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문서로 2월 18일자로 학교에 온 공문을 보면 공문 제목이 '2010학년도 교과학습 진단평시행을 위한 기초자료 제출'인데, 내용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평가 교과 및 범위를 갑자기 변경하겠다는 것입니다.
경기도 교육청이 3월 진단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처음으로 밝힌 자료는 12월 31일자로 온 '2010학년도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행일 알림'입니다. 이곳에는 초3 진단학습 교과가 국어(읽기, 쓰기), 수학(셈하기)으로 되어 있었고, 범위도 '1, 2학년 전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진단 평가 교과 및 범위를 변경한다는 이번 공문에도 변경하는 교과와 범위만 통보해 왔을 뿐 진단평가를 스무날 정도 남겨둔 지금까지도 '진단평가 시행계획'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18일에 온 공문에조차도 '세부시행 계획은 추후 알림'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 얘기를 하고 있지만, 이 상황은 경기도 교육청만이 아니라 16개 시도 교육청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현장교사들은 학교에서 필요한 교육활동을 하려면 사전에 서로 의논해서 시행 계획을 마련해서 관리자의 결재를 받은 다음, 교육활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리고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단지 학교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마땅히 거쳐야할 기본 과정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진단평가는 학교 자율로 실시하는 것도 아니고, 경기도 전체 3, 4, 5학년 어린이를 대상으로 보는 일제고사인데, 진단 평가 실시 공문은 두 번이나 학교에 내려 보내면서, 게다가 처음 계획과 달리 마지막에 교과와 범위까지 변경하는 공문을 내려 보내면서 아직까지 세부 시행계획이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 의아합니다. 그래서 더욱 3월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누가 실시하려고 하는지 의문이 커집니다.
처음부터 진단평가를 위한 뚜렷한 목적을 갖고 진단평가 시행 계획을 제대로 작성해서 시행했다면 중간에 평가 교과와 범위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진단평가는 물론 모든 평가에서 평가 목적에 따라 평가 교과와 평가 범위를 정하는 것은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입니다. 평가 목적에 따른 교과와 범위에 따라 평가문항 출제도 이루어지니까요. 또 하나 평가 교과와 범위는 평가 대상자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경기도 교육청은 경기도 전체 어린이를 대상으로 일제히 실시하는 중요한(?) 평가를 시행계획도 내려 보내지 않은 채 실시하려하고 있고, 또 중간에 교과와 범위를 변경하는 잘못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잘못은 처음부터 진단평가의 목적을 잘못 잡았다는 증거입니다.
3월초 진단평가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평가입니까?
그래서 경기도 교육청 쪽에 몇 가지 여쭤 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경기도에서 실시할 계획으로 있는 3월 9일 진단평가는 시도교육청 권한으로 실시할 수도 있고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도 (게다가 경기도 교육청은 앞으로 일제고사를 폐지하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리기까지 하면서) 경기도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시도도 같은 날 같은 평가지로 일제히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시도와 함께 똑같은 평가지로 시험을 보겠다는 것은, 경기도 교육청이 이번 평가와 평가지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나 현장교사 경력 28년이 된 제가 보기에는 이번에 실시 계획인 진단평가는 여러 가지로 진단평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봅니다. 진단평가는 개학하는 그날부터 시작해서 한번으로가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새 학기 시작한지 일주일이나 지나서 실시하는 것도 그렇고, 평가유형이 사지선다형만으로 특정 교과만 실시하는 것만 봐도 이미 진단평가로서 의미를 상실한 평가라고 봅니다.
게다가 자신이 가르칠 반 진단평가를 가르칠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출제해 준 문항으로 평가를 하고, 그것도 지역과 학교에 따라 교육환경이 다 다른데도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가 똑같은 평가지로 진단평가를 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경기도 교육청은 오늘 현재까지는 진단평가를 실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기도 교육청은 이번 평가가 어떤 점에서 진단평가로 신뢰를 할 수 있었기에 진단평가를 실시하기로 결정하신 것입니까? 실시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밝혀 주십시오.
또 하나, 진단 평가 대상에 대한 것입니다. 이번 진단평가 대상학년을 보면, 3학년이 작년과 다르게 추가되고, 6학년은 빠져 있습니다. 진단평가가 중요하다고 봐서 어찌보면 경기도 교육청이 일제히 강제(?)로 실시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왜 6학년은 이번 진단평가 대상에서 제외 되게 된 것인지요?
이번엔 진단평가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이번에 시행 공문을 보면 평가 유형이 영어만 듣기 평가가 있고, '모든 교과 4지선다형' 30문항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과연 이 평가유형이 진단평가 유형으로서 알맞다고 보고 계시는 건지요?
평가 문항에 대한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일제고사로 실시된 평가 문항을 분석해 왔는데, 일제고사로 아이들에게 실시한 평가문항이 평가 목적을 제대로 이룰 수 없는 문항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경기도가 실시하고자 하는 진단평가 문항은 어느 기관에서 누가 출제하는지요?
최근에는 교과서 집필도 그렇고 책임운영제의 하나로 곳곳에 실명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보면 집 앞 도로공사를 하더라도 책임자 이름과 연락처를(어느 곳에서는 책임자 사진까지) 꼭 밝혀두더군요. 저는 평가문항 번호마다 실명을 밝혀야한다고 보는데, 번호마다는 아니어도 적어도 이번 평가문항을 출제한 사람들 단체와 이름은 꼭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진단평가 문항을 출제한 사람들이 소속한 단체와 참가한 사람들 이름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경기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썼지만, 3월 9일에 일제고사로 진단평가를 볼 계획을 가지고 있는 모든 교육청에 똑같이 드리는 질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번에 올린 글과 마찬가지로 이 글 역시 경기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민원으로 올렸습니다. 아직 지난 번에 올린 글에 대한 경기도 교육청의 얘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2010.02.21 14:08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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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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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초 일제고사,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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