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제 신앙 대상인 남근 세 개

[일본 간사이 지역을 찾아서 47]시가켄 오츠시 신멘 마을의 산신제

등록 2010.02.10 11:10수정 2010.02.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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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근을 닮은 선돌 세 개가 오츠시 가미다가미 신멘쵸 산신제의 신앙 대상입니다. 한 가운데가 할머니 산신, 양 옆이 할아버지 산신입니다. 각 선돌 앞에는 정어리 한마리, 연어 한 토막, 밥, 술 등이 놓여있습니다. 대나무와 볏짚은 제물을 정리하여 두는 것인데 모두 생략하고 올려놓기만 했습니다. 맨 앞 오른 쪽에 초가 세 개 놓여 있는데 모두 타고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 박현국


일본 시가켄 오츠시 남동쪽에 자리 잡은 신멘(新免)마을에서는 해마다 2월 첫 호랑이날이 되면 마을 뒷산 입구에 있는 고분군 앞에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이 산신제는 마을 사람의 평안과 풍년, 자손 번영을 기원하여 치르는 의식입니다. 대체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바쁘기 때문에 해마다 당번제로 마을 사람 가운데 세 명을 뽑아서 일년간 산신제를 맡아서 치릅니다.

신멘 마을은 모두 52세대가 사는데 그 가운데 42세대가 예로부터 살아온 니시무라(西村) 씨족 마을입니다. 신멘 마을은 마을 뒤 동남쪽으로 당산이 있고, 마을 앞 북서쪽으로 다가미(田山)분지에 논이 펼쳐져 있고 다이도(大戸)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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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에 참가하여 과자를 받은 어린이가 산신 앞에 가서 간단히 예를 표하고 있습니다. 오후 4 시 무렵 열리는 산신제에 52가구가 사는 마을에서 산신제에 참가한 사람은 당번 세 사람, 어린이 두 명이 전부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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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가 열리는 곳 가까이에 세워 놓은 고헤입니다. 고헤는 제장 부근이 신성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신을 맞이하는 의미를 지닙니다. 고헤는 우리나라 무당 굿에서 무당이 들고 춤을 추는 지전과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 박현국


올해는 2월 첫 호랑이 날이 9일이었습니다. 9일 점심을 마치고 마을 산신제 당번인 니시무라씨는 산신제를 지낼 제장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제장에 제물을 진설했습니다. 제장 주변은 고분군으로 밝혀진 곳입니다. 누가 언제 무덤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고대 고분시대(AD. 3 세기 중반- 7 세기 말) 무덤으로 추정됩니다.

제의는 형식적인 절차 없이 제물을 갖추어 놓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제물은 고분군 앞 선돌 세 개가 있는 곳에 차려 놓습니다. 가운데 선돌이 여신이고, 양옆에 있는 선돌이 남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선돌 생김새가 남근과 비슷합니다. 남근을 신앙 대상으로 숭배하는 곳은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라북도 정읍시 칠보면 원백암 남근석이 유명합니다. 선돌 앞에 정어리 세 마리, 연어 세 토막, 주먹밥, 술, 촛불 등을 차려 놓았습니다. 제물 가운데 생선은 옛날에는 주로 만세기를 올렸는데 최근 정어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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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가 열리는 고무덤 군 건너편 산등성이에 자리 잡은 부동존(不動尊)입니다. 큰 바위 일부를 집 안으로 들어 오도록 집을 지어서 섬기고 있습니다. 집안에는 큰 바위를 섬기는 부동존(不動尊)과 나라켄 오미네산신을 믿는 행자존(行者尊)이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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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를 지내는 제장 건너편에 있는 돌무덤입니다. 제보자(니시무라 후미오, 61 세)에 의하면 50 여년 전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이 돌무덤 속에 들어가서 놀기도 했다고 합니다. 신신제를 지내면서 이 돌 무덤 주위에 화살을 꽂아둡니다. 아마도 이 화살은 남성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신신제 중심신이 할머니 신 즉 여성이라는 측면에서 화살이 상징하는 남성성은 결국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인간 마음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박현국


옛날 마을 사람들이 정성을 모아 성심껏 지냈을 산신제이지만 이제 마을 사람들의 신앙심도 약해지고, 바쁜 생활에 쫓기어 찾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참가자는 산신제를 맡은 당번 3사람,  조사자 일행 7명, 그리고 마을 어린이 두 명이 전부였습니다.

인간은 하늘을 섬기는 천신 신앙과 바다를 섬기는 해양 숭배 신앙이 있습니다. 대륙에서 출발한 민족은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산이나 산신을 섬기며, 남쪽 해양 민족은 바다 저쪽에서 자신을 도와주는 신이 있을 것이라는 관념이 강합니다. 신멘을 비롯한 시가켄 곳곳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대륙 영향이 강합니다. 다만 제물 가운데 새우나 생선을 꼭 올리는 것으로 보아 바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신멘 산신제 #오츠시 가미다가미 신메쵸 #남근석 #부동존 #고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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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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