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발 설화

구화지문(口禍之門)과 시위소찬(尸位素餐)

등록 2010.03.22 11:49수정 2010.03.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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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화지문은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으로, 재앙이 입으로부터 나오고 입으로부터 들어간다 하여 예로부터 성현의 가르침에 입을 조심하라는 글이 많이 있다.

 

전당서(全唐書) 설시(舌詩) 편에 다음과 같은 풍도(馮道)의 글이 실려 있다.

 

"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혀는 곧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 폐구심장설 안신처처뢰).

 

'구화지문'은 여기서 나온 말이다. 우리 속담에도 "화는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 "모든 중생은 화가 입 때문에 생긴다"고 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의 설화(舌禍)는 구화지문에 가깝다.

 

김우룡 전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이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를 정리했다"는 '큰집' 발언으로 MBC 인사에 대한 청와대 개입을 시사해 이사장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최시중 위원장은 여기자 포럼에 들른 자리에서 "여성은 직업을 갖기보다 현모양처가 되길 바란다", "여기자는 결혼해서 애 둘을 꼭 낳아라"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여성폄하발언'으로 비난이 거세지자 21일 공개 사과했다. 어이가 없는 것은 자신의 딸은 정치인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서초구 시의원으로 출마했다. 자신의 딸은 정치인이 되어도 괜찮고 나머지는 직업 보다는 집에서 살림이나 하란 말인가?

 

안상수 원내총무도 마찬가지다. 근거에도 없는 색깔론적인 좌파교육이 아동성폭력을 유발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하더니, 21일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의 주지 명진 스님이 일요법회에서 안상수 대표가 좌파주지 발언을 하며 '현 정권에 저렇게 비판적인 강남 부자 절의 주지를 그냥 놔둬서 쓰겠느냐'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안상수 의원에게 묻고 싶다. 용산 사태에서 타죽고 구속당했던 불쌍한 서민들에게 기부금 1억을 모아 준 것이 좌파적인 행위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회피 연아' 동영상을 제작한 네티즌을 고소한 유인촌 장관의 행위는 유치하기 그지없다. 순수하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에게 격려하는 유인촌 장관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으로 사회에서는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제작한 네티즌을 고소한 이유는 무엇인가? 열등감의 표현인가? 묻고 싶다. 심지어 여당의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마저도 "유인촌 장관, 웃자는 일에 죽자고 달려드나"는 말로 유인촌 장관의 네티즌 고소사건을 비판했다.

 

이러한 정두언 의원마저도 이번 6·2 지방선거와 관련해 "다시 잃어버린 10년으로 가느냐. 선진 국가로 향한 미래로 가느냐. 갈림길이 이번 지방선거"라며 잃어버린 10년 발언으로 구화지문(口禍之門)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야당의 이기면 잃어버린 10년이고 여당이 이기면 선진국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정책의 대결이 아닌가? 정정당당히 정책대결을 해야지 대국민 협박을 일삼는 것인가? 되묻고 싶다.

 

시위소찬(尸位素餐)이라는 고사가 있다.

 

시위소찬(尸位素餐)의 시는 시동(尸童)을 뜻한다. 옛날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의 혈통을 이어받은 어린 아이를 조상 신위에 앉혀 놓고 제사를 지냈는데 이 아이를 시동이라 불렀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동이 신위에 앉아 조상 대접을 받듯이 아무런 능력이나 공적도 없으면서 남이 만들어 놓은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것을 시위라고 한다. 공짜로 먹는다는 뜻의 소찬(素餐)은 재능이나 공로도 없이 녹을 타먹는다는 말이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국민들의 냉정한 판단을 바란다. 구화지문(口禍之門)과 시위소찬(尸位素餐)의 무리들이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대학교

외교대학원

정치학박사 이신욱

덧붙이는 글 | 한토마에 게재하였습니다.

2010.03.22 11:49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한토마에 게재하였습니다.
#설화 #안상수 #정두언 #유인촌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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