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무렵 아내는 호미로 그림을 그려가며 꽃밭을 설계했다.
홍광석
2월 말부터 아내는 본격적으로 꽃밭 만들기에 나섰다. 아예 텃밭 일부에 알뿌리로 번식하는 튜립, 수선화, 상사화라고 부르는 꽃무릇, 노란꽃창포, 자주달개비, 붓꽃, 백합, 아마릴리스 등을 심었다.
꽃양귀비, 리빙스턴데이지, 끈끈이대나물, 금영화, 수레국화, 분홍패랭이, 분홍장구채, 담배꽃, 샤스타데이지 씨앗은 상토를 담은 스티로폴 박스에 뿌려 볕이 드는 거실에 두고서 싹을 틔우는 중이다.
그밖에도 접씨꽃, 나팔꽃, 우단동자, 미니해바라기, 금관화, 동자꽃, 다알리아, 글라디올러스, 분꽃, 봉숭아, 맨드라미, 채송화, 풍선덩쿨, 백일홍은 날이 좀 더 풀리면 직접 파종하겠다고 한다.
아내의 욕심대로 모든 꽃들이 핀다면 올해 숙지원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정치가 대중을 의식하는 행위라면 꽃 한 포기를 심는 일도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또 보는 사람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정치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치를 하는 사람에 따라 나라의 격이 달라질 수 있듯이 꽃 한포기를 어디에 심느냐에 따라 시각적인 아름다움이 달라지고 정원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름지기 나무 한 그루, 꽃 한 포기 심는 일도 자기 고집만으로 할 일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