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습지의 날, 신음하는 '인천갯벌'

인천습지위원회, "국토부와 인천시는 조력발전 중단하라"

등록 2010.02.03 14:41수정 2010.02.0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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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위스에서 개막된 세계경제포럼(WEF·일명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환경성과지수(EPI) 순위에서 한국은 163개국 가운데 94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이다.

환경부는 우리나라 환경성과지수가 2008년 51위에서 94위로 추락한 결과에 당혹해 하면서도, '이는 2000~2006년도의 해묵은 자료를 토대로 평가가 이뤄져 최근 환경성과 등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명박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녹색성장추진위원회를 두고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도 녹색성장이고, 한국의 베네치아로 만들겠다는 수변도시 '아리울' 새만금 사업도 녹색성장, 경인운하 '아라뱃길'사업도 녹색성장, 인천만 조력발전사업도 녹색성장이다.

녹색성장을 줄곧 추진했음에 불구 성적표가 OECD국가 중 꼴찌를 기록했다는 것은 매우 의아한 일이다.

이에 대해 인천녹색연합 장정구 사무처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해 중요한 일"이라며 "하지만 정부가 녹색성장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름만 녹색일 뿐 사실은 대규모 토건사업일 뿐이다. 때문에 초라한 성적표는 당연지사"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습지의 날(2월 2일)이 찾아왔다. 세계 습지의 날은 지난 97년 람사르 협약에서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의 역할과 국제적 협력을 통한 모든 습지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을 위해 정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습지보전이 기후변화의 해답'이라는 제목으로 각종 토론회와 습지골든벨, 습지생태여행, 철새탐조여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와 국토해양부가 앞 다퉈 세계5대 갯벌인 강화갯벌 일대에 시화호조력발전 규모의 3~5배에 이르는 대규모 조력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습지파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인천시-국토해양부, 서로 환경파괴 사업 주장


현재 인천에서는 인천연안의 마지막 갯벌인 송도11공구갯벌매립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와 강화도 주변 갯벌지역에서는 세계최대 규모의 강화조력발전소(인천시 사업)와 인천만조력발전소(국토해양부 사업)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가 진행 중이다.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당초 53.4㎢에 달했던 송도갯벌은 현재 1공구에서 10공구까지 이미 매립을 완료했거나 매립계획이 완료된 상태다. 그리고 인천시는 209.5㎢(약6천만평)에 달하는 현 경제자유구역에 인천연안갯벌인 송도11공구(약10㎢)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인천습지위원회 안근호 간사는 "송도11공구 토지이용계획을 보면 산업시설은 고작 20%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아파트와 근린공원 시설 등이다. 결국 이곳도 부동산개발"이라며 "경제자유구역 설립 취지대로 외자유치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말에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인천시와 국토해양부가 각축을 벌이며 추진하는 조력발전사업 예정지인 강화도 지역은 인천시와 중앙정부조차 그 가치와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해 천연기념물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며 "오죽하면 서로 상대 사업을 두고 환경파괴라고 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경기만 일대 갯벌은 세계5대 갯벌로 그 가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때문에 지난 2008년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당사국총회'에서 정부조차 '연안갯벌은 보전되어야 하고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대규모 매립사업이 승인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이미 전 세계에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公)언은 공(空)언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이와 관련 장정구 사무처장은 "이제라도 대규모 갯벌매립과 습지파괴가 아닌 인천경기만의 모든 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실질적인 습지보전정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 한다"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갯벌 파괴 논란이 수면으로 부각되고 있다. 인천항은 수심 낮아 인천항 주변 갯벌을 준설해 이를 영종도북단 갯벌 인근에 위치한 준설토 투기장에 버리고 있다. 하지만 이곳 투기장이 곳 포화상태에 이른다며 영종도북단갯벌에 대규모 신규 준설토 투기장(13㎢)사업에 대한 환경성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 역시 저어새뿐 아니라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 세계적인 멸종위기조류의 번식지라 환경파괴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강화갯벌 #습지의 날 #조력발전사업 #송도11공구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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