의 경우 비슷한 가격으로 인하해 판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망원동의 슈퍼 주인 최씨는 "대형마트가 가격인하를 하면서 단골 손님도 줄어 들고 하루 매출이 20%이상 줄어든 날도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동네 단골 고객들의 마트행을 막아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설대목은 또 어떻게 될지 눈앞이 깜깜해

 

이렇게 힘든 상황에 더해 설대목을 앞두고 더욱 힘든 상황에 시름은 더해가고 있다. 대형마트는 설대목을 앞두고 지난해의 경우 1만원 안팎의 저가 실속형 선물을 주로 준비했는데, 올해는 3만~5만원대 상품을 많이 갖춰놓으면서 손님의 발길을 끌고자 애쓰고 있었다.

백화점들은 지난달 8일부터 설 선물 예약판매를 시작했는데 작년 설 선물 예약보다 35%~50%까지 늘었다고 하고, 이마트도 역시 지난해 설보다 매출이 20%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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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에 진열된 설 선물세트들 ⓒ 김종호

롯데마트에 진열된 설 선물세트들 ⓒ 김종호

 

하지만 서민들이 주고객층인 재래시장은 짧은 연휴와 대형마트에 밀려 예년보다 매출이 감소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서울 아현동 주택가에서 5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주인은 "대형 마트는 삼겹살을 '미끼상품'으로 삼아 손님을 끌고 있다. 우리 같은 동네 가게는 단골 손님마저 줄어들게 되면서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설날 장사가 잘 될까 걱정이 태산이다"라며 침통해했다.

2010.02.02 09:02 ⓒ 2010 OhmyNews
#대형마트 #재래시장 #정육점 #동네슈퍼 #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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