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침몰한 지 2일로 만 일주일이 되었지만 침몰 원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천안함을 인양해야 침몰 원인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일주일이 지났으면 큰 유곽은 잡혀야 한다. 국방부와 해군이 브리핑을 하면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르고, 천안함 비슷한 초계함에서 근무하다 전역한 누리꾼들도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원인은 국방부와 해군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밝혀줄 수 있는 정보를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달 TOD 영상을 공개했지만 앞 부분을 빼고 공개했다가 거센 비판 때문에 앞 부분을 공개했다. 그런데도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오히려 "의심많은 기자들"이라고 했다. 국방부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의혹이 눈덩어리처럼 커졌는데 언론사 기자들을 탓한 것이다.
그리고 침몰 시간부터 9시 45분→ 30분→ 25분→ 22분으로 번복했다. 군당국은 이런 혼선이 빚어졌던 상황에 대해 "군은 상황 보고시 최초, 중간, 최종보고의 절차가 있으며, 최초보고는 정확성보다는 신속성을 강조해 다소 오차가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황 증거는 사고 시간이 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6분 전후에서 실종자 휴대전화 메시지가 끊어졌고, 해양경찰이 천안함 사고 발생시간을 9시 15분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2일자 <조선일보>는 <'사건 재구성'9시 45분→ 30분→ 25분→ 22분> 기사에서 "천안함 침몰 시작 시각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군 당국의 발표 시각은 그동안 '오후 9시 45분→ 오후 9시 30분→ 오후 9시 25분' 등으로 바뀐 데 이어, 1일에는 '오후 9시 22분'이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보다 빠른 '오후 9시 15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국무총리실 상황실이 사고 당일 오후 10시 48분 직원들 휴대전화에 보낸 문자메시지는 "오후 9시 15분, 초계함이 침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9시 45분으로 통보했는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과정에서 잘못 입력해 오타가 났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군의 이런 해명이 얼마나 황당한지 알 것이다. 평시 상황과 비상 상황할 것 없이 군인은 임무를 맡고 투입되면 몇시 몇분에 임무지에 도착했고, 상황 발생시마다 정확한 시각을 보고해야 한다. 시간 보고는 군인에게 가장 기초적인 임무이다. 끝없이 교육받고, 반복하기 때문에 시간 오차는 거의 나지 않는다. 아무리 함정이 침몰하는 급박한 상황이라도 보고시간이 23분이나 오차가 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군당국은 최초보고는 정확성보다는 신속성이기 때문에 오차가 날 수 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한편 실종자 구조를 위한 장비 문제도 비판을 받고 있다. UDT와 SSU 대원들은 천안함 실종자 구조를 위해 생명을 건 수중 탐색을 하고 있다. 결국 지난 달 30일 해군특전여단(UDT) 소속 고 한주호 준위가 '잠수병'으로 순직했다. 잠수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압챔버'가 필요한데도 현재 천안함 실종자 구조에는 광양함에 있는 1대뿐이었다.
실종자 구조에 감압챔버가 1대뿐인 것에 비판이 일자 군당국은 해군 구조함에 5대, 군부대에 2대, 민간에 11대가 있지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감압챔버는 광양함에 있는 것 1대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군의 이런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2일자 <국민일보>는 <"사용 가능 감압챔버 1대 뿐" 해군 주장 사실 아니다> 기사에서 "울산의 감압 챔버 제조 업체인 백스쿠버가 이동식 감압 챔버 3대(4인용)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폴리텍대학도 6인승 이동식 감압 챔버 1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 업체와 기관 보유 챔버만 가동하더라도 당장 18명의 잠수요원을 동시에 투입하면서 감압을 지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이니 실종자 가족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군당국 발표를 믿지 못하고 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지시했지만 군사기밀 운운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1일 대통령 특사로 국외를 다녀온 한나라당 의원 9명과 오찬을 하면서 속초함이 새떼로 오인해 함포사격을 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자 "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국민들도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이 대통령은 새떼에 대한 정확한 정보 보고를 받고, 새떼로 믿었다고 했다.
그렇다. 이 대통령이 새떼를 보고 함포사격을 한 다는 것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지만 정확한 정보 보고를 받고 믿었다. 실종자 가족과 시민들도 마찬가지이다. 군당국이 모든 정보를 공개하면 된다. 군사기밀로 미루기에는 군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어졌다. 적에게 기밀이 탄로나도 또 다른 대체 방법이 있지만 국민이 군을 믿지 못하면 해결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군당국은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2010.04.02 13:2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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