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가강의 낙조고리키의 도시로 흐르는 강
양학용
그렇게 낯선 도시에서의 여행이 시작됐다. 다음날 아침 대학시절 우리들 가슴을 뜨겁게 했던 그 사람, <어머니>의 작가 막심 고리키를 찾아 나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이름이 레닌그라드였듯이 한때 이 도시의 이름은 고리키였다.
어린 시절 그가 아버지를 여의고 조부모와 살았다는 작은 나무집 그리고 30대에 글을 쓰고 살았다는 그의 박물관, 어느 곳도 한 도시의 이름이 되었던 사람의 흔적이라 하기엔 너무 소박했다. 그래서 조금 쓸쓸했다. 지금 그의 소설을 읽는 이가 흔치 않듯이 이제 이름이 바뀐 이 도시에서 그를 기억하는 이도 점차 사라져갈 것이다.
하지만 그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사이 우린 점점 이 도시 자체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곳엔 러시아에서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다 있었다.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는 트램(시내 주행 전차), 너무 화려해서 유치하고 그래서 더 예쁘던 양파지붕의 교회들, 쓸쓸하고도 고결해 보이던 오래된 나무집들, 언덕 아래를 흐르던 강…….
아, 그리고 그 강 너머 자작나무 숲을 온통 파랗고도 붉은, 도저히 이 세상의 색감으로 표현할 수 없을 빛깔로 물들이던 저녁놀. 그 순간 우리는 인정해야만 했다. 하루 이틀만 묵고 떠나려던 애초 일정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