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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주시장 노점에서 할머니가 부꾸미를 지지고 있다. 쑥을 넣은 찹쌀가루 반죽을 지져낸 후 팥고물을 넣어 찹쌀부꾸미를 만든다. 파란 봄 빛깔의 쑥찹쌀부꾸미 유혹에 발길을 멈췄다. 쑥 향이 느껴지는 게 제법 먹음직스럽다.
"추억의 맛으로 먹는 거여. 파란 건 쑥이여, 쑥하고 찹쌀하고 들어갔어."
부꾸미는 기름에 지진 떡이다. 우리의 전통음식인 부꾸미는 옛날 명절이나 집안에 큰 행사가 있을 때 해먹곤 했던 음식이다. 지금은 추억의 간식거리로 기억의 저편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요 며칠 전 광주 남광주시장 초입에서 부꾸미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가 '부깨미'라고 말하는 부꾸미를 검색해보니 '곡물가루를 익반죽하여 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납작하게 빚어 기름에 지진 떡'이라고 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떠서 꿀을 찍어 먹는 차전병과 만드는 방법이 동일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부꾸미 하나를 집어 들었다. 천원에 두 개다. 맛을 봤다. 쫄깃함과 구수함이 정말 좋다. 기름으로 지졌는데도 기름의 느끼함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떡에서 느껴지는 쫀득함과 부침개의 부드러운 장점을 살려낸 부꾸미 떡은 그간 쉽게 접하지 못했던 별미였다.
할머니는 찹쌀가루 반죽의 찹쌀부꾸미, 수수반죽을 이용한 수수부꾸미, 제철 맞은 부추를 송송 썰어 넣어 부추부침개도 만들었다. 김치를 송송 썰어 넣은 김치부침개도 보인다.
반죽을 뚝 떼어내 팬에 올려 누름판으로 모양을 만든다. 호떡 만드는 거와 비슷하다. 팥소를 넣어 좌우의 날개를 접으니 부꾸미가 완성된다.
"찹쌀부깨미에 넣는 팥고물 이건 다 우리집서해요. 이거 하나 먹으면 고향생각나제, 옛날생각 하고들 많이 먹어."
30년 넘게 이곳 노점에서 부꾸미를 지져낸 할머니(70.이정례)는 부꾸미를 하는 집은 광주 시내에서 여기밖에 없다고 했다.
"새벽시장에 온께 할머니 한분이 떡을 판 디 겁나게 잘 팔아, 근데 물어도 안 갈켜 줘. 그냥 쌀집에서 떡을 해다가 팔아 본께 이문이 남았어, 그래서 떡 장사를 시작했어. 떡 장사를 하다 본께 또 문제가 생기드라고, 사람들이 10월 이후부터는 떡을 안 묵어 불어. 그래서 궁리 끝에 옛 기억을 더듬어 전도 만들고 쌀을 빠셔다 부깨미를 지졌어."
얘기 도중에 손님이 왔다. 서정원(57)씨다. 이집을 안 지 4년 됐다는 서 씨는 단골이다. 그는 "부꾸미가 담백하고 정말 맛있다"고 했다.
사진 찍는 걸 지켜보던 건너편의 남광청과 아주머니는 "인자 신세가 짝 늘어져 부렀소"라며 할머니에게 농담을 건넨다.
전남 곡성에서 광주로 이사와 자식들과 먹고 살려고 시작했던 일이 할머니의 평생의 업이 되었다. 부꾸미와 전에 사용할 재료는 할머니가 정성을 다해 다듬고 손질한다. 부꾸미 팥소로 들어가는 동부콩과 질 좋은 재료만을 사용한다고 했다.
"돈부를 물에 담가갔고 껍떡을 다 배깨요. 솥에다 삶아 주걱으로 잉끄라부요."
소 맛이 깨끗하고 고소했다. 자연의 맛에 개운함이 담겨있었다. 할머니는 이제 늙어서 힘이 부친다고 했다. 조카딸이 할머니를 돕고 있다.
"돈 남길라고 앙꼬를 쪼깐 넣으면 맛없어."
먹어본 사람만이 그 진미를 안다는 부꾸미, 추억이 새록새록 봄 향기처럼 피어나는 부꾸미 맛이 일품이다. 쑥을 넣어 만든 '쑥찹쌀부꾸미'가 이 봄과 썩 잘 어울리는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3.20 12:2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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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해보다 먼저 떠서 캄캄한 신새벽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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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생각 나제, 옛날생각 하고들 많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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