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에 굴려야 맛이 싹 달라져, 내 스타일이여~"

겨울철 입 궁금할 때 최고의 간식거리 '찹쌀떡'

등록 2010.02.15 12:18수정 2010.02.15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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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잊지 못하고 기억할 정도로 장모님이 만든 찹쌀떡 맛은 정말 유별났다. ⓒ 조찬현

평생 잊지 못하고 기억할 정도로 장모님이 만든 찹쌀떡 맛은 정말 유별났다. ⓒ 조찬현

입이 궁금해지는 야심한 밤이면 문득 찹쌀떡 장수가 그리워진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찹쌀 떠~억!' 외치는 소리를 간간이 들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귀를 쫑긋 세워도 찹쌀떡장수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기억의 저편에서 '찹쌀 떠~억!' 하는 외침이 아련하게 꿈결처럼 들려올 뿐이다.

 

장모님은 찹쌀떡을 잘 만드셨다. 장모님이 손수 빚은 찹쌀떡을 한 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에 깜빡 간다. 평생 잊지 못하고 기억할 정도로 장모님이 만든 찹쌀떡 맛은 정말 유별났다. 처갓집은 가족들이 모이는 날이면 으레 찹쌀떡을 해먹곤 한다. 이번 설날에도 장모님표 찹쌀떡을 빚었다. 장모님이 병원에 입원해 계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맛을 재현하려 모두들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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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을 삶은 뒤 껍질을 다 제거하여 팥소를 만들었다. ⓒ 조찬현

팥을 삶은 뒤 껍질을 다 제거하여 팥소를 만들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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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소로 찹쌀떡에 넣을 경단을 만들었다. ⓒ 조찬현

팥소로 찹쌀떡에 넣을 경단을 만들었다. ⓒ 조찬현

팥소로 넣을 경단을 만들었다. 장모님표 찹쌀떡은 경단도 아주 특별하다. 일반 떡에는 팥을 삶아 그대로 사용하나 장모님표는 팥을 삶은 뒤 껍질을 다 벗겨내어 팥소로 사용할 경단을 만든다.

 

찹쌀은 물에 불려 방앗간에 가져가 빻은 뒤 찹쌀가루반죽을 만들었다. 찹쌀떡은 고물을 묻혀 시루에 쪄내기도 한다. 하지만 장모님표 찹쌀떡은 잘 치댄 찹쌀가루반죽에 단팥 소를 넣어 둥글게 만든다. 쫀득한 맛이 일품인 찹쌀떡은 하나만 먹어도 배가 든든해진다.

 

예전에 찹쌀떡은 찹쌀로 밥을 한 다음 절구통에 넣고 떡메로 쳐대며 반죽을 뒤척여야만 했다. 찹쌀밥이 골고루 쳐지면 손으로 찹쌀가루반죽을 떼 내어 콩가루를 묻혀 적당한 크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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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가루반죽은 오래 치댈수록 쫀득하니 맛있다. ⓒ 조찬현

찹쌀가루반죽은 오래 치댈수록 쫀득하니 맛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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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가루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 팥소 경단을 넣은 후 손으로 매만져 예쁘게 만든다. ⓒ 조찬현

찹쌀가루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 팥소 경단을 넣은 후 손으로 매만져 예쁘게 만든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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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녹말가루에 찰떡을 굴리는데 덜 맛있어. 콩가루에 굴려야 맛이 싹 달라져, 내 스타일이여~" ⓒ 조찬현

"원래 녹말가루에 찰떡을 굴리는데 덜 맛있어. 콩가루에 굴려야 맛이 싹 달라져, 내 스타일이여~" ⓒ 조찬현

요즘은 방앗간에 찹쌀을 불려서 가져가면 쉽게 해결된다. 찹쌀가루반죽은 오래 치댈수록 쫀득해지기 때문에 방앗간에 가면 오래 쳐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방앗간에서 찹쌀가루반죽을 만들어와 적당한 크기로 떼어내 미리 만들어놓은 팥소 경단을 넣은 후 손으로 매만져 예쁘게 만들었다. 동그란 찹쌀떡에 녹말가루나 콩가루를 고루 묻혀 마무리한다.

 

일반적으로 찹쌀떡은 녹말가루로 마무리하나 콩가루에 굴려낸 것보다는 맛이 덜하다. 고소한 콩가루에 마무리해야 특별한 맛이 살아난다고.

 

"원래 녹말가루에 찰떡을 굴리는데 덜 맛있어. 콩가루에 굴려야 맛이 싹 달라져, 내 스타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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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김지민)가 엄마 품에 안겨 찹쌀떡 만드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조찬현

아이(김지민)가 엄마 품에 안겨 찹쌀떡 만드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 조찬현

최근에는 모싯잎 송편으로 유명한 영광의 한 기업이 모싯잎 찹쌀떡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집에서 만들어먹는 찹쌀떡와플도 인기다. 붓으로 기름을 골고루 바른 와플 틀에 찹쌀가루반죽을 넣고 잘 익혀주면 찹쌀떡와플이 된다. 고소하고 쫀득한 맛에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겨울철 입이 궁금할 때 최고의 간식거리였던 추억의 찹쌀떡, 오랜만에 온가족이 함께 모여 찹쌀떡을 만들어보자.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2.15 12:18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찹쌀떡 #옛 추억 #설 #방앗간 #절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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