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하수인... 사퇴하십시오"
"독립성 지키겠다, 두고 봐달라"

[현장] 조합원들에 가로막힌 김재철 MBC 사장의 첫 출근

등록 2010.03.02 09:18수정 2010.03.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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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권박효원 기자, 김동환·오대양 수습기자
사진 :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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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 "정권하수인 물러가라" 김재철 사장 출근 저지 ⓒ 김윤상

▲ MBC노조 "정권하수인 물러가라" 김재철 사장 출근 저지 ⓒ 김윤상

[2신 : 3월2일 오전 10시 30분]
 
이근행 MBC노조 지부장 : "방송문화진흥원의 (사장에 대한) 요구사항이 이미 다 알려졌습니다. 정권의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재철 MBC 신임사장 :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저도 투쟁하겠습니다. 독립성 지키겠습니다. 두고보면 될 것 아닙니까."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의 첫 출근은 결국 무산됐다.
 
2일 오전 8시 40분께 MBC 건물에 들어서려던 김 사장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 100여명에게 가로막혔다.
 
노조원에게 가로막힌 김재철 사장... 노조위원장과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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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MBC 노조 조합원들에 가로막혀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MBC 노조 조합원들에 가로막혀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조합원들은 "낙하산은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김 사장을 에워쌌다. 양쪽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대신 김재철 사장과 이근행 지부장의 설전이 다음과 같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이근행 : "김우룡 이사장이 오기 전에 MBC는 신뢰도 1위였다. 오자마자 어떻게 됐냐."
김재철 : "(그동안의 인사 논란은) 저와 상관없는 일이다. 문화방송의 선임 절차가 그런 것이다. 저는 주주총회에서 뽑혔다."
 
이근행 : "방문진의 요구사항이 다 알려졌고, 김 사장으로 낙점된 것도 다 알려졌다. 우리도 다 기자고 PD다. 공영방송의 보도본부·제작본부가 이렇게 낙하산 (인사로) 된 적이 있냐. (사장 역시) 정권의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조합원들 "사퇴하십시오!")
김재철 : "(독립성이 훼손되면) 저도 투쟁하겠다. 사원 전체가 인정 못한다면 몰라도…."
 
이근행 : "작년에 임원진이 다 사퇴하고 재신임됐다. 그런데 2달도 안 돼 수모를 주면서 (엄기영 사장을) 몰아냈다."
김재철 : "저도 엄 사장님이 계속 하길 바랐다. 그런데 어떻게 하냐. 독립성 지키겠다. 두고 보면 될 것 아니냐. (조합원들 "정치기자 물러가라") 방문진과 정권에 강하겠다."
 
이근행 : "현실을 순진하게 보는 것이다. 방문진 개혁 없이는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다. 선배라면, 개인의 영예와 문화방송을 생각한다면, (MBC가) 유린당하는 상황에 입장 표현할 수 있는 것 아니냐."
김재철 : "제가 사퇴하면 (사태 해결이) 되는 것이냐. 미디어렙은 어떻게 하냐. 오늘 오후나 지금이라도 저와 노조가 대화하자."
 
이근행 : "개인의 문제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김재철 : "PD수첩, 10% 잘못한 게 있을 수도 있다"
 
이근행 노조위원장 "김 사장, 방문진 물러날 때까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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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MBC 노조 조합원들에 가로막혀 본사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 유성호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MBC 노조 조합원들에 가로막혀 본사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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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MBC 노조 조합원들에 가로막혀 본사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 유성호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선 MBC 노조 조합원들에 가로막혀 본사로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고 있다. ⓒ 유성호

결국 김재철 사장은 노조와 20분 쯤 대치한 끝에 물러섰다. 그러나 곧바로 떠나지는 않았다. 약 10분간 건물을 돌아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입구에 붙어있는 'MBC를 지키고 싶습니다'는 플래카드를 올려다보며 "나도 정말 MBC를 지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후 대응을 묻는 기자들에게 "일은 해야 하지 않냐, 회사 근처에서 일하겠다, 천막 쳐주면 거기서라도 일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구성원들과 대화하겠다, 오늘 토론회도 제안하지 않았냐"고 말했다.
 
뜨거운 감자인 조사에 대해서도 강행 의사를 보였다. 그는 "깊이 고민하겠다, 보고받고 자료를 보고 판단하겠다"면서도 "절차상에 놓칠 수 있는 것이 있고, 90% 잘했어도 10% 잘못한 것이나 밖에서 (문제로) 비춰질 수 있는 게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원진 구성과 관련, "다시 인사할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받고 "문화방송 전체 투표를 통해 뽑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신임을 다시 물으라고 할 수도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김 사장이 떠난 뒤 조합원들은 일단 건물 로비에서 정리집회를 열고 오전 9시 15분께 해산했다. 그러나 경계는 늦추지 않았다. 노조 집행부는 "무슨 일이 생기면 문자메시지를 보낼 테니 바로 집결해달라"고 조합원들에 당부했다.
 
이근행 지부장은 "89년 낙하산 출근저지는 나흘 동안으로 짧았지만 이번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이 물러나고 방문진이 물러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 김재철 사장의 반응은 너무 뻔뻔했다"면서 "기자와 PD 네트워크를 통해 (김 사장의 의중을) 다 알게 됐는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왔다는 거짓말을 했다"고 비난했다.
 
 

[1신 : 3월2일 오전 9시 18분] MBC 노조원 100여명 MBC 정문 봉쇄

 

"낙하산 사장은 물러가라!"

 

2일 오전 8시40분경, 김재철 MBC 신임 사장이 여의도 MBC 본관 앞에 도착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노조 조합원 100여명의 구호가 울려퍼졌다. 전날(1일) 임원회의 등에서 정상 출근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김재철 사장은 회사로 들어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출근을 하겠다'는 김 사장과 '출근을 막겠다'는 노조원들의 대치는 약 20분간 계속됐다. 그러나 김 사장은 "나도 정권으로부터 MBC를 독립시키려고 한다, 지켜봐달라"는 말을 남긴 채, 오전 9시10분경 출근을 포기하고 돌아섰다.

 

"공정방송은 우리의 존립근거"

 

앞서 이날 오전 7시부터 조합원 200여명은 MBC 로비에 모여, 김재철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준비했고 조합원 100여명 정도는 MBC 건물 입구를 봉쇄한 채 대기했다. 이들은 "김우룡도 김재철도, 이명박의 아바타", "MBC 장악음모 단호히 거부한다", "MBC장악 앞잡이 김우룡 물러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졌다.

 

김재철 사장은 물론 그의 임명을 강행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을 싸잡아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를 위한 '대리인'으로 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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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MBC 노조 조합원들이 건물 입구를 봉쇄한 채 김재철 MBC 신임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MBC 노조 조합원들이 건물 입구를 봉쇄한 채 김재철 MBC 신임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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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로비에서 MBC 노조 조합원들이 김재철 MBC 신임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 로비에서 MBC 노조 조합원들이 김재철 MBC 신임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이근행 언론노조 MBC지부장은 "이미 김 사장은 방문진 면접이나 프리젠테이션 과정에서 <PD수첩> 진상조사나 단협 개정 등을 약속했다"며 "더욱이 권력자와 친분이 깊은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정방송은 우리의 존립근거"라며 "오늘 출근 저지 투쟁을 통해 본격적으로 투쟁에 나서자"고 밝혔다.

 

황성철 수석부위원장도 방문진의 설립 취지와 정신을 설명하면서 "87년 민주화투쟁 때 우리는 MBC 로고를 붙이고 취재 현장에 발붙일 수 없었다, 제대로 된 보도를 못해서 돌팔매질을 당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만든 게 방문진"이라고 강조했다. 권력으로부터 MBC의 독립을 지키는 방패막이 되어야 할 방문진이 오히려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이어 "87년, 92년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시절이었다"며 "지금은 해봐야 해고 당하거나 공무집행 방해죄로 잡혀갈 뿐,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결의를 다졌다.

 

(*자세한 기사 이어집니다.)

2010.03.02 09:18 ⓒ 2010 OhmyNews
#MBC 낙하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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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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