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3.04 13:36수정 2010.03.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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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 블로그에서 건강을 위해 다시 수영장을 다니기로 했다며 수영을 할 줄 아네 마네하는 것을 보다가 갑자기 군대서 수영 훈련하던 생각이 났다.
나는 제8공수에 차출되어 군 생활을 시작했다. 차출되기까지 앞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잠시 밀어놓자. 점프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 받았다. 어느 더운 여름 날 수영훈련을 갔다. 한강 근처 미사리 어딘가.
처음에 수영을 할 줄 아는 병사와 못하는 병사로 나눴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아니 병사는 따로 강변 모래바닥에 엎드려서 수영자세들을 배웠다. 인천 토박이인 나는 주안과 소래 염전에서 닦은 야생수염 솜씨로 수영을 할 줄 아는 병사 무리에 섰다.
수영을 할 줄 아는 병사들은 대여섯 명이 한 조가 되어 폭이 30~50미터 정도 되는 한강 갈래를 건너는 훈련을 했다. 먼저 어깨동무를 하고 잠수를 누가 오래 하나 시합 겸 놀이 겸 훈련을 하다가 드디어 강을 건너는 진짜 훈련에 들어갔다. 나도 주안 염전을 휘젓고 다니던 때를 생각하며 열심히 팔다리를 저어 나갔다. 내 생각에 거의 도착할 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참을 팔 다리로 물을 때리며 나가다가 일어나 보니 나 혼자 약 30도 방향 아래로 흐르는 물을 따라 10여미터를 흘러 내려와 있었다. 수영을 한 거리는 부끄럽지만 3미터도 안됐다. 이 꼴을 본 중대장이 수영도 못하는 놈, 아니 병사가 수영을 할 줄 안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혼을 낸 다음에 수영 못하는 병사 쪽으로 쫓아냈다.
수영 못하는 병사들 틈에서 모래 바닥에 엎드려 수영 자세를 따라하고 있으니 조교를 맡고 있던 선임하사가 불러 세운다. 자세 나오는데 왜 여기와서 있냐며 군대는 폼인데 그 정도면 됐으니 진짜 훈련 받으러 가라고 한다. 여기가 쉬워 보이니 땡땡이 치려는거냐며 혼을 내고 쫓아 냈다. 그래서 다시 수영할 줄 아는 병사들 무리로 갔다.
어떻게 됐냐고? 한강물로 배채워 보지 못했으면 묻지를 마시길... 아무리 팔다리로 강물을 때려도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바닷물 소금기가 있는 염전에서는 우리 몸이 대체로 그냥 둥둥 뜨지만 민물인 강에서는 다르다. 게다가 강물이 흐르는 탓에 똑바로 나가기란 어지간한 체력이 따르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 뒤로는 나는 강이나 민물에서는 수영할 줄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참, 8공수라고 하니까 좀 아는 사람들은 뭔가 틀렸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안다. 그거 원래 군사 비밀이다. 어지간한 사람들 다 알아도 어쨌건 군사 비밀이다. 요즘 같이 엄한 세상에 괜히 말 잘못했다가 알지 못하는 곳에 끌려가거나 군대 다시 오라는 통지서 받기 싫어서 그냥 8공수라고 했다. 나중에 풀어놓을 사연도 있으니 '원투쓰리' 이해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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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4 13:36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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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작은책에 이동슈의 삼삼한 삶 연재.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터넷신문 '마인드포스트'에 만평 연재중. 레알로망캐리커처(찐멋인물풍자화),현장크로키. 캐릭터,만화만평,만화교육 중.
*문화노동경제에 관심. 현장속 살아있는 창작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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