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행시' 공지영 "사형제 폐지, 벌주지 말자는 것 아니다"

"헌재가 사형제를 국회로 넘긴 것은 자신들의 역할을 굉장히 축소한 것"

등록 2010.02.26 11:12수정 2010.02.2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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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공지영씨.
소설가 공지영씨.권우성
"사형제 폐지는 벌을 주지 말고 단죄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형이라는 인간 신체의 직접적인 생명을 끊어버리는 이런 어떤 야만적 형벌을 없애자는 얘기다. 단죄를 않거나 범죄를 억제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합헌 결정과 관련, 공지영 작가는 2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형제 폐지를 말씀드릴 때 언뜻 오해를 많이 하는 이유가 사형제를 폐지하자는 게 마치 '살인자들을 용서하자'라는 어떤 도덕적인 문제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공지영 작가는 2005년에 사형수 문제를 다룬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펴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제목 그대로 영화(주연 강동원, 이나영)로도 제작돼 사형제 폐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합헌결정에 대해 "서운한 면이 있다"고 밝힌 공 작가는 "(1996년 재판관) 7:2에서 5:4로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합헌인 한 언제든지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의 사인만으로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며 "그런 면들이 굉장히 우려스러운 건, 실제로 이명박 정부 초기에 강호순 사건이 났을 때 바로 사형을 집행하기 위해 정부가 움직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연쇄 살인범이 한 명 나타난다든지 그런 것들에 의해서 흉흉해질 때 언제든지 가장 후진적인 방법인 엄격한 본보기가 되는 처단을 통해서 그런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얼마든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사형제에 대한 공을 국회로 넘긴 것에 대해, 공 작가는 "헌법재판소가 자기들에게 제시된 중요한 사안을 국회로 넘겼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굉장히 축소한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를 통한 사형제 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는 "17대 국회 같은 경우 사형제 폐지 법안에 과반수인 175명이 서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 없이 그냥 임기만료 폐기된 기록이 있다"며 "18대 국회에서도 아무리 많이 분들이 서명을 하고 지지해도 또 계류됐다가 그냥 임기만료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고 우려했다.


공 작가는 "이번 합헌결정이 가지는 나쁜 의미는 UN이 인정한 197개국 중에서 2/3가 넘는 139개 국가가 사형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거나 완전히 폐지했는데, 우리나라가 만약 위헌 결정을 내렸다면 140번째 사형제 폐지 국가가 될 것도 놓쳐버린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법무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4%가 사형제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힌 것에서 드러나듯이 사형제 존속 여론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공 작가는 "여론조사가 사형제 폐지를 지지해서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며 "보통 사형제가 존속되는 나라에서 여론을 물으면 통계상 거의 6:4의 비율로 사형제를 지지하는데, 사형제를 폐지시켜 놓고 다시 여론조사하면 6:4로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는 것이 통례로 돼 있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사형제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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