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에가 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우리시대 소수자들을 위한 공연 <어쿠스틱 레인보우> 두번째 출연자 '강산에'

등록 2010.02.22 18:03수정 2010.02.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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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에를 만났다. 일 없이도 자주 만나는 몇 안 되는 가수이기도 하지만, 이번엔 그의 공연 어쿠스틱레인보우를 함께 준비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작년 한해 나는 그에게 진 빚이 적지 않다. 꼭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공연과 노무현 재단의 출범공연에 기꺼이 출연해주었고, 이런저런 돈 안되고 힘 만드는 시민사회단체 행사와 연결 할 때마다 싫은 내색 없이 나서주었다. 그래서 그에게 진 빚이 좀 과하다 싶을 때는 자청해서 그의 공연을 연출하겠다며 나서곤 하는데 이번이 그런 경우다. 작년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겠다는 갸륵한 심정쯤 되겠다.

 

그는 돈보다도 혹은 명성보다도 '공연'을 좋아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공연에 함께 하는 것에 무엇보다 행복을 느낀다. 적지 않은 노래 이력과 히트곡에도 불구하고, 늘 실험적인 것을 찾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물론 그래서 좀 더 안정적으로 노래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치기도 한다. 안타깝기도 하고 이런 사람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추모공연을 준비하던 때, 구상에 골똘하던 나에게 그가 했던 충고는 '분노는 보편적으로 저항은 예술적으로'였고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이 공연으로서 그리고 분노 이상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저항은 예술적이어야 했다. 썩 달변이 아닌 그가, 이런 매끈한 말을 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수가 이런 말을 하는, 아니 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나를 충분히 매료시켰다. 사실, 예술이 사회에 저항하는 것은 일종의 책무라 할 수 있다. 체제에 저항적인 문화가 풍성할수록 그리고 그러한 문화가 쉼 없이 창작되고, 소비될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는 것은 당연하다. 80년대 이전까지 음반과 영상물 모든 창작물들에 대한 사전심의제도가 있었을 당시와 거꾸로 거슬러 가고는 있지만 오늘 우리의 문화현실을 비교하면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의 책무가 그러하다는 것은 또 그래서 강산에가 그러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래서 강산에가 주류음악시장과 미디어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을 낳게 되었다. 그는 상관없는 일이라지만 나는 그의 공연장에 비어있는 자리를 보게 되거나 그의 노래가 예전같이 불려지지 않을 때마다,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또 대중예술과, 대중예술인의 책무에 대해서 목소리 높였던 것에 부끄러울 뿐이다.

 

세상이 진보해야 한다고, 예술이 그러한 상상력을 견인해야 한다고 그것이 진정한 대중문화의 방향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체적으로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가수는 외면당하는 현실, 그것이 일정 부분 당파적이거나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미디어와 주류시장에서 뿐 아니라 보편적 대중들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절망적이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강산에는 또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이번에도 결코 말랑말랑한 주제가 아닌 일정부분 사회적 함의를 담은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우리들은 모두 알고 있다. '라구요'와 '넌 할 수 있어',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과 같은, 그의 음악이 얼마나 빛나는 서정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아마도 가슴 저린 사랑노래와 소소한 일상을 노래하는데 있어 그만큼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가수는 흔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활동해야 세상의 관심을 받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가수이기도하다. 히트곡의 공식과 주목받는 연예활동의 방법은 이미 정상에 올랐던 경험이 있는 그로서는 오히려 쉬운 길일지도 모른다. 그 길을 접고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지키려는 가수를 우리는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군가 썼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은 결국 인격적, 도덕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그저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말에 넘어간 일종의 계약 결혼 같은 것이라고, 사랑 없는 결혼이 행복할 수 없다는 지고의 진리를 여전히 믿는다면 이러한 동행이 얼마나 비참한 결과로 마무리될지 너무도 분명하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 그 가치를 위한 헌신이 정치인의 생명력이라면 포기할 수 없는 예술적 신념을 꺾지 않는 어느 뮤지션에게 우리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의 공연에서 관객으로 함께 만날 수 있길 소망한다.

첨부파일
IMG_6859.JPG
IMG_6907.JPG

덧붙이는 글 | 강산에 어쿠스틱레인보우 콘서트
2010년 2월 26일 8시 홍대 V-HALL
공연예매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0000776 1544-1555

2010.02.22 18:03ⓒ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강산에 어쿠스틱레인보우 콘서트
2010년 2월 26일 8시 홍대 V-HALL
공연예매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0000776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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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에 #탁현민 #어쿠스틱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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