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 아내는 이 밥솥으로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밥을 했다. 이런 밥솥을 13년 동안 4개나 샀다.
김동수
밥만 새 밥이 아닙니다. 국도 새로 끓여야 했습니다. 이제 심장이 세 개는 있어야 합니다. 이런 남편이면 삼식이가 아니라 더 이상 사람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일을 13년 동안 해왔습니다.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해 먹으니 밥솥을 13년 동안 4개나 구입했습니다. 아직도 하루 세 끼 밥을 꼬박꼬박 챙겨주고, 살아있는 것을 보면 아내는 나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전기압력밥솥을 샀습니다. 전기압력밥솥에 밥을 해보니 일반압력밥솥보다는 밥맛이 없었고, 전기가 많이 소비(1100w)되기 때문에 아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전기압력밥솥에 하고 평소처럼 압력밥솥에 밥을 했습니다. 아내에게 입으로는 전기압력밥솥을 샀으면 사용해야지 모셔두면 무엇하느냐고 타박을 했지만 속으로는 일반압력밥솥보다 밥맛도 떨어지고, 전기가 아까워 아내에게 고마웠습니다.
전기압력밥솥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사용하던 아내가 겨울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압력밥솥을 사용하는 것이 잦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밥도 아침에 해놓고 그것을 저녁까지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밥맛이 별로 없어 아내에게 물었더니 전기압력밥솥에 밥을 하고 저녁까지 먹는다고 했습니다. 사실 일반압력밥솥은 밥을 매끼마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 밥은 정말 맛있습니다. 그것에 한 번 물든 입은 담배를 피워 본 일 없지만 담배를 끊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