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공판이 열린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한 시민이 법정 앞을 지나가고 있다.
유성호
이날 공판에서는 또 곽 전 사장이 검찰 수사 초기 한 전 총리 측에 "10만 달러를 줬다"고 진술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검찰이 곽 전 사장의 부인의 해외(미국 뉴욕) 송금 내역 자료를 들이밀며 당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간 한 전 총리 등 정치인들에게 건네기 위한 돈 아니냐고 추궁하자 시인했다는 것이다.
곽 전 사장은 "당시 검사가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이야기 했다"며 "나중에 부장검사와 심야면담 때 '거짓말이었다'고 실토했다"고 밝혔다. 곽 전 사장은 지난 2차 공판에서는 처음에는 한 전 총리에게 건냈다는 돈을 3만 달러라고 했다가 나중에 5만 달러로 번복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곽 전 사장은 이어 "돈을 줬다는 정치인에 대해 진술하면서 한 전 총리의 이름을 먼저 검찰에 이야기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내가 미쳤느냐, 검사가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했다"고 부인했다. 곽 전 사장은 "검사가 횡령액 사용처를 추궁하면서 대한통운 쪽에서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데 돈을 준 정치인에 대해 말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전 공판에서 불거진 강압수사 논란에 대해 곽 전 사장의 구치소 출정 기록을 공개하면서 "강압 수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곽 전 사장을 조사한 이태관 검사는 "조사 시간이 자정을 넘긴 적은 거의 없었고 늦게 구치소로 들어간 다음 날은 대부분 오후에 검찰에 소환을 했다"며 "곽 전 사장의 자백이 강압 수사 때문인 것처럼 비쳐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공개한 자료에는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진술을 번복한 채 침묵을 지켜오던 지난해 11월 19일, 오전 10시에 검찰청에 나와 자정 무렵까지 조사를 받았고, 자정이 넘어서는 변호인 입회 없이 이튿날 새벽 2시까지 권오성 부장 검사를 면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16일에는 자정 넘어 이튿날인 17일 새벽 1시 15분에 구치소에 복귀했으나 오전 9시에 검찰에 소환되기도 했다.
검찰의 반격... "강압 수사 없었고 수뢰 정황 충분" 곽 전 사장은 19일 새벽 면담에서 "부장 검사가 건강을 걱정해 줬고 정치인에게 돈을 준 사실에 대해 왜 거짓말을 했느냐는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보통 정치인 수사를 하면 부장 검사 면담을 한다"며 "당시 곽 전 사장이 입을 열지 않으니 (이전 진술은) 거짓말 한 것으로 하고 (정치인)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조서를 작성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또 당시 오찬 장소에 서랍이 달린 가구가 있었고 화장실이 딸린 드레스룸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 전 총리의 수뢰 정황을 증명하려 애쓰기도 했다(자세한 내용은 2신 참조).
이날 공판에는 곽 전 사장과 함께 총리공관 오찬에 참석한 강동석 전 장관이 증인으로 나와 "오찬 자리에서 인사청탁은 없었다"며 "오찬이 끝나고 4명(한명숙-강동석-정세균-곽영욱)이 동시에 오찬장을 나왔으며 한 전 총리가 '잘 부탁한다'는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자세한 내용은 3신 참조).
다만 "검찰에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이 친분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진술 했는데 이유는 뭐냐"는 검사의 질문에 강 전 장관은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에게 정중하게 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존중하고 있구나는 인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 오찬자리가 정세균 장관 등에게 한명숙-곽영욱 두사람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부탁하는 자리가 아니었나"는 질문에는 "그런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오전 10시에 시작돼 밤 9시까지 11시간동안 계속 됐다. 검찰은 권오성 부장 검사를 비롯해 이전 공판 때보다 1명이 많은 4명의 수사 검사가 모두 법정에 나와 곽 전 사장의 진술을 지켜봤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증인 신문 중간중간 "적절치 않은 질문"이라거나 "명백한 유도 신문"이라는 등의 설전을 주고 받으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17일 열릴 5차 공판에는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문해남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 등이 증인으로 나와 곽 전 사장이 남동발전 사장으로 가게 된 경위 등을 진술할 예정이다.
[3신 : 15일 저녁 8시 30분]증인으로 나온 강동석 전 장관 "한 전 총리, 청탁한 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