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제도보다는 철학과 인적자원이다

제도시행 3년차, 미래 복지사회의 첨병 '사회복무요원'

등록 2010.03.25 17:16수정 2010.03.2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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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시설에 배치되어 근무하게 될 사회복무요원들은 전국 6개 사회복무교육센터에서 2주간의 직무교육을 받게 됩니다. 사진은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에서 장애체험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임기현

사회복지시설에 배치되어 근무하게 될 사회복무요원들은 전국 6개 사회복무교육센터에서 2주간의 직무교육을 받게 됩니다. 사진은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에서 장애체험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임기현

개발도상국의 딱지를 떼어버리고 선진국의 상징인 OECD에 가입하면서 복지는 이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하고도 빈번한 화두가 되어버렸다. 이는 현재의 우리사회가 간절히 복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복지는 아직도 매우 엉성한 상태로 그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우리사회 복지제도의 근간은 5대보험이다.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지난해부터 새롭게 시행되고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까지가 우리가 구축한 복지시스템의 큰 축이다. 이 큰 축을 중심으로 국민기초생활수급자제도를 비롯해 장애인에 대한 차량혜택이니 의료보장구혜택, 버스와 지하철 등의 노인혜택, 저소득아동급식비지원 등과 같은 중소규모의 일부 분야별 제도가 이벤트처럼 시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우리의 복지시스템을 냉정히 평가하면, 노인, 아동, 장애인, 저소득층 등 계층을 아우르고 교육, 의료, 주거, 요양, 재활, 여가 등 모든 국민생활의 분야를 포괄하는 전반적인 사회안전망은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눈에 잘 보이는 큼직한 5대 보험제도만 도드라져 있는 우리의 복지제도를 두고 '달마시안 모델'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금 우리의 복지시스템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지금까지는 복지사회를 이야기할 때 특정 제도의 시행여부로 그 성숙도를 논했다면 이제는 우리사회의 전반적 인식변화 여부, 즉 복지마인드 형성의 정도로 논해야 할 것이다. 특정 제도보다는 사회구성원들이 진정으로 어려운 이들을 배려하고 고통은 물론 사회적 과실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철학적 감성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 각성된 이들이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50년 역사 독일 민사복무제 '민사복무요원 없는 독일 상상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병역제도 '사회복무제'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사회복무제도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명명된 젊은 인력들이 사회 각 분야에 투입되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헌법상의 병역의무를 다하는 제도다. 총을 대신하여 장애인들의 휠체어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때로는 어르신들의 도시락을 나르며 곳곳에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이들이 사회복무요원들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이 복지국가가 될 수 있느냐 마느냐의 시험대가 바로 이 제도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의 복지정책이 개별적인 시혜성 제도에 초점이 맞추어져 온 것이었다면 사회복무제도는 사회 구석구석까지 복지의 개념을 수혈하고 실천함으로써 넓은 의미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토대가 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통일 독일의 복지사회의 토대도 이미 지난 60년대부터 시행되어 오는 '민사복무제도'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 제도를 적극 연구·도입했고 사회복무제도로 시행하게 된 것이다. 독일 민사복무청 프라우 파이트만 부청장의 "민사복무요원이 없는 독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표현은 이 제도의 사회적 중요도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진정한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꿈꾸려면, 우리도 이젠 개별적 제도시행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요소인 사회적 복지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배려와 나눔의 문화, 이를 지지하는 철학, 또 이를 바탕으로 반듯한 복지마인드로 단련된 젊은 잠재인력들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 그 첨병 역할을 맡은 이들이 바로 사회복무요원들이다. 머잖은 장래에 우리의 복지시스템은 이들을 통해 큰 질적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분명 우리사회는 이들을 통해 진정한 복지의 시작을 볼 것이고 독일 못지않은 정신적 풍요와 행복을 맛보게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소중한 미래자산인 사회복무요원과 그들을 학습시키고 실천시키는 제도인 사회복무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상기하고 사회복지시설과 종사자들은 또 그들대로 새로운 복지시스템의 적용을 끊임없이 고심해야할 때다.

 

제도시행 3년차를 맞고 있는 '사회복무제'. 지금까지 전국 6개 교육센터에서 시행되고 있는 직무교육과정을 거쳐 사회복지현장에 투입된 젊은이가 1만 6천여명을 넘었다. 완전한 제도정착이 기대되는 2012년까지 모두 5만명 이상의 교육된 사회복무요원들이 복지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장입니다. 이 글은 내부홍보용으로도 사용됩니다.

2010.03.25 17:16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기자는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대구사회복무교육센터장입니다. 이 글은 내부홍보용으로도 사용됩니다.
#사회복무 #사회복무요원 #사회복무제도 #복지국가 #직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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