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시멘트론 모든 생명이 죽어

최병성님이 펴낸 <강은 살아 있다>를 읽고서

등록 2010.03.25 15:34수정 2010.03.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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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최병성의 <강은 살아 있다> ⓒ 황소걸음

지금은 시골 고향에 가도 붕어를 잡아먹을 수가 없다. 그만큼 물이 오염됐기 때문이다. 개구쟁이 시절인 그 옛날엔 비오는 날이면 온 비를 맞으며 저수지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며 우렁이를 잡아 회를 무쳐 먹곤 했다. 그 뿐인가. 가끔씩 저수지 물이 바닥날 때면 동네 사람들 모두가 달려나와 고무대야를 들고 미꾸라지를 잡곤 했다.

20년 사이를 두고 이제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저수지에 떠올라 있는 부유물이 너무 더럽기 때문이다. 그 옛날에야 동네 사람들도 빨래비누만 썼고, 동네 한복판과 동네 앞 길도 시멘트가 아닌 흙길이었다. 그 때문에 한바탕 비가 오면 그 모든 흙탕물들이 저수지를 정화시켜 주었다. 그런 흙탕물조차 이젠 기대할 수가 없고, 저수지에 몸을 담그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최병성님이 펴낸 <강은 살아 있다>는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을 바르게 분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단순한 반대 감정에 이끌려 자기 주장만 퍼붓는 게 아니라 국내외 여러 자료들을 비교 분석해 주고 있으니, 이 책만큼 4대강 사업에 대한 실체를 잘 알려주는 책도 없지 싶다. 이 책을 읽노라면 그 옛날 시골 저수지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며 우렁이를 잡던 그 모습들이 떠오르는데, 또 그것들이 한순간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며 온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다음과 같은 까닭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죽어있는 현재의 4대 강을 살리고, 22조 예산을 투입해 34만개나 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물 부족 국가를 해소하고, 홍수를 예방한다는 목적이 그것이란다. 하지만 그 사업으로는 그런 효과를 가져올 수 없고, 오히려 그에 따른 해로운 일들만 속출하게 될 거라 진단한다.

우선 현재의 4대강은 죽어 있는 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도 나오는 바 그 공사 구간에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비롯하여 멸종위기 종인 한국 고유종 희수마자와 꾸구리가 살고 있고,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도 4대강에 한강 19개소, 금강 24개소, 낙동강 32개소, 영산강 32개소 등 107개나 되는 습지가 있고, 낙동강에는 해마다 13만 마리 철새가 찾아오며, 해평습지엔 두루미 2000-4000마리가 찾는다고 한다. 지금의 4대강이 죽어 있는 강이라면 그럴 수 없다는 논리란다.

녹색 뉴딜로 불리는 34만개 일자리 창출도 순전 뻥튀기 한 것이라 한다. 1930년대에 루스벨트 대통령이 미국의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토목공사로 테네시강 유역을 개발할 때나, 1960년대 우리나라의 한강교를 건설할 때는 모두 사람이 주도해서 해냈지만, 지금은 중장비가 그것을 대치하는 까닭이란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도 맞지 않으며, 오히려 중앙 건설사만 배불리게 한다는 게 뻥은 아닌 듯하다.

이명박 정부가 이야기하는 물 부족 국가라는 것도 미국의 민간단체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정한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자료는 국토 면적을 인구로 나눈 단순한 것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활용하지 않는 정보라 한다. 실제로 2001년에 한강 권역에서 2.6억t이나 되는 물이 부족할 것이라고 위협했는데, 서울과 수도권에서 모두들 물을 흡족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독일이 전 세계적으로 물도 많고 운하도 많지만, 운하에 가둬 놓은 물 때문에 물 값이 너무 비싸 물도 제대로 사용치 못한다고 한다.


홍수 예방이란 것도 마찬가지란다. 4대강 사업을 하는 목적 중 하나가 홍수를 예방한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4대강 유역에서는 한 번도 홍수가 범람한 적이 없다고 한다. 홍수가 일어났다고 하면 오히려 4대강 인근과는 멀리 떨어진 도서 벽지나 산간 마을에서 일어났을 뿐이란다. 그 때문에 진정 홍수를 대비하는 일이라면 그런 홍수 피해 지역만 준비하면 될 일이지 않겠냐는 반문을 던지고 있다.

최병성은 그렇듯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의 허점과 뻥튀기들을 낱낱이 밝혀주고 있다. 아울러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에 만든 간월호와 부남호가 죽음의 호수가 되어 있는 사진들도 보여주고, 시화호 수질 개선도 담수화 계획을 포기하고 바다를 막은 갑문을 열은 것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의 생명수를 책임진다는 로봇 물고기 역시 한 대에 4천 만 원에 달한다는데, 그것을 634km에 이르는 4대강 사업 구간에 몇 대나 풀어야 할지 모를 일이고, 그게 낚시는 피할지 몰라도 투망은 피할 수 없다고 꼬집고 있다.

그렇다면 그가 실질적으로 이야기 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4대강 사업이 가져올 피해다. 그 사업으로 인한 뒷감당 액수만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판국이고,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파괴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 지정 명승 16인 회룡포의 은빛 모래밭과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앞둔 하회마을 그리고 조선 6대왕 단종이 유배되었다는 청령포의 자연 풍광 등 아름다운 문화유산들까지도 매몰하고 훼손 당할 것이다. 더욱이 4대강 준설이 대운하와 연결돼 있는 일이기에, 당장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4대강엔 홍수 대비가 완료되어 수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 전체를 폭 300-400m, 평균 수심 7m로 준설하는 것은 홍수를 핑계 삼아 뱃길을 만들려는 것 외에는 달리 이해할 길이 없습니다. 운하가 아니고는 수심 7m 준설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104쪽)

대신 그는, 옛 한강에서 물놀이를 하고, 섬진강변에서 물고기를 잡고, 또 굽이굽이 흐르는 모래벌판에 뛰어들어 함께 오순도순 이야기하던 그런 자연환경을 더 아름답게 보존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은 손과 발을 담글 수 없는 한강이지만, 제5공화국 한강종합개발 사업 이전인 1960년대의 한강에는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10만 명씩이나 한강으로 물려 나와 물놀이를 즐긴 사진도 있다고 한다.

지금도 4대강 사업을 하려는 우리나라 곳곳에는 그렇듯 쉼과 여유와 놀이를 제공해 주는 천연자연공간은 그래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들을 생각하니, 그리고 머잖아 대운하로 연장되어 온통 썩은 악취가 진동할 것을 생각하니, 거기에 수상 스키가 즐비하게 들어설 것을 생각하니, 최병성님이 아찔하게 생각할 것이 충분히 짐작 되고고 남는다. 마치 내 고향 시골 동네의 저수지가 누렇게 떠 있고, 악취로 진동하고 있듯 말이다.

강은 살아 있다 - 4대강 사업의 진실과 거짓

최병성 지음,
황소걸음, 2010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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