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선거일인 19일 오전 서울 창천동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있다.
남소연
3연승 한나라당 vs 3연패 민주당의 '전국 대회전'이 '묻지마' 투표?특히 이번 선거는 처음으로 지방권력과 교육권력을 동시에 선출하는 선거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에 '차떼기당'의 오명과 2004년 탄핵의 역풍을 딛고 회생한 한나라당은 2006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까지 내리 3연승을 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처음으로 전국단위 선거에서 치욕적인 3연패를 당한 뒤에 맞는 첫 전국단위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둬야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선거임에도 유권자들은 후보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모른 채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전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까다로운 선거법과 그로 인한 후보자에 대한 정보 부족 탓이다. 후보에 대한 신상 정보가 부족하니 인지도가 약한 정치 신인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유권자는 어떤 후보가 좋은 후보인지를 고를 수가 없다. 특히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그리고 교육감 및 교육위원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묻지마' 투표 양상마저 우려된다.
지난 2007년 12월에 있었던 선거에 대해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대통령 선거만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만 있었던 건 아니다. '교육대통령' 선거도 있었다.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으로 2007년부터 임기가 만료된 각 시도 교육감을 직선으로 뽑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교육감 선거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선이라는 큰 이슈에 묻혀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한 탓이다. 그리고 더 많은 국민들은 2007년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실시된 경남, 울산, 제주, 충북의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대통령선거의 이명박 후보와 같은 기호(2번)를 받은 후보자가 모두 당선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대선 당시 의석수에 따라 기호 2번을 배정받은 이명박 후보와 같은 번호를 받은 시도 교육감 후보들이 모두 당선된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 있을까? 교육감 선거에서 기호는 후보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결정되는데 유권자 중 일부는 교육감도 정당에 따라 기호가 매겨지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 후보 캠프의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호에 따른 득실이 최대 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현직교육감이 떨어진 일부지역에서는 '현역 프리미엄'보다 '기호 프리미엄'이 더 셌다는 얘기가 나왔다.
선거도 잘 되면 '조상덕'이고 못 되면 '조상탓'?4개 시·도 교육감 선거는 그나마 대선과 함께 실시해 투표율은 높았다. 그러나 이듬해 실시한 부산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15% 정도였다.
한해 30조원이 넘는 교육예산을 집행하고 44만명의 초중고교 교원에 대한 인사 및 지휘권을 행사하는 16개 시도의 '교유대통령'이 국민 10명 중 한두 명만 투표하는 무관심 속에 결정된 것이다. 그래서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버지 성이 강(姜)씨면 당선 가능성이 크지만, 아버지 성이 황(黃)씨면 '말짱 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민주당 정세분석국장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을 지내고 정치컨설턴트로 활동중인 정창교(49)씨는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 곧잘 이런 우스갯소리를 한다. 그런데 농담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 선거에서 실제로 그랬다.
지난 연말에 개정되기 전의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투표용지의 정당-후보자 게재순위는 같은 선거구에 2인 이상을 추천하는 경우 후보자 성명의 '가나다' 순으로 기호를 배정했다. 즉, 국회에 의석을 갖고 있는 정당 추천후보의 경우 의석수에 따라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1. 한나라당 2. 민주당 3. 선진당 4.친박연대 등)를 부여받는데, 그 정당이 같은 선거구에 2인 이상의 후보자를 추천한 경우에는 후보자성명의 가나다순에 따라 '1-가, 1-나, 1-다' 등으로 표시했다.
이 규칙에 따르면 민주당 공천으로 출마한 후보가 강씨라면 '2-가'로 표시되지만 황씨라면 추천 후보수에 따라 '2-다'나 '2-라'로 표시되기 십상이다. 이 경우 '가' 후보와 '라' 후보 사이에는 아무런 우선순위의 차이가 없지만, 이런 사정을 잘 모르는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후보 가운데 '가' 후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기호변수' 때문에 선거에서 잘 되면 '조상덕'이고 못 되면 '조상탓'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 '날치기' 와중에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이 조항이 "같은 선거구에 2인 이상을 추천하는 경우 해당 정당이 정한 순위(예, 2-가, 2-나 등)에 따르되, 정당이 정하지 아니한 경우 선관위에서 추첨해 결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즉, 정당이 여성후보나 정치신인에게 배려하는 등으로 기호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거나, 적어도 후보자간의 추첨에 의해 기호를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