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하르방이 이추룩 귀여워도 되는거라?"

대정골 돌하르방을 소개합니다

등록 2010.02.19 17:25수정 2010.02.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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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만에 찾은 대정골. 이곳은 제주, 성읍 지역과 더불어 조선 시대에 있었던 3개의 읍성 가운데 하나이다. 대정현에 해당하여 대정현성이라 부른다. 성읍은 정의현이다. 성읍 지역에 비해 성의 복원이 제대로 마무리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짧지 않은 구간을 성벽이 자리하고 있다.

a 대정현성의 일부 마을 안에 자리잡았다.

대정현성의 일부 마을 안에 자리잡았다. ⓒ 이광진


이 곳에도 다른 두 지역과 마찬가지로 성문 앞에 세웠던 돌하르방 12기가 남아 있다. 급격한 도시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들도 대부분이 원래 자리에서 벗어나 있다. 다만 제주시의 경우와는 달리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은 위안 삼을 일이다. 대부분이 대정읍 보성리에 있고, 인접한 안성리에 2기가 있다. 마을 안을 산책하듯이 걷다 보면 모두 쉽게 만나 볼 수 있다.


a 마을에서 본 풍경 야트막한 지붕을 지닌 한적한 시골 마을 풍경이다.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마을에서 본 풍경 야트막한 지붕을 지닌 한적한 시골 마을 풍경이다.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 이광진


대정골 돌하르방은 평균키를 계산해보면 가장 작다. 제주시, 성읍, 대정 순인 것이다. 대정 돌하르방 가운데 가장 큰 것은 145cm, 가장 작은 것은 103cm이다. 생김새도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데, 제주시의 경우는 큰 키와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풍모가 위엄을 드러내고자 하는 반면, 대정과 성읍의 경우는 키도 그다지 크지 않고 표정도 위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a 제주시 돌하르방 자세와 표정이 무인의 기상을 드러낸다. 제주시청 소재.

제주시 돌하르방 자세와 표정이 무인의 기상을 드러낸다. 제주시청 소재. ⓒ 이광진


성읍 지역의 경우는 다음에 다룰 기회를 갖기로 하고 이 곳 대정 지역의 돌하르방을 살펴 보기로 한다.

대정 돌하르방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눈'을 들 수 있다. 마치 '도너츠'를 박아 놓은 듯한 눈은 동심원 두 개를 그어 놓아 표현하였다. 이런 표현의 눈은 마치 만화 주인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크지 않은 키와 단순히 처리한 팔과 손과 더불어 그 느낌은 더욱 커진다.

보는 이는 "돌하르방이 이추룩(이렇게) 귀여워도 되는거라?" 라고 함 직도 하다. 할아버지더러 귀엽다고 하는 말은 욕일까, 칭찬일까? 이렇게 도드라진 눈을 가진 사람을 '뺄롱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했으니, '뺄롱이 돌하르방'이라 불러야겠다.

a 대정 돌하르방 눈이 도드라진다.

대정 돌하르방 눈이 도드라진다. ⓒ 이광진


어쨌든 이런 표현방식은 제주시에 있는 서자복, 동자복 두 미륵과 유사한 것으로, 두 석상들간의 연관 관계를 고민해볼 거리를 제공한다.


a 서자복과 동자복 각각 제주시 용담동과 건입동에 있는 돌미륵이다. 고려시대의 것이라 대정 돌하르방에 영향을 주었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서자복과 동자복 각각 제주시 용담동과 건입동에 있는 돌미륵이다. 고려시대의 것이라 대정 돌하르방에 영향을 주었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 이광진


두 손을 맞잡은 형태도 이 곳 12기 가운데 한 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a 대정 돌하르방 두손을 가지런히 맞잡은 형태를 보인다.

대정 돌하르방 두손을 가지런히 맞잡은 형태를 보인다. ⓒ 이광진


마치 목도리를 두른 듯하거나 두툼한 것이 대칭으로 목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식의 표현을 한 독특한 돌하르방도 더러 보인다. 어떤 복식을 설명하려 한 것인지 확인이 가능하다면 이 지역 돌하르방의 근연관계를 밝히는 단서가 될 법하다.


a 대정 돌하르방 목 뒤쪽에서 이어지는 두툼한 띠가 대칭으로하여 가슴 아래까지 이어진다.

대정 돌하르방 목 뒤쪽에서 이어지는 두툼한 띠가 대칭으로하여 가슴 아래까지 이어진다. ⓒ 이광진


또한 이곳 돌하르방은 다른 지역의 것에 견주었을 때 받침돌이 있는 경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몇몇 돌하르방의 아랫부분을 살펴보면 다듬은 흔적이 보이는데 받침돌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도 있겠다.

비록 원래 자리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 곳 돌하르방들은 이 곳 사람들과 함께 숨쉬며 공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 이유는 제주시의 경우와 달리 큰 도심을 이루지 않은 야트막한 높이의 지붕을 지닌 민가 지역에 주로 위치하였기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a 무말랭이와 돌하르방 한적한 시골 풍경을 보여준다

무말랭이와 돌하르방 한적한 시골 풍경을 보여준다 ⓒ 이광진


물론 그 바람에 시멘트 바닥과 붙여 버렸다는 점, 그 위에 다시 길을 보수하면서 콘크리트를 발라놓았다는 점 따위는 문화재를 아끼는 심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a 대정 돌하르방 이어지는 도로 공사는 돌하르방을 지하로 숨어들게 한다

대정 돌하르방 이어지는 도로 공사는 돌하르방을 지하로 숨어들게 한다 ⓒ 이광진


각 지역마다 특성을 지닌 돌하르방, 그 가운데 대정골 돌하르방은 '귀엽다'는 특성을 내세워 이 지역의 상징물로 내세울 만도 한 일이다. 그 전에 제대로운 보존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주도 #대정 돌하르방 #돌하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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