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별세 소식을 듣고 천안에서 올라온 네팔 이주노동자 ㄷ씨가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다. 그는 “민주화의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착잡하고 슬프다”라고 말했다
허은선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서울 용산구 후암동 주한네팔대사관에서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네팔 전 총리의 추모식이 열렸다. 국내에 거주하는 네팔 이주민들과 각국의 주한 대사관 직원, 한국 시민 등 약 100여 명이 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지난 20일 토요일(현지시간) 향년 85세로 별세한 코이랄라 전 총리는 생전에 240년간 이어져온 왕권을 민주화 정권에 이양하고 마오주의 반군과 평화협상을 성공시켜 내전을 종식했다. 네팔에서 '민주화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그는 2008년까지 총 다섯 번 총리직을 역임하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1947년 비라트나가의 방직공장에서 노동운동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한 그는 민주화 운동을 펼치다 1960년부터 7년간 감옥에 수감되고, 1968년부터 1979년까지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하지만 총리직 말미엔 뇌물 스캔들에 휩싸이는 등 정치적 오점을 남겼으며, 절대 다수의 국민이 빈곤에 허덕이는데도 부유한 상층 계급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08년 대선에선 코이랄라 전 총리의 조카와 딸 등이 대선에서 참패했다.
1984년부터 네팔의료봉사단을 꾸려 지금까지 매년 네팔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전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이근후씨(75)는 "총리가 직접 봉사단 캠프를 찾아 감사를 표하고 격려를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라며 "네팔인들이 슬픔을 잊고 아직 불안한 네팔 정치의 안정화에 힘써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히말라야 사진작가로 알려진 조진수씨와 한국네팔연합 조덕연 회장, 외교통상부 관계자도 주한네팔대사관을 찾아 위로의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