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태진아와 송대관.
뉴시스
태진아씨가 낸 새 노래 <사랑은 돈보다 좋다(2010년 2월 발매)>와 송대관의 새 노래 <분위기 좋고(2009년 11월 발매)>. 이 두 사람이 내놓은 새 노래의 노랫말을 살펴보니, 참으로 기가 막히더군요. 2006년 2월에 나온 태진아의 <아줌마>란 노래를 들으면서도 도대체 이 노래가 무엇을 노래하는 것인지 통 알 수가 없었어요. 아줌마가 좋아 좋아! 하고 외치는데, 왜 아줌마가 좋은지, 또 그 아줌마는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참 어이없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새롭게 내놓은 노래 또한 노랫말을 보니, 그야말로 참으로 유치하군요.
사랑은 돈보다 좋다 (태진아)사랑에 미쳐는 봤니사랑에 올인해 봤니 사랑에 울어는 봤니사랑에 웃어는 봤니세상 다 준다해도사랑과 바꿀 순 없어아무리 돈이 좋아도사랑과 바꿀 순 없어사랑은 사랑은 사랑은 사랑은사랑은 돈보다 좋다 사랑은 돈보다 좋다분위기 좋고 (송대관) 분위기 좋고좋고 느낌이 와요와요준비는 됐어됐어 오메 좋은거분위기 좋고좋고 폼도 좋구나좋아준비는 됐어됐어 나는 행복해봐요봐요 봐요봐요 아싸 이쁜내사랑 보고싶어 갑니다 가요내가 가요 당신만의 사랑이 되어길은 멀어도 마음은 하나요뜨거운 내마음 받아만 준다면분위기 좋고좋고 느낌이 와요와요준비는 됐어됐어 오메좋은거분위기 좋고좋고 폼도 좋구나좋아준비는 됐어됐어 나는행복해내 인생에도 봄이 온다 내 사랑에도 꽃이 핀다
노랫말을 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 노래를 찾아서 들어봤어요. 가락은 참 좋더군요. 그런데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 불러왔던 노래들과 비슷비슷하단 생각은 떨칠 수가 없군요. 어쨌거나 가락이 아무리 좋아도 노랫말을 꼭 이렇게밖에 못 쓰나요? 사랑이 돈보다 좋다는 말은 알아듣겠는데, 사랑에 미쳐는 봤냐? 올인해 봤냐? 그리고 내사랑을 만나러 가는 길에 내 인생에 봄이 오고 내 사랑에 꽃이 피는 것도 좋은데, 분위기 좋고좋고, 아싸 이쁜???
한때 태진아씨 팬이었던 우리 부부... 지금은? 글쎄사실 한때, 우리 부부는 태진아씨 팬이었지요. 지난날 그가 불렀던 노래들은 모두 트로트를 좋아하는 우리네 정서와 맞기도 했지만, 가락과 노랫말이 무척이나 가슴에 와 닿았어요. 구슬픈 가락도 참 좋고, 애절한 듯 노랫말을 잘 나타내며 부르는 그 창법을 무척 좋아했지요. 지난날 <사모곡> <동반자> <당신의 눈물>과 같은 노래에서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답니다.
한평생 모진 가난을 참으시고 고생하며 살다 가신 어머님을 노래한 <사모곡>은 우리네 어머니와 다를 바 없는 삶을 나타냈지요. 또 잘살아도 못살아도 영원히 함께 하며 동반자로 살아갈 아내와 남편을 노래한 <동반자>는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모든 아내와 남편한테 참 좋은 본보기가 되는 삶이랍니다. 또 외로워도 힘들어도 남편 하나 믿고 따르며 살아가는 아내한테 미안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한 <당신의 눈물>도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노래였지요.
대중가요는 우리 삶을 노래한다돌이켜 생각하면, 지난날 전통가요 노랫말은 거의 시와 다름없었어요. 노랫말이 무척 아름다웠고, 저마다 우리네 삶을 대신하는 노래하였지요. 그리고 여러 시대마다 그 시절 서민들의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이 바로 대중가요였지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면서 울고 웃으면서 자기들의 삶을 노래하고 살아왔다고 믿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노랫말 속에 '삶'이 없어졌어요.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노래도 바뀌어야 한다고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 '상업화'에 길들여진 사회가 되었다고 해도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나는 대중가요 평론가도 아니고 그저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 듣고 따라 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랍니다. 이런 내가 요즘 대중가요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그네들이 부른 노래들을 따라 부르면서 때론 웃으면서, 때론 눈물짓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이지요. 하지만, 이젠 당신들의 노래를 좋아했던 팬으로서 쓴소리이지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해야겠습니다. '대중가요도 예술입니다.' 아니, 그러기에 앞서 '대중가요는 우리네 삶입니다.' 남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듣고 따라 부르는 노래가 바로 '대중가요'이고 '전통가요'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가수 두 분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든, 아니면 남들이 얘기하든지 이른바 '전통가요(성인가요)'의 맥을 잇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성인가요계에 대선배들이지요. 그렇다면, 자존심을 좀 지켜주면 안 될까요? 어떤 이들은 "음악은 예술이 아니라 '놀이'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더군요.
글쎄요. 꼭 그럴 까요? 어느 분야이든지 가장 앞에서, 또는 '내로라하는' 자리에 서서 이끌어가는 분들이라면, 단지 단조롭고 반복되는 노랫말에 흥만 나게 하는 그런 노래로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까요? 그래도 어느 만큼은 자존심도 지켜야 하지 않을 까요? 그래야 후배들한테도 떳떳하겠지요.
김도향씨와 조덕배씨의 쓴소리, 새겨 들어야지난 2008년 가수 김도향씨가 후배가수 박현빈이 부른 <샤방샤방>이란 노래를 두고 쓴소리를 한 적이 있었지요. "지금 한국 대중음악에는 시대의 철학이나 맥락이 빠진 채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아주 그냥 죽여줘요'라는 부분은 노래가 아니다"고 요즘 트로트 가사에 대해 쓴소리를 했어요. 이때에도 찬반으로 나누어져 여러 가지 말이 많았지요. 그 뒤에 가수 조덕배씨는 김도향씨의 쓴소리를 두고, 그가 후배 가수들의 노래를 깎아내리려고 한 말이 아니라, 노래를 그렇게 만드는 제작자들이 있다는 것을 얘기한 것이라고 덧붙였지요.
또, 후배가수들이 부르는 이런 노래들을 요즘 아줌마들이 너도나도 좋아하는 것을 보고 때론 '나도 저런 노래를 만들어서 불러볼까?'하는 생각도 했다고 고백한 이야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가요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더욱 좋은 노래를 만들어서 발표하는 게 가수들의 몫이라고 이야기 했답니다. 그래요. 조덕배씨 말에 무척이나 공감이 갑니다. 대중가요를 앞서서 이끌고 가는 가수들이라면, 적어도 이런 생각은 한 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 까요?
요즘 젊은 가수들의 노래까지는 더 할 말이 없어요. 벌써 여러 차례, '저속하고 청소년한테 해가 되는 노랫말이나 춤동작' 따위는 많은 분들이 지적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전통가요, 성인가요를 이끌어가는 대선배 가수들은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귀 기울여 듣고 새겨봐야 하지 않을 까요?
감흥은 있으나 감동이 없는 대중가요'요즘 노래는 감흥은 있지만, 감동은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잠깐 반짝하며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 받지만, 그 예전에 견주면 그런 노래들은 오랫동안 사랑받지 못하더군요. 이게 꼭 제 생각만 그런 것일 까요? 비슷비슷한 가락에 단조롭고 반복되는 노랫말, 그러나 그 속엔 도무지 무엇을 노래하려고 하는지조차도 알 수 없고 노랫말 전체를 두고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 그런 노래를 부르는 당신들은 후배들 앞에 떳떳한가요?
어쩌면, 앞서 어느 가수가 말한 것처럼 일부 제작자들의 입맛에 맞춰서 나온 노래일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돈에 길들여진(?) 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잘못된 일이겠지요. 더 나아가 콕 집어서 얘기하면 요즘 대중가요는 쉽게 말해서, '돈이 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른바, 송대관씨가 키웠다는 가수 김양이 부른 <우지마라>라는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또 즐겨 부르지요. 이 노래는 가락도 좋고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어서 좋지만, 노랫말이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저마다 아픈 사연 가슴에 묻고 살지만, 힘들면 한 번쯤 쉬어가도 되니 '우지마라'라고 노래합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말고 울지 말라고 얘기합니다. 요즘 나온 노래이지만, 우리들 가슴에 확 와 닿는 그런 노래가 아닐 까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저는 대중가요 평론가가 아닙니다. 그저 당신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며 좋아했던 팬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히 부탁드립니다.
성인가요 대선배로서 후배들한테 부끄럽지 않도록 자존심을 지켜주세요. 지난날 우리네 삶을 고스란히 담아 서민들의 삶을 대신하여 노래 부르던 그 때를 기억해주세요. 지난날 당신들이 부른 노래들을 듣고 우리가 함께 울고 웃으며 얼마나 즐거워했는지를 말이에요. 그런 노래를 불렀기 때문에 당신들을 좋아하고 당신들이 부른 노래를 사랑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