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곽노현, 경기는 김상곤
'연고주의·마피아 문화' 교육계, 바꾼다"

[인터뷰②]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

등록 2010.03.31 15:32수정 2010.04.1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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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교육비리, 일제고사, 두발규제, 자율형사립고, 특목고, 교장공모제….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 산적한 과제들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각 시도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만나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모든 후보의 인터뷰에는 학생복지(무상급식), 교육계 비리근절대책, 사교육비 절감, 학생인권, 학력 평가 및 신장 등 5개 항의 공통질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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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인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 권우성


'경기도학생인권조례자문위원장'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잘 알려진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가 지난 15일 서울시교육감 출마를 선언하고 이어 예비 후보 등록을 마쳤다. 다른 예비 후보들에 비해 출마 선언이나 예비 후보 등록이 비교적 늦은 편이었다.

지난 25일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오피스텔 선거사무실. 그에게 건네받은 명함에는 '서울은 곽노현, 경기는 김상곤'이라는 문구 아래 '행복한 교육혁명'이라는 용어가 선명한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진보 진영에서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함께 양대 구도를 만들어 교육감 선거를 치를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인권의 관점'을 강조하며 배려가 필요한 부분부터 먼저 지원을 할 것이라 밝혔다. 또 교육 비리와 관련해서는 '교육 마피아'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교육계의 비리와 부패를 질타했다. 이건희씨의 삼성 복귀에 대해서는 "사법 정의가 돈의 힘 앞에서 무력하다는 걸 아이들에게 전달하게 될까 굉장히 우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래는 인터뷰 요약문이다.

- 교사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이라 초·중등 교육을 잘 모른다는 지적이 있다.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얼마든 학습을 통해 가능하다. 충암고 초대 학교운영위원도 했고, 반년 이상 동안 경기학생인권조례 성안의 책임을 맡아 교사·학부모·학생들로부터 학교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중요한 건 교육철학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이미 교육혁명의 싹을 키워온 선생님들이 많다. 아이들이 행복한, 새로운 교육을 위해서 많은 체험과 시도를 해 오신 그 분들의 구상을 본격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

-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다. 무상 급식 실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친환경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연장이고 국가의 책무다. 시민과 학생의 관점에서는 교육기본권이다. 선별적 복지는 낙인과 시혜가 따를 수밖에 없다. 부자 노인들에게는 지하철 표를 (무상으로) 주지 말아야 하나? 복지 개념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안타깝다. 왜 아이들에게 수모감과 자괴감, 부모에 대한 원망을 경험하게 해야 하나?"

"교육감 권한 축소, 문제 뿌리 잘못 진단한 것"

- 서울시교육청 비리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계 비리 근절을 위해 교육감 권한 축소와 교장공모 50% 확대 등을 이야기했다. 이에 대한 평가와 비리 근절 대책을 말해 달라.
"세상에서 제일 좋은 방부제는 햇빛이다. 이 정신을 존중하면 모든 교육행정에서 투명성, 개방성, 공개성 등의 3가지를 끝까지 추구해야 한다. 교육감 권한 축소는 선거를 앞두고 직선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으로, 직선 교육감에게 재를 뿌리는 것으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대통령이 행사하는 고위공직자 인사에서부터 개방성·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문제의 뿌리를 잘못 진단했다.


교장공모제는 대찬성이다. 다만 현재의 교장 자격증 소지자 중심의 초빙형 공모제는 행정업무 잘하는 교사가 다양한 스펙 쌓기를 통해 교장자격증을 얻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다. 그래서 내부형 공모제를 꼭 해야 한다. 교육계가 의외로 동종교배가 강하다. '마피아'라는 용어를 스스럼없이 쓰더라. 동종교배에는 정의가 있을 수 없다. 교육계가 연고주의·마피아 문화에 빠진 건 대단히 유감이다. 과감한 인사 탕평책을 펴고 감사시스템도 개선하겠다."

- 정부는 사교육비 절감 대책의 하나로 자율형사립고의 확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와 사교육비 절감 대책은 무엇인지 말해 달라.
"자사고·특목고가 특화되면서 일반계고·전문계고가 게토(ghetto)화 슬럼(slum)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자사고에 교과과정 자율성을 줬더니 입시명문으로 변질되고 있다. (수업시수가) 국영수는 증대 되고 예체능은 감축됐다. 자사고 설립 취지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엄정한 감사를 통해 설립 취지를 살릴 것이다. 행정의 일관성 때문에 당장 폐지는 못하겠지만 원래 목적대로 가도록 철퇴를 가하겠다.

자사고는 부잣집 아이들을 위한 학교다. 자율성이 좋다면 모든 학교에 줘야지 부자 학교에 만 덤으로 줘선 안된다. 자사고 경쟁으로 사교육비만 늘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수업과 평가방식을 바꿔야 한다. 모둠식, 협동식, 토론식, 문제해결식 수업으로 전면 재편해야 한다. 사교육이 흉내 낼 수 없는 공교육을 만들고 평가 방식을 일신해야 한다. 교사의 행정부담을 줄이도록 학교 행정체계를 일신하겠다. 선생님들에 대한 교과목 연구지원을 확실하게 해, 학교 현장을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 공동체를 넘어 선생님들의 학습 공동체로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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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인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 권우성


"짓눌린 아이들 창의성 폭발하면 우리 미래는 창창"

- 두발자유와 체벌 금지 등이 담긴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학생인권 향상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경기학생인권조례 성안 책임자가 나였고 거기엔 나의 철학과 정신이 담겨 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추진할 것이다. 학생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학생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할 것이고 인권침해를 다루는 학생인권구제기관도 만들겠다. 알바 학생이나 전문계고 학생들을 위한, 노동인권이 포함된 학생인권조례도 만들 것이다."

곽노현(1954년)
- 경기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공동의장
-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현)
-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 자문위원장(현)
- (사)기업책임시민센터 이사(현)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연구자문위원장(현)
- 경기학생인권조례를 준비하면서 만난 10대 학생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학생들을 굉장히 많이 만나려 했고 200~300명 이상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학교 교육이 아이들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억누르고 있어서 그렇지 우리 아이들이 우리보다 낫고, 잠재력이 제대로 폭발한다면 우리 미래는 창창하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만난 아이들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었다. 하지만 많은 선생님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학부모로서 내가 겪은 바는, 한줄 세우기와 무한점수경쟁에 주눅 들고 상처받아 무기력해진 아이들의 모습이다.

학교가 정상화 되고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자발성과 주체성이 넘치는 아이들이 될 수 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책임은 기성세대와 교육 당국에 있다. 아이를 둘이나 키우면서도 이 참담한 현실에 눈뜨지 못했던 나도 깊이 반성한다."

- 정부는 경쟁과 수월성을 이야기하면서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제고사에 대한 견해와 학력 신장 방안을 밝혀 달라.
"단일 척도에서 한 줄 세우기가 일제고사다. 우열 가르기다. 인간의 가치와 덕목은 천 갈래인데 한 가지 척도로 사람의 우열을 가르는 건 폭력적이고 잔인한 일이다. 성적만으로 무슨 우정과 연대가 쌓이겠나. 학력 진단과 처방이 목적이라면 표본 집단 평가를 하면 된다. 원하는 집단과 개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건 막을 이유가 없다. 일제고사는 전면 폐지해야 한다.

뒤처진 학생에게 낙인을 찍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강강술래(강강술래는 '연대'를 의미한다)를 추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기쁘고 '내'가 기쁘다. 공교육의 책무는 모든 사람을 일정한 학력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밀한 진단과 처방은 물론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이건희 복귀, '돈이 전부'란 인식 아이들에게 심어줄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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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인 곽노현 방송통신대 교수. ⓒ 권우성

- 선거 구호가 '행복한 교육혁명'이고, 학생인권조례 관련 언론 인터뷰에서도 '교육혁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교육혁명'이 무엇인가?
"교육혁명을 한 마디로 말하면 '한 줄 점수 경쟁'에서 '천 줄 재능 발현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교육이 명문대 입시를 목적으로 한줄 세우기를 지속하는 이상 80%는 이미 예정된 실패의 길을 간다. 이걸 바꾸는 게 가장 시급하다. 또 단 한 사람이라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공교육은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민주사회 시민으로서의 품성과 덕목을 키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 정규교과목 수업의 혁신 ▲ 생활지도 교육의 혁명 ▲ 방과 후 교육의 혁명 ▲ 교육복지혁명 ▲ 학교행정 혁신 혁명 등 5가지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 확충이 꼭 필요하다.

공교육은 교육기회 균등이고 사회정의의 토대인데, 개천에서 개털 나고 용궁에서 용 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이를 교육의 기회균등으로 해소해야 한다.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으면 사회 양극화 해소도 불가능하다. 상향평준화 하려면 아랫사람을 끌어 올려야한다. 결코 한 학생도 포기할 수 없다."

- 진보 진영 후보 추대위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지난 29일 추대위 전원회의에서 기존의 경선규칙을 대폭 수정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공정성 시비를 완전히 해소하고 추대위가 민주 진보 진영의 힘을 하나로 결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깊은 우울증과 불안증세로 힘겨워하는 수많은 학생들, 자존심을 잃고 자기 파멸의 몸부림으로 호소하는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민주 진보 진영의 단일 후보가 반드시 MB교육을 대변하는 후보를 이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4월 14일로 예정된 단일후보 확정일이 교육혁명을 예고하는 축제일이 되기를 바란다."

-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00년 이건희 회장 일가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오랫동안 삼성과 싸움을 벌였다. 얼마 전 이건희씨가 위기론을 내놓으며 삼성 복귀를 선언했다. 느낌이 남다를 텐데 교육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는가?
"올림픽 유치하라고 특별사면 했지 경영 복귀하라고 한 것 아니다. 특별사면의 암묵적 조건과 전제를 위배했다. 기업형 경제 범죄인데 배임 금액이 1500여억 원에 비자금이 4조 원 등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대해 (이건희씨가) 특별한 용서를 청한 적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2년 만에 복귀한 건 교육적으로 보면 돈 많으면 모든 게 된다는 물질 숭배를 가져올 수 있고, 교과서에서 배우는 법치주의나 사법 정의가 돈의 힘 앞에서 무력해지는 걸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어서 굉장히 우려된다."

#서울교육감후보 #곽노현 #무상급식 #지방선거 #공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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