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고려대 학생이던 김예슬 씨가 자발적 자퇴 선언을 하였다. 자본의 노예가 되어가는 대학 교육을 비판하며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자퇴를 했었다. 이 선언 이전에도 대학생 뿐 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기득권 세력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이들이 많다. 이 연재는 지역이라 조명 받지 못하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자유롭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단체와 사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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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추모제에 참석한 부산희망촛불 ⓒ 부산희망촛불
▲ 용산참사 추모제에 참석한 부산희망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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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촛불집회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가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부산희망촛불의 이광열씨다. 매번 부산희망촛불 깃발과 촛불집회의 주제에 맞는 피켓을 들고 집회 장소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워낙 유쾌한 사람이라 인사만 하며 지내다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기획 연재에 첫 주인공으로 인터뷰를 부탁하니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부산희망촛불의 시작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
부산희망촛불의 시작은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로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듯이 그 해 촛불 집회는 사회운동가들의 집회가 아닌 보통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집회였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인터넷 이곳저곳에서 광우병 쇠고기 문제가 이슈화 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인터넷 카페에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 대해 글이 올라오고 촛불집회에 함께 가자는 글이 올랐다.
이런 분위기의 중심에는 모 사이트의 토론장이었던 '아고라'가 있었다. 이 게시판에서는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 대해 많은 토론이 이어졌고,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만들어 갔었다. 전국 방방 곳곳에 'OO아고라' 라는 모임이 만들어져 네티즌의 힘으로 광우병 쇠고기를 막아내고자 했다.
부산/경남 지역에도 부경아고라가 생겨 인터넷의 많은 네티즌들이 가입하여 활동을 하였다. 하지만 2008년 가을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막아내지 못하고 촛불이 장기화 되자 네티즌들이 지쳐가고 있었다.
2009년 1월 용산참사,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까지 한국 사회에는 광우병 쇠고기 문제 이외에 다른 문제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부경아고라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은 내부토론을 통해 부경아고라와 결별을 하고 그 해 7월 부산희망촛불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희망촛불에는 일꾼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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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초읍 어린이대공원 앞에서 판넬 선전전 ⓒ 부산희망촛불
▲ 부산 초읍 어린이대공원 앞에서 판넬 선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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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부경아고라와 결별을 한 부산희망촛불은 약 100여명의 회원으로 시작을 했다. 희망촛불의 운영방식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단 규약을 정해 카페를 운영하는데 있어 최소한 지켜야할 약속을 정해두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5명의 일꾼이 모임에 필요한 최소한의 실무를 맡아 하고 있다. 다른 단체에서는 대표, 집행위원장, 선전국장, 총무, 연대국장 등으로 부르는데 희망촛불에서는 대표일꾼, 실천연대일꾼, 온라인일꾼, 살림살이일꾼, 조직 일꾼 등으로 부르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5명의 일꾼이 모여 모임 운영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단 모든 회원들이 참가하여 의견을 말하고 내용을 결정할 수 있는 개방적인 회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희망촛불이 했던 활동은 부산에 있는 시민들과 직접 만나 용산참사, 4대강 사업, 공기업 민영화 문제 등을 알려나가는 것이었다. 매주 주말 서면 환승역, 노포동 터미널, 해운대 해수욕장 등에서 어떤 문제에 대한 사진과 글을 판넬에 붙여 이젤을 통해 거리에 전시를 하기도 하고, 유인물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서 승객들 앞에서 '1분 스피치'를 하고 유인물을 나누어 주는 활동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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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용산참사 유인물을 나누고 주고 있는 70세 희망촛불 회원. 모임에서 가장 열성 회원으로 알려진 회원이다. ⓒ 부산희망촛불
▲ 지하철에서 용산참사 유인물을 나누고 주고 있는 70세 희망촛불 회원. 모임에서 가장 열성 회원으로 알려진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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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11월까지는 매주 주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선전 활동을 했었다. 특히 지하철 선전전 할 때가 제일 뿌듯했다. 사람들이 우리 얘기를 매우 세심히 듣고 우리가 준 유인물도 매우 꼼꼼이 읽는 것 같다."
선전 활동 뿐 만 아니라 생태 문제에 관해 회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초록빛 세상을 쏘다' 라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는 다른 환경 단체와 다큐멘터리 상영, 생태 철학에 대한 강연, 한국의 민중가요를 사랑하는 일본가수 공연 등이 펼쳐졌다. 또 카페의 네티즌들이 자체적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제야정당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강연회, 촛불문화제, 노동자들의 파업현장에도 적극 참여했다.
<삼성을 생각한다> 자발적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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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지하철역 게시판에 부착 된 <삼성을 생각한다> 포스터. (왼쪽 아래 검은색) ⓒ 부산희망촛불
▲ 부산 지하철역 게시판에 부착 된 <삼성을 생각한다> 포스터. (왼쪽 아래 검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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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삼성을 생각한다>의 책이 출판이 되었을 때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지면 신문에서는 책의 광고조차 내지 못했다. 모든 신문사에 삼성의 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기 때문에 진보 언론조차 책의 광고를 하지 못했다.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알려지지 못하게 되자 부산희망촛불에서 <삼성을 생각한다> 자발적 홍보에 나섰다. 희망 촛불과 함께 부산지하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참가하여 부산지역에서 <삼성을 생각한다>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부산 지하철 1-3호선 모든 역 게시판에 홍보 포스터를 부착했다. 앞으로는 홍보 유인물을 만들어 부산 주요 지하철 환승역 근처에서 배포할 예정이다.
그리고 희망촛불과 부산지하철 노조에서 약 100권을 공동 구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100권 모두 정가에 구입하겠다고 했다. 단체 구입하면 조금 할인되는데, 이 할인된 금액을 삼성 노동자들에게 쓴다고.
"사회 평론 출판사와 공동구매를 통해 할인 받는 금액 전액을 반도체 노동자 건강, 인권 지킴이(반올림)과 삼성 일반노조에 후원하기로 얘기가 되었다. 우리 뿐만 아니라 많은 단체/모임에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부산희망촛불은 아직 1년이 안 된 갓난 아이와 같은 작은 모임이다. 하지만 갓난 아이치고는 어른보다 더 활발히 움직이고 행동하는 모임이다. 앞으로 부산지역에서 부산희망촛불의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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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희망촛불 카페지기 이광열씨 ⓒ 배성민
▲ 부산희망촛불 카페지기 이광열씨
ⓒ 배성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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