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김대중 대통령 묘소 방화사건

[주장] 김대중 대통령 묘소 방화사건을 뉴스에서 접하고

등록 2010.02.03 10:10수정 2010.02.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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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화재 흔적이 나타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일 국립현충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께 김 전 대통령 묘역 뒤편 언덕에사 화재가 발생한 흔적이 발견됐다.

화재 흔적은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등록을 마친 이계안 후보가 이날 오전 10시께 충혼탑 참배 후 김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던 중 처음 발견했다. 국립현충원은 이 후보 측이 화재사실을 알리고 나서야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현충원측은 이날 오전 9시10분 이후에 화재가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위의 내용은 고 김대중 대통령 묘소 방화사건의 기사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참담한 내용이다. 이것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일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극악무도한 행위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먼저 이것은 인륜을 저버린 행위다! 우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와 조상들의 무덤을 소중히 생각하며 이장할 때에는 제사를 지냄으로써 고인에 대해 최대한의 예의를 지켜왔다. 왕조시대에는 묘를 파서 효수하는 부관참시를 제외하고는 비록 왕이라고 하더라도 고인에 대해서는 최대한 경의를 표해왔다.

중국의 초한지에 나오는 항우도 진나라를 점령한 후, 진시왕릉을 파헤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하다가 한 고조 유방에게 나라를 빼앗기지 않았나!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치 이전에 먼저 인간의 도리를 다하라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묘소에 방화하는 치졸한 인간은 바로 인간이기를 거부한 것이라 생각된다. 자기 부모의 묘에 불을 지른다고 생각해보라! 누가 용서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테러다.

둘째 이것은 한국의 정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건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함으로써 자기와 의견이 다르고 대립관계였다고 하더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쟁과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면서 '헤게모니를 장악한 보수'와 '핍박받는 진보'의 갈등이 시작되었고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이것이 지속적으로 첨예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이 김 대통령 묘소 방화라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나타났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사건이라 하겠다. 


셋째 토론의 부재다. 이 정부의 모델은 미국이다. 미국은 공화와 민주 양당이 보수와 진보를 대변한다. 이들은 의견대립을 토론과 선거를 통해 해소하고 있다. 정적들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와 관용이 없을지라도 그 정적이 정계를 은퇴하거나 사망했다면 그 정적의 일생을 기리고 그 공과를 역사에 맡긴다. 그러나 한국은 어떠한가? 보수와 진보가 일방적 주장이 아닌 제대로 된 토론과 선거를 했다면 오늘과 같은 테러가 발생했겠는가? 올바른 토론과 선거가 부재했기 때문에 자신의 불만을 테러에 의존하는 경향이 한국정치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넷째 역사에 대한 부정이다. 전직 대통령은 서거하고 그의 모든 활동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엄격한 평가를 받는다. 그의 모든 정책과 행동의 공과를 평가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의 몫이며 역사가들이 이를 대행한다. 아무리 전직 대통령의 정책과 활동에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더라도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방화범은 모르고 있다. 오직 방화범 자신이 싫어하는 역사적 사실들을 덮고 싶을 뿐이다. 방화범은 고 김대중 대통령 묘역에 삐라를 뿌렸다고 한다. 김대중 시대의 역사를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면 김대중 시대를 부정하고 싶다고 고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태운다면, 이승만 시대를 부정하고 싶다고 이승만 대통령의 묘소를, 박정희 시대를 부정하고 싶다고 박정희 대통령 묘소를 태운다면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아있겠는가? 이점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하겠다.

다섯째 또 다른 정치보복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다. 이번 테러로 인하여 많은 김대중 대통령 지지자들과 민주당의 마음을 참담하게 만들었다. 지난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얼굴에 테러를 당했다. 이러한 테러들이 무서운 것은 테러 당시에는 긴장이 잠재되어 있다가 테러들이 반복됨으로 인하여 어느 순간 긴장이 급속도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이 높아지게 되면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이 적용되고 제로섬 게임과 같은 전쟁논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일단 전쟁논리가 적용되면 정치보복이 나타나게 되고 정치보복이 심화되면 혁명과 같은 피 흘리는 시점으로 바뀌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우고 있다. 우리사회가 소통과 화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테러에 대해 범국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여섯째 지역감정 조장에 대한 우려다. 고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 대한 테러로 인하여 지역감정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2월 1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이 6월 지방선거를 위해 뛰기 시작했다. 이번 테러로 인하여 또다시 전라도 = 민주당, 경상도 = 한나라당 이라는 공식이 지속될까 매우 우려스럽다. 이러한 지역감정 조장은 불필요한 분열과 대립을 낳는다. 아무리 좋은 후보자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지역감정이 조장된 상태라면 과연 당선될 수 있을까?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지역감정 때문에 무능한 지도자가 당선된다면 이보다 더 큰 손해는 없을 것이다.

일곱째 국립 현충원 당국의 무책임한 관리를 지적하고 싶다. 대통령 묘역은 한국의 역사이며 얼굴이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해서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곳의 관리는 매우 엄격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외국에 나가보라! 누가 국가원수 묘역을 이렇게 관리하는가?

게다가 뉴스에 의하면 화재가 발생한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참배객(민주당 이계안 서울시 예비후보)의 신고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노컷뉴스에는 현충원이 불탄 잔디를 빠르게 복구하는 바람에 경찰의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국립 현충원 당국의 무책임한 관리는 국민의 엄중한 질책과 함께 책임자의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도 이런 식의 허술한 관리로 인하여 태웠다. 누구하나 책임지는 고위관리도 없다. 이번이 대통령 묘소 방화면 다음엔 무엇이 되겠는가? 또한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신 차리기를 바란다.

우리의 풍습에는 돌아가신 분의 공과를 논하기 전에 그분의 묘소에는 최소한의 예의를 표해왔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 인류가 가진 기본 도덕이다. 이러한 인륜을 어긴 방화범은 방화범이 아니라 테러범이다. 경찰당국은 테러범 색출에 있어 보다 엄정히 수사해야하며 또한 국립 현충원 당국의 무책임한 관리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정치테러범은 우리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사회를 분열시켜 혼란에 이르게 하는 매우 무서운 적이다. 경찰의 엄정한 수사와 법원의 공정하지만 단호한 심판을 기대한다.

매우 참담한 날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살아생전 그를 핍박했던 모두를 용서했지만 그의 정적들은 죽어서도 김대중 대통령을 용서하지 못하니 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역사는 김대중 대통령의 관용을 기억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토마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이신욱 기자는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대학교 정치학 박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한토마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이신욱 기자는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대학교 정치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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