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25일 삼성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혈병도 직업병이자 산업재해 인정하라" 이민우
▲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25일 삼성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혈병도 직업병이자 산업재해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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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뒤, 적극 활동해 왔던 '반올림'은 "삼성 백혈병 문제는 몇몇 피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의 노동자는 물론 국제 연대의 문제로 확산됐다"는 내용의 경과보고를 했다.
스스로를 '반올림 활동가 콩'이라 밝힌 청년은 "2년 반 동안 삼성백혈병 활동을 해 왔지만, 상황이 좋아지긴커녕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면서 "그동안 거대한 삼성자본은 책임지지 않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간 뼈 아픈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은 백혈병과 림프종의 발생률이 일반인 보다 놓게 나왔는데도 산재 불승인 판정을 내렸습니다. 가족과 노동자 가족에게 발암물질을 가져와 보라고 주장하며 노동자들의 치료권 마저 박탈했습니다. 가족들의 정당한 생존권 보장을 위해 행정소송과 실천 투쟁을 하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 청년은 "투쟁의 성과도 있었다"면서 "그동안 숨죽여 왔던 제보자들이 나도 아프다거나, 딸이 병들었다는 제보를 해 왔고, 두통, 코피, 피부질환에 시달렸다는 제보가 이어졌다"면서 삼성 백혈병 문제가 국제 연대로 까지 이어진 과정을 설명했다.
"이건희가 복귀해 저지를 불법·비리 생각한다면 이 나라의 위기"
경과보고가 끝나자 "연대와 단결로 건강권을 쟁취하자", "백혈병도 직업병이자 산업재해 인정하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어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이건희가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고, 그 시간에 삼성전자 공장 변압기가 열 받아 폭발했다"면서 "하늘도 무심치 않은 것"이라고 목청 높여 삼성에 대한 비판을 가했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란 범법을 자행하면서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탄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권력, 판검사, 행정권력 소위 지도자라는 인간들에게는 뇌물을 뿌리고 부정 비리를 자행합니다.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처럼 일하다 죽으면 내다버리는 것이 삼성의 작태입니다. 온갖 비리와 협잡, 뇌물수수로 족벌 경영을 하고 있지만 한순간에 무너질 모래성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건희가 복귀해 저지를 불법·비리를 생각한다면 이 나라, 이 사회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면서 "더욱 더 힘을 합쳐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 건설을 위해 싸우고, 삼성 재벌의 노동자 탄압에 맞서서 싸워 나가자"고 역설했다.
현재 뇌종양으로 장애 1급 판정을 받아 투병 중인 전 삼성반도체 노동자 한혜경씨의 가족과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 노동자의 유족이 절규와 울분 섞인 발언도 이어졌다.
"삼성에 민주노조 만들어야 노동자 여러분이 살고, 회사도 산다"
휠체어에 탄 딸(한혜경씨) 옆에 서 있던 어머니 김시녀씨는 "가정형편이 어렵다보니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면서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 3교대 야간 근무를 밥 먹 듯했다"고 억울한 심정을 털어놨다.
"어쩌다 집에 오면 잠만 자곤 했습니다. 발암물질과 전자파 속에서 혜경인 병들어 갔는데, 머릿속에 암덩이가 자랐습니다. 지금은 스스로 걷지도, 먹지도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삼성 당신 자녀라면, 직계 가족이라면 직업병이란 걸 뻔히 알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건가요."
고 황유미 노동자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삼성에 노동조합이 없어서 우리 유미가 죽었고, 이숙영이 죽었다"고 말문을 연 뒤 "이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들은 지금이라도 용기를 내 노동조합을 만들어 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건희가 여러분을 속이고 있습니다. 온갖 화학물질, 암에 걸리는 물질을 쓰면서 노동자 여러분들에게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백혈병이나 각종 암에 걸릴 수 있어요. 반드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있으나마나한 노동조합, 이건희한테 면죄부 주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민주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한다. 그래야만이 여러분이 살 길이요, 노동자 가정이 살길이고, 회사도 사는 길이고, 나라도 사는 길입니다."
정문 앞 집회를 마친 뒤에는 회사 울타리를 따라 후문까지 행진했다. 행진 대열의 앞에 선 사람들은 "무노조 경영 철폐! 민주노조 건설! 삼성노동자의 단결로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하자"라는 글귀가 적힌 펼침막을 들었다. 굵어졌던 빗방울과 매서운 바람은 행진이 마무리될 무려 잦아들었다. 행진 대열은 공장 후문에 도착해 간단한 마무리 집회를 한 뒤 해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3.26 16:0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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