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은 추가공사가 한창이며 4월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사는세상
고 이병호·추명자씨는 30여 년 전 비슷한 시기에 각각 혼자 몸이 되었고, 우연한 곳에서 만나 평생 의지하며 살았다. 의자매를 맺은 두 사람은 평생 허드렛일을 해왔는데 여관에서 허드렛일을 하기도 하고, 함바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억척스럽게 돈을 모은 두 사람은 같이 2001년 밀양에 땅을 샀고, 이듬해 모텔 주인이 됐다. 3층 건물에 14개의 방이 있는 모텔로, 두 사람은 모텔 사장이 되어 경영까지 하게 됐다.
돈을 벌었어도 두 사람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우리가 죽으면 이 재산을 병원이나 아니면 다른 좋은 곳에 기부해 좋은 일에 쓰도록 하자"고 약속했고, 공증까지 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바뀔 수도 있어 법적으로 장치를 해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불행이 닥쳤다. 2004년 추명자씨가 암에 걸린 것. 추씨는 2009년 암이 재발했고, 온 몸으로 전이됐다. 오랫동안 친자매처럼 살아온 이병호씨는 괴로움이 더 컸다.
그리고 추씨가 병상에 있을 때 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들렸다. 밀양은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과 가깝다. 노무현재단이 설립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바로 자신들의 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처음에는 병원이나 다른 자선단체에 기부하려고 했지만 노무현재단에 기부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노무현재단은 "정치적인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자신들의 평탄치 않았던 삶을 돌아볼 때 노무현 대통령도 얼마나 억울했을까 하는 동병상련도 있었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기부 후엔 재산 무일푼... "동병상련 마음으로 기부"이병호씨가 지난해 11월 27일 갑작스레 세상을 떴다. 두 사람의 약속에 따라 지난해 12월 17일 현금 2억 원이 노무현재단에 기부됐다. 이 기부금은 두 사람의 소유인 모텔(밀양 소재) 건물가치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병호씨는 개인적으로 2억 원을 (재)아름다운봉하에 기부했다. 두 사람이 모두 노무현재단과 봉하재단에 기부한 금액은 총 4억 원인 셈이다. 나머지 절반은 생활능력도 없고 돌볼 사람이 없는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하고, 법무법인에 신탁했다.
이병호씨가 세상을 뜨자 '의자매'였던 추명자씨도 건강이 악화됐다. 대구 파티마병원에서 투병해 오던 추씨는 지난 8일 오후 5시 형제보다 더 가깝게 지낸 이병호씨를 따라 하늘나라로 갔다.
노무현재단은 "재단은 두 사람의 재단 기부가 확정될 당시 그 사실을 공개하고 싶었지만 완강히 거절했다"면서 "기부사실을 알릴 때 알리더라도 꼭 자신들의 사후에 알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불과 몇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난 이제야 숨겨진 미담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노무현재단은 "두 사람은 재산을 기부하고 난 뒤 완전히 무일푼이었다. 재단은 이병호씨 장례에 이어 병원비조차 없이 투병생활을 하던 추명자씨의 간호와 장례를 정성껏 모셨다. 밀양 시내가 잘 내려다보이는 야산에 유골을 뿌려 달라는 마지막 소원대로 해드렸다"고 소개했다.
노무현재단 양정철 사무처장은 "밀양의 한 암자에 유골을 모셔서 49재를 지내며 두 사람의 고단했던 삶과, 죽음도 갈라놓지 못했던 서로에 대한 극진한 마음에 평안과 위로를 얻도록 했다. 두 분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현재 노무현재단의 후원금 총액은 출범 다섯 달이 못 돼 43억여 원(일반 후원금 34억, 박석 특별후원금 9억)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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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재산, 노무현재단에 기부하고 하늘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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