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친박 공천 경쟁, 마지막 승부처는 어디?

한나라당 울산광역시장 공천 두고 박맹우 현 시장과 강길부 의원 경쟁

등록 2010.03.22 11:45수정 2010.03.2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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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한나라당 시도지사 공천을 두고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친박계의 출마 포기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울산광역시장 공천에서는 양측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친박계 박맹우 울산시장과 친이계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군)은 지난 15일과 17일, 각각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지지자들이 세몰이에 나서는 등 본선보다 더 치열한 예선전이 시작되면서 지역정가는 물론 영남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울산 외 경남지사는 친박계 김태호 지사가 일찌감치 출마를 포기한 가운데 후보로 거론되던 친박계 김학송, 안홍준 의원도 최근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경남지사 공천을 두고 이달곤 전 장관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의 친이 간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시장의 경우도 친박계 서상기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 측근인 김재원 전 의원마저 출마를 포기했는가 하면 부산시장에서도 한동안 출마를 저울질 하던 서병수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장 선거, 친이 친박 대리전?

 

지난 1월까지만 해도 각 언론에서는 울산시장 한나라당 후보로는 박맹우 현 시장이 유력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었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강길부 의원을 후원하고 있다는 설이 나온 것은 1월 말. 이후 강길부 의원의 출마설이 심심찮게 언론에 흘러나왔고, 결국 강 의원은 지난 3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시장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강길부 의원은 현재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사업인 4대강 살리기 국회특위 TF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것 외에 세종시 문제에서도 이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최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강 의원은 "국민이라면 서울이 통일수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서울의 수도 기능은 통일에 대비하고 통일 이후의 북한지역 개발과 관리측면에서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세종시 수정안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

 

이 같은 행보들을 두고 정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차기 대권구도의 역학관계나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 등에서 친박계인 박맹우 시장보다는 친이계인 강길부 의원이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지역일간지 청와대 출입기자는 최근 청와대 핵심관계자와의 간담회 내용을 보도하며 "이 관계자는 '강 의원이 4대강 살리기 국회특위 TF 위원장을 맡고 있고, 주경야독으로 말단 공무원에서 건교부차관까지 역임하는 등 이명박 대통령과 인생역정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발언하기도 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이런 강 의원의 행보가 박맹우 시장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박 시장이 애당초 친박계로 분류됐지만 몇 개월 전만 해도 당내에서 울산시장 공천 경쟁자가 거론되지 않아 굳이 '친이 친박' 경쟁을 염두에 둘 필요성이 없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박맹우 시장을 향해 "태화강을 4대강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칭찬하는 등 그의 능력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터라 4대강 TF 위원장인 강길부 의원의 공천 도전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세종시를 두고 '울산의 주력사업인  삼성의 2차전지 산업을 세종시에 뺏길지 모른다'는 지역의 우려 속에서도 박 시장이 정부에 반기를 들지 않으면서 공천에 공을 들여온 것이 허사가 될 처지에 놓인 것.

 

지역에서는 박 시장이 한나라당 공천 경쟁에서 공감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고, 이때 박근혜 전 대표측이 지원할 수도 있다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울산시장 한나라당 경선 과정과 결과는 울산과 영남은 물론 한나라당 내 역학관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립대 유치 등 성과 두고 신경전

 

박맹우 시장과 강길부 의원은 모두 초보 정치인 시절인 지난 2002년 울산시장 선거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경쟁을 벌였다. 결과는 박맹우 시장의 승리. 이후 8년, 박 시장은 어느새 3선을 바라보게 됐고 강 의원은 2선의 국회의원이 됐다.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한 두 사람이 다시 울산시장 선거를 두고 정치 운명을 건 한판을 벌이게 된 것.

 

두 사람은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 울산국립대(과학기술대) 설립과 경부고속철도역사 유치 등 지역의 대형 사업 성사에 대해 서로의 공적을 주장하고 있다.  

 

박맹우 시장은 '업무 연속을 통한 울산 르네상스 구축'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지역의 관변단체와 언론, 재임을 통한 지역 사업의 연속성을 바라는 층이 지원 세력으로 알려진 그는 "임기 중 경부고속철 유치, 울산국립대(과학기술대) 설립, 강동권 개발 등 미래 발전역량 확충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했다"며 "세계적 생태산업도시의 기반 다지기, 문화복지 향상도 이뤘다"고 밝혔다.

 

또한 3선 불가론에 대해 "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해서 펼쳐놓은 사업 등을 잘 마무리 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물리적으로 재임기간이 길다는 관점은 능력과 리더십의 문제이며 오히려 3선을 하면 진취적인 시정이 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길부 의원은 '현실 안주냐, 새로운 전진이냐'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있으며, 박 시장 8년 재임에 부정적인 일부 시민들의 여론과 시정 변화를 요구하는 계층, 현 한나라당 친이계 세력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당초 울산시가 울산국립대 전체건축비 2500억원 중 절반인 1250억원을 부담키로 정부와 협상했었다"며 "하지만 국립대 건축비를 울산시민의 세비로 1250억원이나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해 당시 정부와 정권핵심부에 강력히 촉구해 국립대 건축비 전액을 중앙정부의 부담으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어 "박맹우 시장의 8년 재임기간 동안 큰 공과는 없었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울산은 지금 성장이 정체되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제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가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같이 한나라당 친이 친박 세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노동계를 포함한 진보진영에서는 야권 후보단일화를 통해 울산시장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후보단일화를 이뤄 전국 롤모델로 삼는다고 공언한 야권에서는 최근 진보신당의 협상 잠정중단 선언에 이은 야권 선거연대의 불협화음으로 그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2010.03.22 11:45 ⓒ 2010 OhmyNews
#박맹우 #강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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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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