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도 과감하게 깐다, 우린 광고가 없으니까

[나가사키에서 온 편지⑨] 성역 없는 독립 언론 <주간 금요일>

등록 2010.03.03 14:10수정 2010.03.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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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대기업의 횡포와 비리, 국책사업과 경찰범죄, 교육현장 철저 해부, 위험한 상품을 실명으로 고발하며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에 도움을 주는 시리즈 연재 및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의 공지는 물론이고 직접 '국회 로비 노하우'나 노동운동, 생존운동에 대한 기사 등을 기획하여 "시민운동에 도움이 되는 잡지"를 자처하고 있는 시사주간지 <주간금요일>.
일본 대기업의 횡포와 비리, 국책사업과 경찰범죄, 교육현장 철저 해부, 위험한 상품을 실명으로 고발하며 소비자들의 상품 선택에 도움을 주는 시리즈 연재 및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의 공지는 물론이고 직접 '국회 로비 노하우'나 노동운동, 생존운동에 대한 기사 등을 기획하여 "시민운동에 도움이 되는 잡지"를 자처하고 있는 시사주간지 <주간금요일>.주간금요일

"만일 이 잡지가 폐간되면 읽을 책이 없어져요.", "신문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가 있어요. 이 잡지에서 읽은 정보를 씨앗으로 삼아 지역신문에 글을 투고하고 있지요.", "진실을 알고 싶어서 구독을 시작했어요. 얇지만 내용이 워낙 풍부해서 전부 읽지 못할 때도 많아요."

"기사 내용, 집필진, 편집자들이 가깝게 느껴져요.", "동서냉전 종식 후 우경화 일색의 발언들로 가득찬 미디어 속에서 자유주의파를 찾던 중 발견한 청량제 같은 잡지예요."

폐간과 휴간이 잇따르는 출판계의 불황, 국책 홍보성 보도를 일삼고 광고주 기업을 비판하지 못하는 언론에 대한 불신감 속에서도 일본 전국에 골수 마니아 층을 갖고 있는 시사 주간지가 있다. 매주 금요일 발행되어 서점에 깔리고, 보통 토요일이나 월요일에는 정기구독자의 손에 다다르는 잡지 <주간금요일>(週刊金曜日)은 특정 단체의 기관지가 아님에도, 서적 안내와 독자의 자그마한 광고 이외에는 기업 광고 없이 판매수입과 정기구독료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1993년 7월 23일 창간 이래 788호를 발행해온 <주간금요일>을 지난해 5월 처음 펼쳐들었을 때, 기자가 가장 놀란 것은 광고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경영은 불안하겠지만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겠구나, 진정한 저널리즘을 실현할 수 있겠구나 하는 신뢰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주제 선정과 기사 내용도 매우 풍부했다.

본지는 덴츠, 토요타, 미쯔비시 중공, 세븐일레븐, 파나소닉 등 거대 기업의 불법행위와 부조리를 폭로하는 기업의 '정체 시리즈'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또, 소비자들이 애용하는 수많은 상품 중에서 위험한 물건 등을 조목조목 따지는 '사서는 안 돼'라는 코너를 장기간 연재하여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 뒷돈과 대용 감옥, 시위현장에서의 폭력 등 시민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무법 집단임을 고발해온 '경찰의 어둠' 시리즈나 히노마루, 기미가요 강요의 현장을 뒤쫓는 시리즈 '교육이 위험하다' 시리즈도 주목할 만한 코너였다.

광고가 없어요... 고발은 풍부해요

 주간금요일 편집위원들의 얼굴과 메시지로 구성된 독자확대 홍보 전단.
주간금요일 편집위원들의 얼굴과 메시지로 구성된 독자확대 홍보 전단. 주간금요일

최근 1년 사이 헌법, 천황제, 파견노동자 해고, 후텐마 기지 이설 문제, 정권교체와 일본의 언론 보도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특집 등을 내보냈다. 또, 영화 <피와 뼈>로 유명한 재일작가 양석일씨가 '위안부'가 된 어느 조선인 여성의 일생을 장대하게 그려낸 연재소설도 실어왔다. 특히, 한국인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언론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천황을 둘러싼 권력과 문제점을 심층분석하고 비판한 특집기사를 읽을 때는, 권력이나 우익의 테러도 '무서워 하지 않는' 이 용감한 잡지 덕분에 제대로 일본사회를 공부할 수 있는 교재를 얻었다는 든든하고 고마운 마음마저 생겼다.


편집위원이자 주요 필자로 참여하고 있는 아마미야 카린(雨宮処凛), 다나카 유코(田中優子), 혼다 카츠이치(本多勝一), 오치아이 케이코(落合恵子)와 사장 사타카 마코토(佐高信)는 일본의 양심·진보파에게 매우 인기있는 필자들이다. 30대인 아마미야 카린은 <88만원세대>의 공저자 우석훈씨가 격찬했을 정도로 일본사회에서는 젊은세대 당사자 운동의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그는 파견노동과 홈리스 문제 등 불안정한 고용구조에서 착취당하며 불안에 떠는 젊은이들의 어려운 현실에 주목하여 글을 쓰고 있는 인기 작가다. 그녀의 이름만으로 혹은 그녀가 추천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책이 팔린다.

혼다 카츠이치는 '혼다이즘'이라는 단어가 있을만큼 양심적인 언론인으로서 전 아사히 신문 편집위원을 지내고 <난징대학살과 일본의 현재> <전장의 마을> 등을 통하여 세계 각지의 전쟁과 폭력의 현장에서 고통받는 '살해당하는 측'의 시점에서 글을 써왔다.


일본 최고의 에도학 전문가인 다나카 유코씨는 방송이나 강연회, 행사 등에 나타날 때는 늘 고운 기모노를 차려 입고 등장하곤 한다. 그는 에도시대의 문학과 미술, 생활문화, 해외무역, 경제, 동아시아와의 교류 등을 연구하여 다수의 저서를 발표했고, 에도시대의 관점으로 현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편집위원이자 <주간금요일>의 사장을 맡고 있는 사타카 마코토도 일본에서는 매우 유명한 인물이다. 사타카 사장은 고교 교사와 경제지 편집자 등을 거쳐 평론가로 활약해왔으며 "회사를 위한 동물(社畜)"이라는 말로 일본의 기업사회 병리현상을 고발해 '회사 및 경영자 비평'이라는 하나의 분야를 구축했다. 지금은 경제평론에 머물지 않고 헌법과 교육 등 현대 일본사회에 대하여 종횡무진 신랄한 비평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사타카 사장과 다나카 편집위원의 초청강연이 나가사키에서 열렸는데 수백 명이 운집해 빈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주간금요일> 편집위원과 필자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이런 인기 시사지 <주간금요일>에도 독자 감소와 재정 운영에 대한 고민은 있다.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언론으로 17년을 버텨왔지만 그안에 고충이 어찌 없으랴. <주간금요일>의 열혈 독자이자 오이타 시에서 미나마타병 문제와 체르노빌 피폭자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중인 교사 오야마 코이치(小山浩一) 씨의 말을 들어보자.

"원래 <주간금요일>에서도 한국의 <한겨레> 신문처럼 신문과 잡지를 동시에 갖고 싶었지만, 신문은 매일 발행해야 하고 자금도 그만큼 많이 필요하잖아요. 정기독자들의 구독료가 수입의 대부분인데 신문 창간까지는 어려웠을 거예요."

<주간금요일>의 논조를 가진 신문도 갖고 싶은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편집부에 따르면 기자가 살고 있는 나가사키에는 이 잡지를 구독하는 정기독자가 현재 약 124명이다. 이들은 도쿄의 본사로부터 우편물로 잡지를 받아보는데 금요일에 도쿄에서 발행된 책이 나가사키에 도착하기까지는 적어도 하루가 걸리므로 일반적으로는 토요일에 책을 받아본다. 그래서 "주간 토요일이다"라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2시간 동안 기차 타고 독자회 참석 열혈독자들

 2월 28일 나가사키시에서 열린 제1회 '주간금요일 나가사키 데지마 독자회' 모임. 이날 사회는 <주간금요일>에 매주 '사랑일기'라는 만화를 연재중인 평화운동가 겸 원폭만화가인 니시오카 유카씨가 맡았고, 총13명의 독자가 참여했다.
2월 28일 나가사키시에서 열린 제1회 '주간금요일 나가사키 데지마 독자회' 모임. 이날 사회는 <주간금요일>에 매주 '사랑일기'라는 만화를 연재중인 평화운동가 겸 원폭만화가인 니시오카 유카씨가 맡았고, 총13명의 독자가 참여했다.전은옥

지난 일요일(2월28일), 나가사키에서 처음으로 '독자회'가 열렸다. 나가사키 시에서 열린 독자회인데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오오무라, 운젠 시에서까지 일부러 기차를 타고 온 열혈 독자들이 넷이나 참석했다. '독자회일 뿐인데 뭐하러 그렇게까지'라는 생각이 기자의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으나, <주간금요일>에 대한 이야기, 이 책을 함께 읽는 사람들과 대면하여 이야기 나누는 즐거움, 그리고 불편하게 돌아가는 세상의 움직임에 대해 고립감을 벗어나 토론하고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심리 등을 대변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기자도 이 자리에 참석하여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거의 혁명적이었던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정신의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창간과 10주년을 전하며 <오마이뉴스>가 2002년 촛불시위와 대선 정국 등 한국사회의 중요한 국면마다 온라인을 통해 사회와 정치, 젊은 세대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꾸준히 담아내온 미디어라고 짧게 소개하였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믿을 만한 읽을 거리는 없고, 사회를 바꾸고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을 움직일 만한 정직하고 실력있는 언론이 보이질 않는다고 절망하고 외로워하던 일본인들. 그들에게 <주간 금요일>은 월간지 <세계(世界)>와 더불어 양심을 지키고, 평화와 헌법, 인권과 민주주의,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의 입장에 서서 사회의 진실과 거짓, 정보의 옥석을 가려내는 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시사주간지 #주간금요일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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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주부이자, 엄마입니다.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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