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 노동자들은 왜 동작경찰서에서 울었나

"경찰이 기륭 사측 편들고 여조합원 화장실 문 열기도"... 동작서, 해명 없어

등록 2010.04.07 16:57수정 2010.04.0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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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중 전경에 포위당한 기륭전자노조 조합원들. ⓒ 노동세상


오늘(7일) 오전, 3년여째 투쟁 중인 기륭전자 노조원들이 모인 곳은 기륭사옥이 아니었다. 동작경찰서 앞이었다. 금속노조, 민주노동당 등 여러 연대단체 회원들도 함께였다. 이들은 함께 '기륭자본엔 편들기, 노동자엔 편파수사, 성추행 동작서를 규탄한다'는 현수막을 펼쳤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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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서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중인 기륭노조와 연대단체들. ⓒ 노동세상


유전무죄, 무전유죄? 동작서 사측 '감싸기'

지난 3월 26일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겸임하기로 결정했다. 평소 큰 일 없이 진행되던 기륭노조의 집회는 이 때부터 눈에 띄게 충돌이 늘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지난 2주간 사측 직원들이 앰프를 발로 차고 조합원들을 밀거나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를 막아달라고 경찰 지구대에 가면 정보과에 가라 하고, 정보 형사에게 가면 자기네들은 형사가 아니라고 서로 미루면서 사측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어제(6일) 오전 사측과 조합측이 충돌했다.

현장에 있던 문재훈 남부노동센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과 사측 총무과 직원들에 둘러싸여 주먹으로 배를 맞았는데, 내가 맞는지도 몰랐다. 저 앞에 선 줄무늬 옷 입은 사람이 그 자리에 있던 담당 정보과 형사다. 그런데 증언은 안 하더라. 경찰에 얘기했더니 '저항했냐? 저항했으면 공동폭행'이라더라. 도대체 공정한 경찰은 어디 있느냐"며 분개했다.

경찰은 이를 쌍방고소로 처리하기로 하고 사측과 조합측 사람들을 동작경찰서로 연행했다. 이 와중에 경찰서 앞에서 노사는 다시 한번 충돌했다. 현장을 동영상 촬영하던 박00 조합원을 향해 회사의 정00 이사가 '나도 촬영하겠다'며 휴대폰을 꺼내드는 과정에서 정 이사가 "내 휴대폰이 떨어졌다, 재물손괴다"라며 박 조합원을 현행범으로 고소한 것. 박 조합원도 "내게 위협을 가했다"며 맞고소했으나, 경찰은 정 이사의 고소만을 인정했다.


기륭노조 측은 "'재물손괴' 증거를 확인하자며 박 조합원을 데려간 경찰은 갑자기 돌변했다. 박 조합원의 집에 체포통지서를 발송하고 전화를 걸었다. 박 조합원은 영문도 모른 채 '폭력 현행범'이 되어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도 벌어졌다. 박 조합원이 들어가 있는 여자화장실 문을 남성 형사가 열었다. '무슨 일이 있을까봐' 그랬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약 10여 시간을 구금당한 박 조합원은 결국 밤 12시 경 극도의 긴장으로 인한 경련을 일으켜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과연 공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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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신원미상의 한 남성이 참가자들에게 폭언, 폭행을 가하고 경찰서 안으로 사라졌다. ⓒ 노동세상


박 조합원은 새벽녘에 퇴원했으나 집으로 가지 못했다. 이미 놀란 아이와 남편을 더 걱정시킬 수 없어서였다. 결국 그는 차가운 노조 천막에 몸을 눕혀야 했다.

7일 기자회견에 대해 동작경찰서 측은 별도의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전경을 내보내 기자회견 참석자들을 밀어냈을 뿐이다. 그러는 중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이 참가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 경찰서 쪽으로 들어가는 그에게 항의하러 따라간 참가자 4명은 기습 연행당했다. 이들은 후에 강서경찰서로 이송되었다.

적어도 이날 기륭 노동자들에게만큼은 경찰은 친절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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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된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기륭 조합원들. 적어도 이들에게 경찰서는 친절하지 않았다. ⓒ 노동세상

#기륭 #비정규직 #노동 #동작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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