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무상급식' 주장을 얼치기 좌파의 공약으로 몰아붙였다. 원희룡 의원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등 당내 지방선거주자들의 무상급식지지 행보에 제동을 건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홍준표 의원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이다. 서민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자제들에게 무상급식하는 것은 복지지, 부자들, 돈 있는 사람들의 자제들에게 무상급식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는 것.
나아가 아일랜드의 사례를 들면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평소 부자감세와 복지예산감소 정책으로 한나라당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발언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전략기획 본부장은 국민들에게 사실상 '무상급식 반대'로 여겨질 것을 의식, '서민무상급식'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홍준표 의원과 정두언 의원은 무상급식의 의미를 완전히 잘못 파악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복지정책이 워낙 낮은 수준이라,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잘못 생각할 만하다.
홍준표 의원과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서민무상급식'은 사실상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무료급식에 해당된다. 현재 취약계층에게만 제공되고 있는 무료급식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 급식을 받는 아이들 스스로가 빈곤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생님이 반 학생들 모두에게 눈을 감게 한 후 '급식비 내기 어려운 사람 손들어 봐'라고 이야기하면, 취약계층의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눈을 살피며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급식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하다는 것을 증명할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가뜩이나 감성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는다.
두 번째 문제는 첫 번째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데, 바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생계를 위한 자산소득은 있으나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없는 경우, 그리고 무료급식의 기준에서 약간 벗어난 사람들의 경우, 무료급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이 종부세를 공격하면서 노인들이 부동산 자산소득은 있는데, 세금을 낼 돈은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던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러한 선별적 복지는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을 구분하기 위한 행정비용도 들어간다.
이 두 가지 문제는, 현행 기초생활수급권제도의 문제에서도 똑같이 발생한다. 기존 선별적 복지체계는 드라마 <추노>에 나오는 노예들처럼 얼굴에 '奴'자를 새기지 않았을 뿐, 수혜자에게, 특히 가난한 아이들의 가슴에 가난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이러한 문제인식 때문에 최근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선별적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 무상급식은 홍준표 의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무상교육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교육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초중학교에서 무상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의 의무교육은 학비만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밥을 먹지 않고 공부를 할 수는 없다. 또 필요한 교제가 없이 공부를 할 수도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의 의무교육체계는 사실상 의무교육도, 무상교육도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한국사회의 복지체계와 교육체계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발전적인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이해한다면, '부자무상급식', '서민 무상급식' 따위의 저급한 표현을 정치에 이용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홍준표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들이야말로, 제대로 공부도 하지 않고, 대중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는 포퓰리즘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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