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재미없고 어렵다고?

제3기 과활마당 전북 7팀의 Say! Cheese ① 프롤로그

등록 2010.03.04 16:15수정 2010.03.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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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을 통해 모를 심었다면 과활은 우리나라 과학의 꿈나무를 심는 일입니다."

 

이는 제3기 과활마당을 주최한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말하는 과활에 대한 설명의 일부분이다. 2010년 2월, 4박 5일의 일정으로 진행된 과활은 1기, 2기에 이어 이번 겨울엔 세 번째를 맞았다.

 

과활이란 전국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이 방학기간을 이용해 과학교육 혜택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고 과학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생 봉사활동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농어촌이나 산골마을, 혹은 지역아동센터 등과 같이 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을 대학생들이 찾아가 다양한 과학 실험 등을 함께하는 일종의 재능기부라 할 수 있겠다.

 

이번 과활은 그 규모면에서 비약적인 변화가 있었다. 1기, 2기 활동이 12개 팀 80여 명 가량이 참여했다면 이번엔 120개 팀 840명으로 증가했다. 무려 10배의 확장이다. 규모가 이렇게 커졌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무려 2321명이 지원했다고 하니 말이다. 필자는 1기 과활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는데, 이번 3기를 지원했을 땐 그 늘어난 규모에 내심 합격을 점치고 있었다. 그런데 오리엔테이션 때 그 지원자 수를 듣고는 내 합격이 쉽지는 않은 결과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안도했다.

 

본 활동 이전에 경기도 포천에 있는 염광 수련원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그 곳에서 각 팀들은 팀원들과 처음 만나고, 활동지역을 확인했다. 내가 속한 전북 7팀은 전남에서 거주하는 학생들로 이뤄졌는데, 광주, 여수, 목포, 화순, 순천 등 사는 곳 만큼이나 대학, 전공도 다양했다. 거주지가 전남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딱히 공통점을 찾기 힘든 구성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전북 7팀은 전라북도 임실군 삼계면에 위치한 삼계 중학교에서 2월 16일부터 20일까지 4박 5일 동안 과활을 진행했다. 이 글은 그 전북 7팀의 한 명인 필자가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 후기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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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7팀의 오리엔테이션 현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명호(27), 김세희(23), 방미선(25), 김무진(23), 강성환(25), 기세희(22), 김명성(21) ⓒ 이명호

▲ 전북 7팀의 오리엔테이션 현장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명호(27), 김세희(23), 방미선(25), 김무진(23), 강성환(25), 기세희(22), 김명성(21) ⓒ 이명호

"과학은 여러분이 선호하는 과목 중에서 몇 번째?"

 

2월 1일, 필자를 포함한 세 명의 팀원들은 삼계 중학교로 답사를 갔다. 나머지 인원들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이 날 세 명은 학생들과 첫 만남을 가진게 된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삼계 중학생들이 가진 과학에 대한 관심이었다.

 

2008년 군 제대 후, 약 1년간 보습학원에서 중학교 과학 강사를 한 적이 있던 나는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음을 알고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학생에게 과학은 시험이 닥치면 공부하는 과목이었다.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주요 과목에 밀려 평소엔 외면 받았다. 삼계중 학생들도 외에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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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중학교로 사전 답사를 간 전북 7팀 이명호(27)와 방미선(25)이 삼계중학생들을 상대로 몇 가지를 질문하고 있다. ⓒ 이명호

▲ 삼계중학교로 사전 답사를 간 전북 7팀 이명호(27)와 방미선(25)이 삼계중학생들을 상대로 몇 가지를 질문하고 있다. ⓒ 이명호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학생들은 과학을 그 활용 가치 만큼만 평가한다. 만약 입시에서 과학의 비중이 여타 주요 과목만큼 커진다면 과학에 대한 선호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적인 과학이 활용 가치 이상의 흥미를 유발할 정도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 마디로 재미없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수학을 싫어하는 이유와 사회를 싫어하는 이유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과학 과목이다. 계산도 있고, 외어야 할 것도 있다.

 

그래서 강사로 활동하면서 시험 기간만 되면 난감해졌다. 사회는 평소에 공부하지 않아도 시험 기간에 무조건 외우면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온다. 하지만 과학은 이해하지 않으면 외울 수 없다. 그리고 계산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루 이틀 만에 이해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애꿎은 강사를 붙잡고 늘어진다. 그리고 원장은 닦달한다. 시험 후에 결과가 나오면 괜히 자괴감을 느꼈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내가 가르치는 면에서 무능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과학은 상대적으로 가르치기 힘든 과목이었다.

 

"과학이 여러분께 좀 더 재미있는 과목이 됐으면 좋겠어요."

 

과활 첫날, 시작하는 시간에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현실 세계에서 과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봤을 때, 학생들이 느끼는 과학에 대한 애정은 야박할 정도다. 그래서 재밌어야 한다. 재밌으면 학생들은 자연스레 과학을 탐구한다. 단순히 과학이 국가 경제를 이끄는 견인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과학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한다. '네 번째 불연속'을 지은 '브루스 매즐리시'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프로이트의 무의식의 개념이 인간을 착각으로부터 탈피시켰다고 한다. 지동설은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일부이고, 진화론은 인간이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무의식의 개념은 의식이 육체의 주인이 아님을 밝힘으로써 인간이 자만심을 내려놓게 했다. 즉 세상을 보는 진보된 눈을 갖게 한 것이다.

 

우리 전북 7팀은 학생들이 과학을 재밌어하게, 그래서 궁극적으론 과학을 통해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유난히 붉어진 노을을 바라보고 단순히 낭만에만 빠지는 사람이 아닌, 대기 중 오염물질 증가가 빛을 더욱 산란시켜, 노을이 좀더 붉어졌음을 아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과활 #전북7팀 #세이치즈 #삼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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