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낙태프로라이프의사회 소속 의사의 산부인과 입구에 낙태근절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져 있다.
권지은
프로라이프는 '낙태를 근절하고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는 의사와 시민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낙태근절 운동을 벌여오다가 법적 행동까지 나서게 됐다. 지난 4일 오후 프로라이프 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상덕씨를 그가 운영하는 서울시내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고발 조치를 계획하고, 알리는 과정에서 "불법낙태 시술을 하는 산부인과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심씨는 특히 여성계와 마찬가지로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정부의 사회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바꾸는 노력을 요구한 게 아니라, '법'의 원칙적인 적용을 요구했다. 이번 고발 조치를 취한 이유 역시 "낙태를 근절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은 정부에 압력을 넣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금 형법상으로 불법낙태를 시술하는 의사는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됩니다. 저희는 지금 법을 지키라는 겁니다. 법은 최소한의 윤리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 이상을 지키면 더 좋겠지만요." 심씨는 법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것이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여성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심씨에게 "지금의 법대로라면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 또한 처벌을 받게 되지 않느냐"고 묻자, "우리는 여성의 처벌을 바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여성에 대한 처벌을 바라는 건 아니에요. 이번 고발에 여성 얘기는 들어가 있지 않아요. 우리는 낙태하는 환경에 대해 말하려는 거죠. 물론 법이라면 여성도, 의사도 다 지켜야 하겠죠. 그런데 우리는 의사니까, 의사의 자성을 촉구하는 거예요. 또 여성이 처벌된다 하더라도 '200만 원 벌금형'이에요. 병원이 수술을 안 하게 되면 (여성이 낙태 여부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는 겁니다."
그는 만약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이 프로라이프에 "지금은 후회한다. 낙태 시술한 병원을 처벌해 달라"고 스스로를 제보해오면 "벌금 200만원을 대신 내줄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씨는 '타인이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을 고발할 시'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건 법원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출산을 하고, 안 하고의 권리?... "그런 건 없다" 심상덕씨는 이번 고발이 낙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사회에 낙태가 만연한 원인에 대해 사회경제적인 문제, 미혼모에 대한 편견 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계의 지적과 동일하다. 하지만 그 해법은 완전히 달랐다.
"낙태를 마음 놓고 하게 만들거나, 낙태를 막고 출산을 마음 놓고 하게 만들 거나, 이거 둘 중에 하나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는 낙태를 마음 놓고 하게 하지 말자는 겁니다. 낙태를 할 수 없게 되면 자연히 환경을 바꾸려고 노력하게 될 거 아닙니까." '낙태를 못하게 하는 것'과 '출산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의 연관성은 얼마나 긴밀할까.
"프로라이프에서 낙태와 출산환경 문제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어느 세월에 출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거냐"며 "낙태는 오늘 내일 일이 아니다"라고 답답하다는 듯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는 "여성에게 '출산을 안 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의 권리'는 모두 '임신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관계 전 성관계를 할지 말지를 선택하고, 피임을 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권리만 여성에게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 또한 "성관계와, 피임의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묻는 것이며, 이는 남녀관계에서 여성이 주체가 되지 못하게 하는 우리사회의 성문화적 측면에서 본다면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여성계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어째든 임신 후에는 당연히 출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 심씨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출산이 여성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심씨 "의무가 아니라 여성의 출산할 '권리'"라고 표현했다. 다만, 그가 말하는 권리에는 '선택'이 배제돼 있다.
프로라이프는 원칙적으로 모든 경우의 임신은 반드시 출산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강간의 경우까지 포함된다.
"(강간의 경우는) 지금 법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번 고발 때 고려하진 않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지 않다면 모든 출산이 장려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국가의 의무예요. … 성폭행이 나쁜 것이라서 낙태하는 것이라면, 나쁜 놈들은 다 죽여야 하는 것 아닙니까." 법으로 낙태를 금지할 경우, 당장 피해를 입는 여성이 발생할 수 있다. 심씨는 "일부 병원은 원래의 수술비 30~4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올려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낙태근절을 법적으로 접근할 경우에는 불법시술, 원정출산이 이루어져서 여성의 건강에 위협을 받는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그도 이러한 우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당장 여성들이 불편해질 거예요. 하지만 그들이 희생하면 그들의 자녀, 앞으로 임신할 수많은 여성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출산을 할 수 있어요. …우리 부모님들도 우리에게 희생하며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낙태를 금지시킨다고 여성들이) 죽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여성계] 여성의 '선택권'은?... "의사가 아닌 여성이 주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