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2.11 20:13수정 2010.02.1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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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 다시 창밖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습니다. 밤눈이었습니다. 오늘(11일) 새벽 2시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 것을 보고 침대에 들었으니 새벽에 내린 눈만으로 헤이리를 눈으로 뒤덮은 것입니다.
자국눈(발자국이 날 정도로 적게 내린 눈)의 수준의 훨씬 넘는 양입니다.
어제와 그제는 가랑비가 내렸습니다. 그 가랑비가 가랑눈으로 바뀐 것입니다.
어제 자유로를 달리다가 수북하던 성엣장까지 모두 녹은 한강 하류의 풍경을 보면서 안상규화백께서 말했습니다.
"이제 봄이 가깝지요? 추위가 있을까요?"
딱히 대답이 필요 없는 독백 같은 물음이었지만 저는 그 느낌에 동의하는 답을 했습니다.
"피는 꽃을 샘 부리는 '꽃샘'정도만 남았겠지요."
가랑비가 온 후의 젖은 도로를 달리고 있었지만 날씨까지 푹해서 봄인 듯싶었습니다. 오늘 눈은 마치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조물주가 '너무 성급하구만. 아직은 겨울일세!'라고 대화를 잇는 듯싶습니다. 아무튼 다시 백색의 세상을 대면하는 것이 나쁘진 않습니다.
저의 이웃집, '언덕위의 그림자'에 흩날리는 가루눈을 통해 흐릿해져가는 이번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화들짝'다시 생각나게 했고, 주목나무에 수북이 쌓인 눈은 그 추위 속에서도 벽난로 옆에서 나누었던 이웃 간의 소담한 대화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정원의 철쭉나무는 연분홍꽃을 피우기에 앞서 다시 흰꽃을 가득 피웠습니다. 까치는 자작나무 끝에서 오랫동안 눈밭은 감상하고 며칠간 보이지 않던 딱새는 다시 서재앞 좀작살나무를 찾아왔습니다.
무궁화나무 가는 가지위의 눈갈기와 장독대위의 잣눈도 한겨울의 폭설과는 달리 두려움 없이 바라볼 수 있습니다. 곧 '봄눈 슬듯'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을 앞두고 경상도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아간 아들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눈 때문에 내일 버스가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데요."
아마 남도의 고향에도 한날에 풍년을 기약하는 눈이 내렸나 봅니다.
오후 들어서는 내린 눈이 녹으면서도 포슬눈(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눈)으로 바뀌어 강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티프원의 천사의 나팔꽃잎의 초록색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 때이므로 이번 눈은 아무래도 봄을 시샘하는 눈이지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과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2010.02.11 20:13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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