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활동했다고 10년을 한순간에 날리다니"

[인터뷰]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 "강등 중징계, 억울함 넘어 분노가 치민다"

등록 2010.02.04 17:41수정 2010.02.0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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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제갈종용(50)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이 정부와 경남도에 대해 잔뜩 화가 났다. 제갈 본부장은 지난달 26일 경남도 인사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았다. 인사위는 합천군청 소속인 제갈 본부장에 대해 6급에서 7급으로 1직급 강등시키고, 3개월 정직 조치를 내렸다.

 

제갈 본부장은 지난해 공무원노조 통합 조합원 총투표와 관련해 징계를 받았다. 정부는 제갈 본부장이 근무시간에 합천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전단지를 배포하고, 투표 참석을 독려했다며 지방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복종의무', '직장이탈금지' 등의 규정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a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 ⓒ 윤성효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 ⓒ 윤성효

 

제갈 본부장은 2000년 합천군직장협의회가 만들어졌을 때 사무국장을 했고, 2년 뒤 공무원노조 합천군지부가 만들어졌을 때 사무국장을 했다. 그는 2004년 '공무원 총파업'과 관련해 파면되었다가 이듬해 소청심사 과정을 통해 '정직 2월'을 받아 복직했다. 그동안 그는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수석부본부장과 합천군지부장을 지냈고, 지난해 11월 통합된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본부장에 당선했다.

 

경남도가 제갈 본부장을 중징계하자 민생민주경남회의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무원노조 통합을 위한 총투표 과정을 불법화하여 징계를 남발한 정부의 비이성적인 탄압에 꼭두각시 노릇을 자처하는 경남도가 정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제갈 본부장은 공무원노조가 더 크게 단결하여 공직사회를 맑고 투명하게 만들라는 조합원의 뜻에 따라 노조 활동을 수행하였다"면서 "참된 공무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제갈 본부장에 대한 중징계는 개인에 대한 징계의 성격을 넘어서 공무원 노동자 전체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년이 한순간에 날아가... 노조 활동이 공직 떠나야 하는 이유라니"

 

제갈종용 본부장은 지난 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중징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소청심사나 행정소송 등 행정적·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제갈 본부장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지금까지 보면, 공무원의 중징계는 파면·해임·정직이었다. 강등은 드문 것 같은데 어떻게 받아들이나?

"비리나 부패 등의 문제로 공무원을 징계할 때 지금까지는 중징계일 경우 파면, 해임, 정직뿐이었다. 해임과 정직 사이에 차이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어 그 사이에 강등이라는 징계를 만든 것이다. 공직사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 만든 징계라 할 수 있는데,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 '강등'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7급에서 6급으로 1직급 올라가는 데 10년 정도 걸렸다. 10년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셈이다. 사실 7급까지는 자동 승진이며, 6급은 희소성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말단 공무원한테 6급은 최고의 자리라 할 수 있다. 업무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6급이 되기 위해서는 업무능력과 성실성도 있어야 하고 10년 이상의 시간도 필요하다. 어떻게 해서 올라간 6급인데…."

 

a  경남도가 공무원노조의 통합 찬반투표와 관련해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을 중징계한 가운데, 민생민주경남회의는 지난 1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경남도가 공무원노조의 통합 찬반투표와 관련해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을 중징계한 가운데, 민생민주경남회의는 지난 1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 윤성효

경남도가 공무원노조의 통합 찬반투표와 관련해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을 중징계한 가운데, 민생민주경남회의는 지난 1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 윤성효

 

- 강등이 확정되면 앞으로 다른 제약은 없는지?

"봉급도 다 받지 못한다. 2년 안에 승진도 못한다. 공무원한테는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다. '강등'이라는 징계 항목이 들어간 게 작년 4월로 알고 있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공무원에 대해 사실상 그만두라는 뜻에서 만든 징계다.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이런 징계를 받았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공무원노조 활동을 한 게 공직을 그만두어야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하느냐."

 

- 경남도 인사위원회에 출석해서 소명하지 않았는지?

"헌법을 이야기하니까 위원이 '여기서 법리논쟁하자는 것이냐'고 하더라. 어떤 위원은 '징계를 받으면 다음에 역사를 통해 반전될 수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하더라. 그런 말을 들으니 더 가슴이 아팠다. 정부 방침대로 징계하려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이것은 나중에 어떻게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노조가 왜 필요하겠나. 공직사회를 맑게 만들고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무원이 부패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공직사회 부패를 끊지 않으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공무원노조가 왜 필요한지를 모르니 환장할 노릇이다."

 

- 가족들은 어떤 반응인가?

"집사람만 알고 있다. 사회적 현실이 그런데 어떡하겠느냐고 하더라. 연로하신 부모님께서는 아직 모르고 계신다. 형제나 친구들한테도 말을 못했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기보다 강등됐다는 사실만 안다면 마음 아파하실 것 같아 더 부담이 된다. 지난해 통합 과정에서 공무원노조 간부로서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징계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면 그 자체가 직무유기다."

 

- 이번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어떻게 할 것인지?

"2004년에 총파업 선언만 했지 실제 파업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정부는 파면했고, 소청심사에서 복직할 수 있었다. 그때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억울함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소청심사청구와 행정소송을 통해 잘못된 징계를 바로잡을 것이다."

 

- 공무원노조 통합과정의 활동에 대해 정부에서 징계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혼자 같으면 덜 억울하겠다. 강등되고 승진을 못해서 억울한 것 보다 법과 상식을 초월해서 징계하니 참을 수 없다. 이건 노동탄압이며, 노조말살이다. 이 정부가 해도 너무한다. 공무원노조가 생기면 복무규정을 시대에 걸맞게 바꾸어야 하는데, 그런 규정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건 너무 심한 독선이다."

 

- 경남지역 공무원노조 조직은?

"20개 시·군 중에 17곳이 조직되어 있다. 김해와 고성은 이미 통합노조에 합류하기로 결정해 놓았고, 산청도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5월 안으로 모두 통합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본다. 경남도청은 개별 노조다. 김영길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과 이병하 전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이 경남도청 출신인데, 공무원노조 활동으로 지금은 해고된 상태다. 희생자 구제 기금에 있어 경남도청 노조가 역할을 다하기를 바란다."

 

- 앞으로 공무원노조 경남본부 활동은?

"많은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직사회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움직인다. 세금 운영이 너무 방만하면 안 된다. 가령 기관장의 업무추진비가 제대로 사용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기관장 업무추진비를 효율적으로 쓰는지 조사해서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다. 또 공직사회의 매관매직 풍토를 없애야 한다. 정부 측에 제도개선도 요구하겠지만, 매관매직의 소문이 나오면 진상을 분석할 것이다. 공직사회가 맑아지도록 앞장설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정체성을 살리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공무원노조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 #지방공무원법 #제갈종용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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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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