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준수 옥주현 제시카...어떤 뮤지컬 볼까

뮤지컬의 힘은 어디에서? <모짜르트> <시카고> <금발이 너무해>

등록 2010.02.23 16:56수정 2010.02.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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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 뮤지컬 <모차르트>중 성당 안의 모차르트(좌), 황금별을 부르고 있는 남작부인(우) ⓒ (주)EMK뮤지컬컴퍼니


유명스타 가수가 나오는 뮤지컬이 유행이다. 작년 <올슉업>의 손호영(god), 뮤지컬<시카고>와 <브로드웨이42번가>의 옥주현(핑클)과 인순이, <금발이 너무해>의 제시카(소녀시대), <홍길동>의 예성과 성민(슈퍼주니어) 등 최근 대극장 뮤지컬 분야에선 줄줄이 아이돌 스타가수 출신이 주연을 맡은 공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처럼 전혀 스타가수 출연없이 작품성과 기량이 뛰어난 뮤지컬 배우들만으로 인기를 끄는 뮤지컬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스타가수의 출연과 뮤지컬의 흥행 사이에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진짜 아이돌스타가 나오기 때문에 잘 되는 걸까?


<모차르트>의 가장 큰 매력은 아이돌 스타가 아닌 노래의 힘

지난 21일, 한국초연 뮤지컬<모차르트>의 서울공연이 끝났다. 국내 최초의 오스트리아산 뮤지컬이기도 한 이 공연은 동방신기의 멤버인 시아준수(본명 김준수)가 주연 모차르트 역을 맡아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예매가 시작되어 얼마 되지 않아 시아준수가 출연하는 공연은 전석이 매진됐다. 대중 장르인 뮤지컬 팬들에겐 클래식 음악가인 모차르트의 음악인생 이야기가 좀 거리감 있게 느껴졌을 법함에도, 레게머리를 하고 청바지를 입은 모차르트에 인기 아이돌가수 그룹 출신의 시아준수가 나온다는 그 자체로 꽤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 <모차르트>가 국내초연에서 성공한 결정적인 힘은 아이돌 스타인 시아준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 <모차르트>가 가진 훌륭한 노래들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본다. 시아준수가 나오는 공연들 표는 벌써 동방신기 팬들에 의해 매진이 되었지만 정통 뮤지컬 마니아들은 오히려 임태경, 박은태, 박건형 등이 나오는 공연을 보고서 기립박수와 함께 브라보!를 외쳤다.

기자의 경우 원래 뮤지컬보다는 클래식 음악쪽에 훨씬 더 애정을 가진 클래식 마니아지만 유독 모차르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천재 음악가답게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등 1000여 곡의 작품을 남겼지만 좋아하는 곡이 단 한곡도 없는 사람에겐 영화 <아마데우스>조차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살리에르와의 갈등을 잘 표현한 드라마로밖에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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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 하이라이트 뮤지컬 <모차르트>에는 '황금별 Gold von den Sternen'을 비롯, '내 운명 피하고 싶어 We wird man seinen Schatten los', '나는 나는 음악 Ich bin ich bin Musik' 등 훌륭한 곡들이 많다. ⓒ (주)EMK 뮤지컬컴퍼니


뮤지컬<모차르트>는 두 번 보았는데 공연이 시작된 아주 초기에 처음 보았을 때는 너무 나열식으로 그의 생애를 펼쳐놓은 듯 보였다. 모차르트와 아버지와의 갈등, 영주 및 사회 체제와의 갈등 등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가 왜 꼭 그 젊은 나이에 죽어야 했는지 선뜻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다만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의 신영숙이 '황금별'을 불렀을 때 나도 모르게 브라보! 하는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공연이 끝났을 때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이 기립하여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날 모차르트 역은 임태경이 맡았었다.

두번째 본 <모차르트>에서도 임태경이 주연을 맡았었는데 처음 보았을때는 남작부인의 '황금별 Gold von den Sternen', 콘스탄체의 '난 예술가의 아내라 Irgendwo wird immer getanzt', 난넬의 '왕자는 떠났네 Der Prinz ist fort', 난넬과 레오폴트의 '끝나지 않은 음악 있을까 Gibt es Musik' 등 다른 배역들에게 훌륭한 노래들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주연인 모차르트가 부른 '나는 나는 음악 Ich bin Ich bin Musik', '내 운명 피하고 싶어 Wie wird man seinen schatten los', 모차르트와 콘스탄체의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Dich kennen heisst dich lieben' 등도 인상 깊게 들려왔다. 역시 '황금별'이 가장 좋았고 적게 잡아 5곡, 많게는 10곡 이상의 훌륭한 곡들이 많았다.


뮤지컬<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으로 인해 스스로 열등감에 사로잡힌 살리에르와의 대립을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와 달리 모차르트라는 한 뛰어난 천재의 사회적 고립과 저항, 아버지 레오폴트와의 관계 등 인간 내면에 촛점을 맞춘 새로운 해석, 반항아적인 기질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모차르트만 레게머리와 청바지를 입히면서 다른 인물들에겐 충실하게 그 시대에 맞는 의상을 입힌 점, 모차르트를 아마데와 모차르트 둘로 분리하여 자아를 표현한 것 등 칭찬할 만할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가장 뛰어난 점은 훌륭한 곡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그것도 주연인 모차르트만이 아니라 콘스탄체, 레오폴트, 난넬, 남작부인, 영주 등에 골고루 최소 한곡씩은.

다만 무대전환을 위해 너무나 잦은 암전이 있어 관객들의 지속적인 몰입에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점, 기대에 비해 그렇게 월등하지 않은 무대나 조명, 각 에피소드들이 완벽한 인과관계에 의해 연결되었다기보다는 나열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 등이 약간의 부족한 점이라 할 수는 있겠으나 극 전체에 펼쳐진 노래들 자체의 우수함과 이를 매끄럽게 소화해낸 캐스팅, 27인조 오케스트라의 활약 등으로 인해 크게 모자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한국어 버전 OST에 난넬과 레오폴트가 부른 '끝나지 않은 음악 있을까 Gibt es Musik'이 단지 연주곡으로만 있는 것이었다.

뮤지컬<모차르트>의 서울공연은 이제 끝났고 대구(2.26~3.7), 창원(3.13~14), 부산(3.27~28)의 지방공연이 남아있다. 앞으로 남은 공연 중 시아준수는 대구공연에만 출연하는데 굳이 시아준수의 팬이 아니라면 그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임태경이나 박은태, 박건형 등의 가창력이나 연기가 결코 그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밥 파시 안무가 관능적 어둠의 세계로 이끄는 <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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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시카고> 두명의 악녀 여주인공을 맡은 록시의 옥주현, 벨마의 인순이 ⓒ 신시컴퍼니


뮤지컬 <시카고>는 가장 색깔이 뚜렷한 뮤지컬이다. 짙은 어둠의 블랙과 관능의 핑크빛. 1920년대의 어두운 사회상을 실랄하게 풍자하고 있다지만 실상 지금의 한국 현실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원작자 밥 파시의 연출과 안무, 존 켄더(John Kander)와 프레드 엡(Fred Ebb)의 재즈음악 선율이 한치의 빈틈도 없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내는 탓에 관객들은 이것이 풍자라고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객석에 앉아있는 잠시 동안에라도 마치 어둠속 관능의 유혹 속에 빨려들어가 벨마와 록시가 벌이는 희대의 사기재판극에 공범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정말 많은 종류의 다양한 뮤지컬들이 있지만 <시카고>처럼 시종일관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 단순한 무대에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걸치고 있는 의상조차 오로지 검정으로 통일된 미니멀리즘에, 범죄를 저지른 두명의 여주인공이 끝내 무죄판결을 받아내어 그들이 원하는 무대에 서게 된다는 간단한 이야기가 이토록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은 극의 짜임새 자체가 매우 정교한데다 극히 절제된 색감을 배경으로 화려한 안무가 시종일관 관객들의 눈을 지루하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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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시카고>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지난 1월 12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뮤지컬<시카고>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All That jazz'에서 'We Both Reached fot the Gun'까지 ⓒ 문성식


두 명의 여주인공 록시와 벨마는 일반적인 뮤지컬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매우 사악한 범죄자들이다. 사실 그 사악함이란 게 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이성보다는 그냥 동물적 본성에 충실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감정 자제가 안 되어 살인을 저질렀고 그래서 들어온 감옥에선 단지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한 것에 불과하다 볼 수 있다.

여자들 사이에서의 질투심과 경쟁, 죄수들간의 서열관계, 간수에 대한 상납과 특혜 등 감방 밖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일뿐, 바깥 세상에 비해 뚜렷하게 더 타락했다거나 특별히 문제시 할만한 것은 없다.

섹시한 매력이 가득한 여범죄자 벨마(인순이, 최정원)과 록시(옥주현)이 유능하고 교활한 변호사 빌리 플린(남경주)를 만나 언론공작을 펼치고 록시의 순진한 남편 에이모스(황만익)은 아내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 하지만 결국 버림받는 장면들, 절대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법이 없는 록시의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모습,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사악한 범죄자를 무죄로 만들면서까지 신문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 매달리는 언론의 모습 등은 1920년대 시카고 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의 모습을 보는듯 하다.

하지만 이렇듯 철저히 현실풍자적 블랙코미디인 뮤지컬 <시카고>가 관객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사랑을 받는 비결은 앞에서도 언급하였듯 밥 파시의 뛰어난 원작과 안무를 빼놓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다. 가창력에다 연기와 댄스까지 두루 겸비한 옥주현과 인순이가 각각 록시 하트와 벨마 켈리 역을 맡아 더욱 주목을 끌고는 있지만 마치 어둠 속 거부할수 없는 악마의 유혹같은 '밥 파시 댄스'가 가진 매력은 감미로운 재즈선율의 음악과 함께 관객들로 하여금 두번이고 세번이고 재관람을 유도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좀 더 개인적인 표현을 쓰자면 뮤지컬 <시카고>에서의 록시와 벨마는 영화 <스타워즈 Episode 6>에서 다스베이더가 루크 스카이워커를 향해 내뱉은 "내가 니 애비다 I'm you're Father"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너 역시 나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암흑 속 세계로 빠져들게 유혹하는, 인간본성의 혐오스럽고 이기적인 동물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악마적 충동이 오히려 묘한 흡인력으로 다가온다.

뮤지컬 <시카고>는 현재 성남아트센터에서 오는 주말인 2월 28일까지 상연될 예정이며 3월 중 전주(6~7), 대구(12~14), 대전(27~28), 광주(19~21), 4월 창원(10~11) 등의 지방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소녀시대 제시카와 핑크빛 색의 유혹 <금발이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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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이 너무해>의 제시카 걸그룹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금발이 너무해>프레스콜에서 극중 부르져 역을 맡은 견공 고돌이을 안고 있다. ⓒ 문성식


오는 3월 14일까지 코엑스 아티움에서 상연중인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는 원래 2001년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으로 나온 미국 영화 <금발이 너무해 Legally Blonde>를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화한 것으로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초연이다.

소녀시대의 제시카, 미스코리아 출신의 이하늬, 배우 김지우 이렇게 세명의 '금발미녀'가 주인공 앨 우즈 역으로 트리풀 캐스팅됐다. 특히 제시카가 나오는 날은 3월 마지막 서울공연 예매가 시작되던 날 한때 인터넷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었다.

사람들이 외모를 보고 판단하는 편견에 대해 오히려 미녀가 하버드 로스쿨을 성공적으로 졸업한다는 내용으로 도전하는 미국식 코믹 로맨스물이다. 좀 더 진지한 형태의 드라마 뮤지컬들에 비해 섬세한 인물의 내면 묘사에 있어서는 취약한 면이 없지 않지만 대신 경쾌하고 발랄한 코믹극으로서의 장점을 유쾌하고 밝은 노래, 치어리더들의 댄스, 과장된 몸짓 등으로 최대한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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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의 마지막 장면인 '길을 찾아' ⓒ 문성식


원래 동양인들에게는 금발머리 자체가 없기 때문에 금발머리로 상징되는 미국식 미녀의 개념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 엘 우즈가 매 장면마다 마치 패션쇼라도 하듯 바꿔 입고 나오는 핑크색 드레스들의 향연과 보석상자를 연상케 하는 이쁜 무대가 어우러져 마치 이쁜 바비인형이 나오는 인형극을 보는 듯한 느낌, 또는 핑크빛 보석상자를 여니 멜로디 박스의 달콤한 음악이 들려오는듯 독특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무대전환의 자연스러움은 마치 마술쇼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시각적인 측면에서 주어지는 눈의 즐거움에 비해 주연들의 노래 중에 특별히 넘버를 기억할 만한 뚜렷히 인상적인 곡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다 드라마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관객들에게는 연기를 통한 캐릭터들의 인물표현이 다소 부족해 보일 수도 있는 편이다.

<금발이 너무해>는 <시카고>와 나름 대비되는 측면이 있다. <시카고>가 검은 어둠 속의 원초적 핑크빛 매력을 한껏 노래와 댄스를 통해 표현했다면, <금발이 너무해>는 밝음 속에서 엘 우즈가 걸친 핑크빛 드레스와 장식품들을 통해 표현의 자유로움과 평화로운 행복 등을 만끽하게 해준다. <시카고>가 보는 내내 주인공들이 저지르는 악한 행동들에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반면 엘 우즈라는 깜찍한 요정이 펼치는 하버드에서의 반란은 유쾌하면서도 싱그럽다.

40대 이상 정극 취향이나 기억에 남는 뮤지컬 넘버를 중시하는 관객들에겐 권하기 어렵겠지만 아이돌스타가수가 장면마다 바꿔입는 핑크빛 의상 퍼레이드를 보면서 시각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패션피플들에겐 한번쯤 보라고 권할 만 하다.

소녀시대 팬들에겐 제시카의 공연이 제일 좋겠지만 굳이 소시팬이 아니라면 아직 소녀티를 안 벗어난 제시카의 음색이 시원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굳이 제시카의 공연을 맨 뒷자리에서 보기보다는 이하늬나 김지우의 엘 우즈를 앞쪽 자리에서 보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금발이 너무해>는 서울공연을 마친후 부산 MBC롯데아트홀에서 4월10일부터 18일까지, 대구 오페라하우스 5월 1일부터 9일까지, 인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5월15일부터 16일까지 지방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뮤지컬 모차르트 #뮤지컬 시카고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제시카 시아준수 옥주현 인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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