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몰라요, 학교폭력이 이 지경이라는 걸

학교 폭력,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등록 2010.03.20 14:59수정 2010.03.20 14:59
0
원고료로 응원

▶ 1년 반 동안 맞고 다닌 포천지역 한 초등학생 ▶ '빵셔틀, 학교폭력 아니다' 55% ▶ 청소년 '폭력 불감증' 심각 ▶ 알몸 졸업빵에 폭행살인까지 ▶ 학교폭력 '속수무책'…학교무용론 - 일부 신문의 학교폭력에 대한 기사 제목이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1년 반 동안이나 화장실에서 맞으며 학교에 다녔으니 얼마나 아팠으며 얼마나 울었으며 얼마나 학교에 가기 싫었을까? 그리고 어머니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졸업이라는 분위기에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반 강제로 옷을 벗고 나체로 서있어야 했던 학생들은 얼마나 창피하고 얼마나 괴로웠을까?  언어조차도 생소한 '빵셔틀'(힘이 약한 학생이 힘이 센 학생에게 빵을 사주는 것)에 시달려온 학생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고 속이 상했을까?

 

이 아이들의 아픔과 괴로움은 이 학생들만이 알 것이고 어른들은 모르는 사이에, 학교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어두운 학교의 폭력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폭력에 대해서 우리 사회와 학생들은 너무 관대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 동안 초․중․고교생 40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의 55%는 '빵셔틀을 학교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빵셔틀을 뺀 일반적인 괴롭힘과 '왕따'가 학교 폭력이 아니라고 답한 학생도 각각 42%, 17%에 달했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경험했다는 학생의 비율이 전체의 22%이었으며, 이 가운데 14%는 '셀 수 없을 정도로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으며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 가운데 64%는 '학교 폭력으로 고통을 느꼈다'고 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중 '죽고 싶을 만큼 고통을 느꼈다'는 학생이 16%나 됐다. 처음 학교폭력을 경험한 시기는 초등학교 4~6학년이 44%로 가장 많았으며 초등학교 1~3학년 18%, 중학교 1학년 14% 등의 순이었다.

 

이렇게 심각한 학교폭력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해보고 자성해야 한다. 독일의 엘리자베트 죌러가 지은 <도와줘, 제발>이라는 학교폭력에 관한 소설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 크다. 지금 이 시간에도 폭력에 시달리는 가운데 <도와줘, 제발>하며 마음속으로 울며 손을 내밀고 있는 학생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른들은 울부짖으며 도와달라는 떨리는 손에 반가운 대답은커녕 외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학교폭력을 목격했을 때의 대처를 묻는 질문에는 57%가 '모른척한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는 '같이 피해를 당할 것 같아서'가 34%, '관심이 없어서'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가 각각 33%로 조사됐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우리들의 무관심과 방임 속에서 자라고 있으며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유․초․중․고교에서 학교 급별, 단계별 맞춤형 예방교육을 하고 있으며 학교폭력 예방상담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상담교사 확대배치, 학생 상담자원봉사제 활성화 등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줄지 않고 날로 폭악화되고 조직화되고 그 나이도 점차 어려지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가정과 학교에 있으며 사회와 정부의 책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과 함께 건전한 공동생활 방법에 대해 지도하고, 학교와 사회가 학교폭력의 예방과 지도를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대응을 한다면 학교폭력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도와줘, 제발>이라는 책에서 제니코가 그러했듯이, 청소년들은 어려운 때나 심리적인 갈등이 있을 때에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얼굴빛이나 행동으로 <도와줘, 제발>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므로 보다 세심한 관심과 배려만 있다면 불행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학교폭력 없는 명랑한 학교,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가정, 학교, 사회, 정부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이리여고교장, 전라북도교육청 장학관, 과장, 교육부교육정책심의회 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2010.03.20 14:59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필자는 이리여고교장, 전라북도교육청 장학관, 과장, 교육부교육정책심의회 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있습니다. 
#학교폭력 #생활지도 #맞고다녀요 #어른들은 몰라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직에서 퇴직하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 이리여자고등학교 교장, 전 교육부 교육정책심의회 위원, 현 좋은교육운동본부 회장, 도덕성회복국민운동본부 부총재, 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으로로 봉사활동에 입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잘 보고 있으며, 우리교육을 바르게 보고 바르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하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