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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곳에서 참 행복했고 많은 것을 얻었어. 그러니 그 행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해. 누구나 우리처럼 산티아고에 오는 행운을 누릴 수 없잖아. 우리,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각자의 까미노를 만드는 게 어때? 너는 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제주올레 이사장인 서명숙씨가 쓴 <제주 걷기여행>이라는 책 236쪽에 나오는 이 글은 지난 2006년 9월, 서씨가 스페인 산티아고길 800킬로미터를 걷는 도중 만났던 '헤니'라는 영국 여성이 해 준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서씨는 이 말이 충격적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곧바로 제주올레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너는 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만약 그 자리에 필자도 있었다면 서 이사장 못지않게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특히, '너는 너의 길, 나는 나의 길'이란 표현에 많은 것들을 생각해 봤을 것이다. 과연 '너의 길은 어떤 길이며 나의 길은 어떤 길일까'하는 고민들...
성 야고보가 복음을 전도하기 위해 걸었다는 길, 천 년 전 가톨릭 신자들이 순례를 시작했다는 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안전하다는 산티아고 길이 나의 길일까?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화산섬 제주의 멋진 해안을 돌아나가는 제주올레길이 나의 길일까?
모두 아니다. 그것은 단지 너의 길일 뿐이다. 너의 길이 정갈한 수선화길이라면 나의 길은 거친 야생초길이다. 제 맘대로 흐르는 물길과 제 멋대로 자란 잡초 사이로 난 울퉁불퉁한 거친 흙길, 필자는 헤니의 '너의 길'을 야생초 같은 길로 해석하고 있다.
장화 신고 괭이 들고 걷는 '우리천 올레길'
사람들은 올레길 하면 아름다운 길의 대명사로 기억한다. 요즘은 아름다운 길을 더욱 아름답게 성형(?)까지 해 가면서 꾸며 걷고 있다. 그래서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번진 올레길(걷는 길)들은 하나같이 미끈하게 생겼다.
그런데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원래 아름다웠던 길은 계속 아름다워지고 있는데 못생긴 길은 그 높이만큼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모 개그프로그램의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처럼 분화장 한번 못한 뒷길이 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깨끗한 곳은 계속 깨끗하고 더러운 곳은 계속 더러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3월 28일, '우리천을 아끼는 사람들의 모임' 정철회 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이 하천 길에 철쭉을 심었던 것처럼 소외된 뒷길을 다듬어 보려는 노력들을 한다는 점이다. 바로 그 길이 벌교천, 낙안천의 다른 이름 '우리천'이다. 일반적인 올레길이 지팡이와 운동화를 신고 걷는다면 이곳 우리천은 장화를 신고 괭이를 들고 걸어야 한다.
'우리천 올레길' 생소하시죠?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우리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하천이 있는지는 정확치 않다.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왜 '우리천'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겠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다.
필자는 국토의 분단으로 휴전선이 강의 허리를 지나고 있는 임진강을 걸어서 완주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판문점, 임진각, 자유의 다리 등이 있는 분단의 상징인 임진강을 올레길로 만들어 걷고 싶다는 뜻이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걷는 올레길,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차다.
그런데 이런 길이 우리나라에 또 한군데 있다. 전라남도 동남부에 흐르는 하천인 벌교천과 낙안천이 그곳이다. 한반도가 외세에 의해 형제가 갈리고 특정 세력에 의해 분단이 고착화된 것처럼 '낙안군'도 똑같은 운명을 안고 있는 지역이다. 그곳을 흐르는 하천이 벌교천과 낙안천으로 남과 북 양쪽을 관통해 흐르는 임진강과 같은 운명의 하천이다. 그래서 '우리천'이다.
'우리천 올레길' 꼭 권해주고 싶은 길이다
이런 역사적 아픔의 현장이기에 우리 모두가 걸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지만 기존의 올레길이 아름다운 길을 찾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걷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쓰레기가 넘쳐나고 지저분한 길이지만 그것을 가꾸면서 걷는 새로운 형태의 올레길이기에 권해드리고 싶은 것이다.
지역과 자연을 위해 봉사하고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교육적 차원에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음은 두말한 필요가 없다. 추진하는 사람들은 최근 하천변에 철쭉을 심으면서 '지역사랑 철쭉'을 판매해 구매자의 이름으로 하천변에 심어주는 일을 시작했고 하천변을 청소하면서 올레길을 걷는 '우리천 올레길' 걷기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우리천 올레길' 걷기는 생소하고 귀찮은 노동일수도 있다. 그래서 참여가 저조할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큰 의미는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많은 분들이 '우리천 올레꾼'으로 벌교천과 낙안천 걷기에 참여해 역사의 산 증인이 돼 주길 희망한다.
문의: 우리천 올레길(http://cafe.daum.net/wooriolleda)
2010.04.02 16:2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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