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회의 일정 맞춰 광화문 복원 끝낸다고?

이건무 문화재청장 "9월 말까지 광화문 복원공사 마무리"

등록 2010.03.09 13:59수정 2010.03.0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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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은 조선시대 정궁(正宮)인 경복궁 정문이다. 1395년(태조 4년) 창건되었다가 임진왜란 때인 1592년 불탔다가 1865년(고종2년) 경복궁 재건과 함께 중건되었다. 하지만 일본식민지 때인 1927년 일제가 조선총독부를 신축하면서 건춘문 북편(현 국립민속박물관 정문)으로 옮겨 버렸다.

그리고 1951년 한국전쟁 때 폭격을 당해 문루가 소실되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때인 1968년 본래 광화문 자리로 옮기면서 복원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복원이었고 주변 도로와 맞지 않아 다시 재건되었다.


이처럼 광화문은 소실과 중건,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제자리가 아닌 곳과 콘리트로 복원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런 비운을 겪은 광화문은 지난 2006년 광화문을 한국전쟁 이전 모습으로 복원하는 광화문 제자리 찾기 사업을 시작하여 지난 2009년 11월 27일 광화문 상량식을 가졌고 올해 연말쯤 완공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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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11월 27일, 현재 재건 중에 있는 경복궁의 광화문이 상량식을 가졌다. ⓒ 문화체육관공부


그런데 문화재청은 광화문 복원을 예정보다 석 달 정도 앞당긴 9월 말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8일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통해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11월 11일~12일) 개최에 맞춰 9월 말까지 광화문 복원공사를 마무리 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기회로 광화문을 대한민국 상징으로 세계 속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G20정상회의가 우리나라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는 있겠지만 회의를 위하여 광화문 복원을 석 달이나 앞당긴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가 문화재 복원을 국제회의 때문에 앞당기는가? 문화재가 무슨 고무줄도 아니고 복원 기간을 줄일 수 있는가.

국제회의 때문에 광화문 복원을 빨리 끝내겠다는 것은 토목이나, 건설 공사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이 환경파괴와 문화유산 훼손을 일으킨다고 엄청나게 반대하고 있지만 불도저로 밀어붙이는 것과 같다.

2008년 2월 숭례문이 불탔을 때 200억원을 들여 2년 안에 복원하려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불탄 숭례문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중장비를 동원하여 서까래와 기왓장을 쓸어 담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까지 보였다. 결국 숭례문 기왓장이 쓰레기 폐기장에 나뒹굴었다.


숭례문을 2년 안에 복원한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고, 불타거나 깨진 문화재도 엄연한 문화재로 폐기 처분을 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문화재 당국자들이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 그래도 국보 1호가 불타 큰 충격을 받은 시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그런데 또 광화문을 빨리 복원하겠다고 한다. 국제회의 대한민국을 알릴 것이 없어 광화문을 보여줄 것인가? 문화재를 빨리 복원하여 보여준다면 정상들이 좋아할 것 같은가? 그들 앞에서 당신들 보여주기 위해 문화재를 빨리 빨리 복원했다고 자랑하면 정상들이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았는가.


각국 정상들에게 위대한 대한민국을 보여줄 모습은 얼마든지 있다. 4대강 사업이 좋은 예다. 멀쩡한 강을 파헤치고, 보를 쌓는 모습을 보여주면 얼마나 감격하겠는가. 이명박 정부 최대 치적 아닌가. 이런 위대한 치적은 보여주지 않고 광화문을 빨리 복원하여 보여 줄 이유가 없다.

광화문을 빨리 복원하겠다는 이건무 문화재청장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일본 나라 현 나라 시에 있는 '도쇼다이지' 사찰이다. 도쇼다이지에는 '금당'이라는 건축물이 있다. 서기 759년 당나라 승려 감진이 세운 것으로 일본 나라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1998년 도쇼다이지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후 조사를 시작해 금당이 조금 기울어진 것이 발견되어 보수 공사에 들어갔는데 사전 조사 2년을 포함해 '2010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10년 동안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일본은 금당을 사전 조사를 2년이나 하는데 우리나라는 숭례문을 2년만에 복원하겠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황당함에 대한 분노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광화문을 석 달이나 빨리 복원하겠다고 그것도 문화재청장이 직접 나섰다. 광화문 복원을 4대강 같은 토목공사로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생각이다.

방송장악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4대강으로 강이 파괴되더니 이제는 G20정상회의 때문에 광화문 복원까지 망가지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광화문 #이건무 #G20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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