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수업에 부담 갖지 말자

참관수업을 다녀와서

등록 2010.03.21 18:03수정 2010.03.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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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1월에 시작이지만, 학생들은 만물이 샘솟는 이 봄 3월이 새로운 시작이다.


"어떤 선생님을 만날까, 어떤 친구들과 한 반이 될까? "

아이와 마찬가지로 학부모 역시 어떤 선생님, 어떤 친구들을 만날지 궁금하기는 매한가지다. 신학기가 시작하고 2주 정도 되었기에 아이도 엄마도 (아이를 통해) 조금은 감(?)이 온다.

3월 중순을 전후해 대개의 학교들은 학부모총회와 참관수업을 실시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안내장을 받았을 때,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을 했다. 결론은 가지 않는 것으로 내렸다.

"00아, 엄마 참관수업 안 간다. 괜찮지?"
"왜 안 오는데?"
"학교는 너 하기 나름이라 굳이 엄마가 가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 음... 솔직히 가는 게 부담스러워. 저학년이라 청소 등 이런 저런 할 일들이 생기는데 그런 거 하고 싶지 않아."
"알았어. 안 와도 상관은 없어."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러면서도 '시간을 낼 수 있으면서' 가지 않는 내 맘이 그리 편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는 왜 이리 다를까 싶다. 아니면, 내가 오버를 하는 것인가?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 참여수업이 있었다. 그땐 자연스레 수업을 함께 했고 선생님 면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니, 전화나 아이를 데려다 주면서 가끔 만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면 상냥하게 자세히 말씀해 주셨다.

그러다 아이가 대구가 아닌 타지에서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처음에 아이를 학교에 등하교시키면서 아이가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어렵게 선생님께 아이에 대해 말씀을 드렸다. 그랬는데, 무성의하게 돌아오는 한 마디.


"걱정 마세요. 자기가 알아서 적응할 거예요."

유치원과 학교는 다르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고, 첫 시도에 '역시 학교는 유치원과 다르구나' 하는 생각, 그 당시 선생님과 교실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고무장갑을 끼고 청소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상당히 보기 싫었다. 나와 짧은 면담을 뒤로 하고 교실로 들어가시는 선생님, 선생님 보는 데서 열심히 청소하는 엄마들의 모습. 같은 학부모 처지에 청소도 안 하는 내 모습. 왠지 싫었다.

유치원과 초등1학년이 이리 다른 것일까? 유치원에서 엄마가 청소하는 모습. 아무도 상상하지 않는다. 근데, 초등1학년은 그리 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내 아이가 청소를 못해서'라면 유치원에 청소하러 더 가야 한다. 더 어리고 더 어지럽히고 더 청소도 못할 테니까. 왜? 유치원은 수업료를 많이 내고, 초등학교는 의무(무상)교육이라서. 세금을 내는 국민의 의무를 다한다면 그건 이유가 안 된다. 아이가 어리면 교실청소는 고학년이 도와 줄 수도 있고, 학교예산으로 아르바이트를 쓸 수도 있다. 청소하러 학교에 가는 엄마들의 모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a 어느 교실수업 부곡초 2학년 교내 공개수업 모습, 다 다름을 인정하는 시간입니다.

어느 교실수업 부곡초 2학년 교내 공개수업 모습, 다 다름을 인정하는 시간입니다. ⓒ 박종국


그렇게 타지에서 보낸 1학년 봄을 제외하고 대구로 이사를 와서, 개인적으로 1, 2학년 2년 동안 학교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지만 별 지장은 없었다. '엄마가 오지 않아서' 내 아이에게 관심이 조금 덜 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혹여, 관심이 좀 덜했다고 해도 별 상관이 없다. 특별히, 아이를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근데, 지난 4년 동안 그런 선생님은 없었다.

아이가 3학년이었을 때,

"엄마, 이번에도 참관수업에 안 올 거지?"
"응, 꼭 가야 돼?"
"아니, 오면 좋고 안 와도 괜찮아."

아이도 이미 '울 엄마는 귀찮아서 참관수업에 오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했고, 나 역시 별 생각 없이 가지 않았다. 그랬는데, 방과 후 아이의 반응은 달랐다.

"엄마가 왔으면 좋았을텐데."
"왜?"
"모둠으로 연극을 했는데, 잘했다고 박수도 많이 받고 앵콜도 하고. 선생님께 실감나게 연기했다고 칭찬도 받았는데. 엄마가 와서 봤으면 좋잖아."

왠지 미안했다. '다음에는 한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랬는데, 4학년이 되어서 갈까, 말까 고민하다 '뭐 이제 고학년인데 뭘' 하면서 가지 않았다. 아직, 물꼬를 트지 않아서 왠지 모를 거부감이 남아있었다. 그때, 딸아이는

"엄마, 내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와야 해. 안 그러면 삐칠 거야."
"알았어. 내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갈게."

그리고 올해 5학년이 되었다. 학부모총회 안내장을 평소와 달리 유심히 보았다.

"선생님께서 참관수업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셔?"
"시간되면 오시고 바쁘시면 안 오셔도 된다고 하셨어."

"그럼 엄마 안 가도 될까?" 하면서 슬쩍 떠 보았다.

"안 돼, 엄마는 꼭 와야 해. 다른 엄마는 6년 다니는데 엄마는 아직 한 번도 안 왔잖아."
"참관수업일이 토요일인데 아빠랑 같이 갈까?"
"그럼, 더 좋지."

지난 3월 20일 처음으로 참관수업을 갔다. 아이는 우리와 눈이 마주치자 좋아서 손을 번쩍 들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빠들의 모습도 많이 보이고 많은 분들이 오셨다. 열심히 발표하는 모습에 흐뭇했다. 

참관수업 후 잠깐 선생님과 학부모의 대화가 있었다. 선생님의 첫 말씀,

"선생님, 학급에 필요한 것 없어요? 하시는데요. 필요한 것 없습니다. 또,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건 학교에서 해야 되지요. "

선생님의 첫 말씀이 내 귀에 쏙 들어왔다. 학교라는 공간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만들어 가는 '작은 사회'의 출발점이다. 가급적 학부모의 개입은 자제되어야 한다. 요즘은 학부모들이 너무 작은 일에도 선생님을 찾아가고 연락하고 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공무도 많은데 말이다.

"또, 저도 딸 둔 학부모입니다만 사실 학교가기 껄끄럽습니다. 학부모님 학교 오지 마십시오. 만약 저에게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쉬는 시간에 전화하시거나 아니면 문자 남겨 주십시오. 그럼,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또, 학교 홈피에 선생님과의 대화에 글 남겨주시면 저만 볼 수 있으니까 글 남겨주세요."

"이제 5학년이면 자기 주도적 학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항상 남을 배려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자랐으면 싶어서 급훈을 '배려하자, 당당하자'라고 지었습니다. 또, 7차교육과정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면 지금 5학년이 내년에 6학년이 되면 바뀐 교육과정상 역사를 전혀 배우지 못하고 중학교에 진학합니다. 해서, 역사와 관련된 독서를 하는 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인성교육에 관심이 많은 선생님이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참관수업! 결론은 '가도 나름 괜찮고, 안 가도 별 상관없고' 너무 부담을 갖지 말자.
#참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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