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도개혁, 보수단일화엔 참여할 것
'무상급식=부자급식' 안될 말...일제고사 필요"

[인터뷰④] 정채동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2010.04.06 17:16수정 2010.04.0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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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교육비리, 일제고사, 두발규제, 자율형사립고, 특목고, 교장공모제….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 산적한 과제들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각 시도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만나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모든 후보의 인터뷰에는 학생복지(무상급식), 교육계 비리근절대책, 사교육비 절감, 학생인권, 학력 평가 및 신장 등 5개 항의 공통질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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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정채동 예비후보. ⓒ 유성호


언론들은 서울시교육감 후보를 다룰 때 보수, 진보로 나눠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만난 정채동(66) 예비후보는 이런 '갈라치기'가 걱정스런 모양이다.

"보수와 진보, 둘로만 나눠 놓잖아요. 저를 놓고 보수라고 하는데 저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 개혁입니다. 교육은 정치적으로 중립인데,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됩니다. 중도차원에서 긍정적인 개혁을 하고 싶습니다."

정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선거 기치는 '서울교육을 확 바꾸겠습니다'. 그는 "서울교육은 혁신과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교육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 내가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섬기는 마음으로 서울교육의 난제를 앞장서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 후보는 전주교대를 나와 1964년 3월, 서울염창초에서 초등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이래 교육부 국립교육평가원 교육연구관을 거쳐 강남교육청 초등교육과장,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중부교육청 교육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울시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46년 동안 초등교사와 교장, 그리고 교육관리직을 두루 섭렵한 셈이다.

'섬기는 교육감' 만들겠다

인터뷰는 지난 1일 오후 8시부터 서울 한강로에 있는 정 후보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왜 나왔나?
"초등학교 현장 경력 40년 6개월과  서울시교육위원 4년째를 거치면서 우리 교육을 바르게 가게 하려면, 교육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 서울시교육위원직을 수행하면서 건의도 하고 대안도 제시했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교육감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시범적으로 해보고 싶은 열정이 솟구쳤다."


- 교육감이 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풍토 조성이다. 인격이라는 것은 학생이나 교사나 모두 소중하다. 학생인격을 소중히 여기는 교사만이 학생으로부터 존중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관계 속에서 배움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섬기고 존중하는 교육감이 되고 싶다."

- 너무 추상적인 말이다. 섬기는 교육감에 대한 복안이 있나.
"나는 강남교육청 학무국장과 중부교육청 교육장 등으로 일할 때 행정지원을 최우선으로 실천하였다. 조건을 붙이지 않고 도움이 필요하면 열정적으로 도와주고 섬기는 자세로 근무해왔다. 나의 인생철학은 '제 자신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소중히 해야 상대방을 소중히 생각하고 존중하지 않는가."


"인사비리 막기 위해 교장 이원 공모제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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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정채동 예비후보. ⓒ 유성호

- 공정택 교육감 체제에 대해 평가한다면.
"실적 위주의 눈에 보이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된 부분이 있다. 서울교육을 위해 발전적으로 내실을 기하고 대안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 예를 들면탁상교육행정의 본보기가 고교선택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인적구성이라든지 여러 시설 여건을 따져본 다음에 점진적으로 추진하자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고 (결국) 학교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등 문제점이 생기지 않았나."

- 서울시교육청의 인사비리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인사는 만사다. 인사는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야 하는데 투명하게 하지 못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외부인이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인사추천위원회를 설치할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예측 가능한 인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정부가 인사비리 근절책으로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교장공모제 확대 도입은 찬성한다. 다만 나는 공모의 형태를 이원화하는 이원 공모제를 추진할 생각이다. 인문계고교와 초중학교 교장공모는 교장자격증 소지자에 한하고, 전문계고와 특성화고는 교장자격증이 없어도 응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그럼 교장자격증 소지자뿐만 아니라 15년 이상 교직경력을 가진 교사들도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내부형 공모제는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교장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내부형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으니 보완해서 부족한 부분을 연구한 뒤에 추진하는 게 옳다."

- 교육감 권한 축소 방안에 찬성하나.
"교육감 권한 축소가 아니라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업무를 공개해야 한다. 예산편성과 집행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시체제가 필요하다. 예산투명성 감시위원회를 설치해 상시 감시 감독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교육감 권한이 줄어드는 것이야 말로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 본인이 서울시교육청 전문직과 교육장으로 일한 것이 인사비리 척결에 한계로 작용하지는 않겠나.
"오히려 나의 현장 경험과 소신으로 비추어 볼 때, 인사비리 척력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을 수립하여 추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교육현장의 사정을 알아야 도려낼 환부를 잘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외고는 줄이고 자율형사립고는 늘려야 한다"

-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자율형사립고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
"외국어고는 점차 줄여야 한다고 본다. 자율형사립고는 증설에 찬성한다. 무한대로 늘리는 것은 아니고 조건이 갖춰진 학교에 한해서 허가해야 한다. 등록금을 많이 받아서 운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율형사립고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많이 늘려주면 혜택을 받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이다. 부자학교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 고교평준화 근거리 배정체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평준화교육은 필요하다. 다만 상향 평준화교육을 해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고 수월성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율형사립고와 국제중에 찬성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학교를 많이 늘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립학교 자율경영이 중요하다. 선발에 대한 규제를 풀고 여러 족쇄를 풀어줘야 사학이 발전할 수 있다."

정채동(1944년)
- 전북 익산 남성고, 전주교대 졸업
- 동국대 경영학과, 단국대 교육대학원 교육학석사(교육행정)
- 전 서울효제초, 신용산초 교장
- 현 서울시교육위원
- 전 서울 중부교육청 교육장, 강남교육청 학무국장
- 현 민족통일 영등포구협의회 상임위원
- 현 한국리더십교육연구회 회장, (사)한국효도회 서울연합회장
- 현 (사)국제청소년 스포츠협회 회장
-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 모범공무원대통령 표창
- 학원강습시간 자율화를 주장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에서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쟁 체제를 무시하고 교육 시장에 대한 일괄 제한규정을 두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위배된다. 자칫 잘못하면 학원교습의 음성화와 교습비를 부추겨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 학생들 처지에서 보면 야간 교습이 너무 힘들지 않겠나.
"학원 자체적으로 내규를 만들어, 아이들 입장을 생각해서 하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자정결의대회를 하는 등 학원 스스로가 규정을 만들어서 지키는 자율적인 그런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정 후보가 학원과 어떤 관계가 있지 않겠나 하는 뒷말도 나오겠다.
"학원과 하나도 관계가 없다. 규제의 한계는 명확하다. 학원 자체 규정을 정해서 스스로 운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보수 단일화에 참여할 생각도 있다"

-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웰빙친환경 무상급식을 현실화 하겠다는 게 내 공약이다. 의무교육, 초중학교 학생들한테는 예산을 절감해서 실행하는 쪽으로 해야 한다. 고교는 저소득층부터 확대하면 된다. 내가 교육감이 되면 내년부터 초중학교는 전면 시행하겠다. 고교는 저소득층에 한해 선별적인 무상급식을 추진하겠다."

- 무상급식을 놓고 부자급식이니 사회주의적 발상이니 말이 많다.
"부자급식이라는 용어가 나오면 안 된다. 먹는 문제를 놓고 차별하면 안 된다고 본다. 무상급식은 사회주의 하자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안을 보면 두발 자유에 대한 얘기가 있다.
"학생의 인권과 개성을 살리고 자기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말이다. 하지만 외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빈부차에 따른 학생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 유흥업소 출입도 막을 수 없어 청소년 비행을 억제하기 어렵다. 두발에 대한 무한 자유를 주기보다는 교육적으로 이해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 체벌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체벌은 안 된다. 교원들은 상담 자격을 다 갖고 있어야 한다. 매가 아닌 상담을 통해 학생들을 바꿔야 한다."

- 학업성취도 평가, 국가수준 진단평가 등 일제고사도 논란거리다.
"교육의 결과를 학부모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국가주도의 학력평가가 필요하다. 그 결과는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대한 지도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다만 지나친 학교 간, 학생 간 경쟁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세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교육 내에서 수월성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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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정채동 예비후보. ⓒ 유성호


- 보수후보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단일화 테이블에 참석할 생각인가.
"보수후보 단일화에 동참할 생각은 있다. 단일화 필요성이 있는 분하고 상황이 무르익으면 참여하려고 한다."

- 반 전교조 프레임을 활용한 선거운동 움직임도 있다.
"전교조도 우리 교사들이기 때문에 교육 발전에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전교조 교사 명단공개는 보안유지를 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는 법리해석이 나온 이상 공개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리라 보지는 않는다."

- 마지막으로 못다 한 얘기를 해 달라.
"우리 선거운동본부의 캐치프레이즈는 '서울교육을 확 바꾸겠습니다'다. 서울교육엔 혁신과 개혁이 필요하다. 교육을 통해 강남북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 강남이라고 해서 억누르면 안 되고 부족한 강북엔 예산과 우수교사를 지원해서 강남북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 나는 교육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섬기는 마음으로 서울교육에 대한 난제를 앞장서서 풀어나가려고 한다.
#서울시교육감 #정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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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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