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쌓은 돌우물이 아름다운, 안성 이해룡고가

[전통가옥의 숨은 멋 엿보기 37]

등록 2010.02.08 12:05수정 2010.02.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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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채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에 자리한 이해룡 고가. 현재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73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이 집은 지은 지가 220년이 자난 고택이다. ⓒ 하주성


전국의 고택답사를 하면서 이 집만큼 아름답고 정리가 반듯한 집은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안성 남사당의 발상지이기도 한 청룡리는, 청룡호수를 끼고 들어간다. 방죽에 난 다리를 건너 고찰 청룡사를 항해 들어가면, '타라'라는 카페를 좌측에 두고 들어간다. 조금 더 가면 '풍물기행'이 보이고, 그 옆에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남서향으로 자리를 잡은 이해룡 고가가 있다.

안채의 상량문을 통해 정조 2년인 1797년에 건립된 것으로 확인된 이해룡 고가는, 지은 지가 220년이 지난 고택이다. 앞으로는 초가로 된 대문채를 - 자로 놓고, 안으로 들어가면 사랑채가 있다. 중문을 낀 사랑채를 들어서면, 안채가 ㄱ 자 형으로 사랑채와 연결이 되어 있어 ㄷ 자 형이다. 전체적으로는 한 쪽이 삐쳐 나온, 튼 ㅁ 자 형이다.


안담으로 구분한 대문채와 행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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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채 대문과 방, 그리고 부엌으로 꾸며진 대문채. 행랑채와 - 자로 되어 있으며, 안담으로 구분을 한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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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랑채 최근에 개축이 된 행랑채. 안채의 대청과 마주하고 있으며, 모두 다섯 칸으로 꾸며졌다. ⓒ 하주성


초가로 꾸민 대문채는 행랑채와 연결이 되어 - 자로 구성되었다. 대문채는 한 칸의 방과 부엌 그리고 대문으로 꾸몄는데, 행랑채와 연결이 되어 있다. 행랑채는 최근에 새로 꾸몄다고 하는데, 대문을 들어서면 안담을 경계로 해서, 대문채와 구별이 되었다. 행랑채는 모두 5칸으로 안채의 대청과 마주하고 있다.

행랑채는 네 칸의 방과 한 칸의 부엌으로 구성되었다. 담장을 낀 세 칸의 방 앞에는 좁은 툇마루를 놓았다. 새로 개축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해룡 고가는 대문채부터 남다르다. 처음 이 집을 찾았을 때 생각이 난 것은, 꼭 한 번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럴 정도로 이해룡 고가는 지금까지 보아오던 고택들과는 차이가 있다.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은, 이해룡 고가는 집 전체를 놓고 볼 때 군더더기가 없이 말끔하다는 것이다.  

중문을 붙들고 있는 사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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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청룡호수와 충북 진천으로 너어가는 산을 바라보고 있는 행랑채. 중문을 끝에 달고 있다. ⓒ 하주성


대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사랑채. 그저 화려하지도 않고, 꾸미지도 않았다. 앞쪽의 청룡호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높이 자리 잡은 이해룡 고가의 사랑채는, 호수와 산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이해룡 고가의 또 다른 특징은 사랑채와 안채가 연결이 되어 있으면서도, 남녀의 공간을 구분하여 놓았다는 점이다.     


이 집은 사랑채에 중문이 달려있다는 점이 남다르다. 안채를 들어가는 중문이 사랑채의 끝에 자리를 한다. 사랑채는 모두 네 칸 반으로 꾸며졌으며, 남쪽으로는 툇마루가 딸린 온돌방이 있다. 중문 안으로 들어가면, 이 온돌방에 불을 떼는 아궁이가 대문 안에 있다. 툇마루는 사랑채 앞쪽에 전체적으로 넓게 깔았으며, 북쪽의 마루방은 안채의 건넌방과 연결이 되어 있다.       

깔끔한 안채의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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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넌방 안채의 건넌방은 사랑채와 이어져 있다. 툇마루를 높임마루로 하고 그 밑에 아궁이를 두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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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 이해룡 고가의 대청은 꾸밈이 없이 시원하게 두 칸으로 마련하였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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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안방과 부엌. 두 칸으로 낸 부엌은 넓은 까치구멍을 내어 시원하게 보인다. ⓒ 하주성


지은 지가 220년이 지난 이해룡 고가. 물론 그동안 많은 보수를 하였겠지만, 이 집만큼 깔끔하게 느껴진 고가는 처음이다. 안채는 ㄱ 자형으로 꾸며졌다. 사랑채와 연결이 된 건넌방은 앞에 높은 툇마루를 놓고, 그 밑에 아궁이를 두고 있다. 두 칸의 대청은 시원하게 트였는데, 겨울철의 바람은 - 자로 놓여있는 행랑채가 막아줄 것 같다. 조금 높게 자리를 한 안채는 건넌방, 두 칸 대청, 그리고 안방에서 꺾어 두 칸의 부엌으로 꾸며졌다. 

부엌은 문 쪽을 판자벽으로 막았으며, 앞뒤로 낸 까치구멍은 창살을 넓게 띠어놓아 시원해 보인다. 안방의 뒤에는 작은 툇마루를 놓았을 뿐, 여느 집에서 보이는 많은 툇마루는 보이지를 않는다. 이렇게 뒤로 복잡하게 낸 툇마루가 보이지를 않아, 집 전체가 말끔하게 보이는가 보다.

안방과 대청, 건넌방의 뒤로는 기와로 꾸민 키 작은 굴뚝이 서 있다. 이렇게 뒤뜰에 나란히 서 있는 굴뚝이, 자연스럽게 이 집을 꾸며내고 있다. 집의 구성이나 배치가 참으로 단아하다. 집은 집 주인의 심성을 닮는다고 했다던가, 주인의 심성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막돌로 쌓아올린 우물과 담, 최고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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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채 부엌 뒤에 자리한 우물. 돌을 막 쌓기를 하였다. 너와 지붕이 인상적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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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박 막 쌓기를 한 우물 안에 두레박이 걸려있다 ⓒ 하주성


안채 부엌의 뒤로 돌아가면 너와로 지붕을 얹은 우물이 있다. 우물에는 아직도 두레박이 달려있는 것이 운치를 더한다. 그런데 이 우물을 쌓은 것이 색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물은 돌을 정리를 하고 백회 등으로 바르는데, 이해룡 고가의 우물은 그냥 돌을 막 쌓기를 했다. 우물 안도 역시 마찬가지다. 흡사 멀리서보면 돌무지처럼 보인다.

하나의 우물이 이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집 주위를 두른 담장도 마찬가지다. 마치 축성(築城)을 한 듯, 돌로 담장을 쌓았다. 전체적으로 이해룡 고가는 정형화를 시키지 않았다. 자연 그대로의 석 재료를 이용한 집의 건축방식.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 집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아마 내가 한옥 집을 짓는다고 하면, 이해룡 고가와 같은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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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안채의 뒤편에 나란히 서 있는 키 작은 굴뚝. 굴뚝이 이해룡 고가를 더욱 편안하게 해준다. ⓒ 하주성


현재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73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안성 청룡리의 이해룡 고가. 언제인가 아주 오래전에 남사당에 대한 책을 안성시(당시는 안성군)에서 의뢰를 받아, 이 곳 청룡리를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 그때 만나 뵌 어르신이 바로 이 집에서 사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남사당패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릴 때, 곡식을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도. 그러고 보니 이 집과는 꽤 오래 된 인연이 있었던 것만 같다.

사랑방 대청에 앉아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를 내다본다. 이 집의 사랑채가 왜 이리 앉았는지 알 것만 같다. 청룡호수의 물안개와 진천으로 넘어 가는 산봉우리에 구름이 걸리는 날, 다시 한 번 찾고 싶다.
#이해룡 고가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 #1797년 #문화재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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