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안희정·김민석·송영길, 생환할까

민주당 최고위원, 줄줄이 '지방행'... 패배 땐 치명적 '후폭풍'

등록 2010.04.12 17:57수정 2010.04.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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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 인천시장선거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판결을 선고 받은 한명숙 전 총리와 송영길 최고위원, 경기지사 후보로 공천이 결정된 김진표 최고위원이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성호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이 6·2 지방선거 인천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 송 최고위원은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지방 선거에 승리하지 않고는 당의 미래도, 정권교체의 희망도 만들 수 없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서민경제·민주주의·남북관계·법치주의·안보의 5대 위기 속에 있다"며 "총체적 위기에 빠뜨린 이명박 정부에 경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천 역시 안상수 시장 집권 8년간 복지·교육·재정 3대 위기에 처했다, 어항의 물을 갈아주듯 물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급 스타들 '총동원'... 인물 중심 선거전략 '시동'

이날 송 최고위원의 인천시장 출마 선언에 따라 6·2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 지도부의 구상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특징은 최고위원 등 당 지도급 인사들이 대거 전진 배치됐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인물 중심 선거전략, 당내 스타들을 총동원해 승리하겠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수도권에는 지난 11일 김진표 최고위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도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송 최고위원마저 인천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민주당은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수도권 빅3'에 모두 간판급 선수들을 등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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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 남소연

수도권 외 지방도 마찬가지다. 안희정 최고위원은 충남도지사 후보로 오래 전부터 표밭을 다져왔고, 최근엔 김민석 최고위원이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결정했다. 김 최고위원은 벌써 주소지를 부산으로 옮겨 선거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화려한 패'로 선거를 승리하겠다는 민주당 지도부 구상의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내 경선' 고개를 넘으면 '야권단일화' 고개가 나타나고, 야권단일화 고개를 넘으면 '본선' 고개를 넘어야 한다. 현재로선 어느 고개도 쉽게 넘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단독 후보로 결정된 김진표·안희정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아직 당내 경선이라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송 최고위원은 유필우 전 의원과 승부를 벌여야 하고, 한 전 총리 역시 김성순 의원, 이계안 전 의원과 예선전을 거쳐야 한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김정길 전 장관과 후보 자리를 놓고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뒤늦게 경선 참여를 선언한 송 최고위원은 유 전 의원과 팽팽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경선을 준비해 온 김교흥, 문병호 전 의원은 11일 사퇴를 선언한 뒤 유 전 의원 선대위에 합류했다. 따라서 아직 누구도 승부를 장담할 순 없는 처지다.

당 지도부의 한 사람인 송 최고위원의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지만, 2년 남짓 인천시당을 맡아 온 유 전 의원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있다. 그가 정동영 의원과 가까워 비주류의 힘이 실릴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1심 무죄 판결을 받은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 여부부터 결정지어야 한다. 이계안 전 의원과 김성순 의원은 '공정 경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전략 공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략 공천을 하게 된다면 나머지 두 후보의 강한 반발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김 최고위원은 김 전 장관에 비해 '열세'로 분류된다. 12일자 <부산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이 9.3%, 김 최고위원이 7.4%로 나타났다.

민주당 앞에 놓인 세 고개, '당내 경선-야권단일화-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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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1월 27일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충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이광재 의원과 포옹하고 있다. ⓒ 권우성


민주당 간판급 인사들이 이처럼 어려운 내부 경쟁을 뚫고 후보가 되더라도 야권단일화 고개를 또 넘어야 한다. 이 역시 만만찮다.

경기도의 경우, 5+4 야권연대를 탈퇴한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가 민주당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후보도 '당대당 경선'을 요구하고 있어 야권단일화가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 "유시민은 대구로 내려가라"(김민석 최고위원)는 등 감정 섞인 대응마저 하고 있어 실타래는 더욱 꼬인 형국이다.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가 어렵게 되면 서울·인천 선거전도 마찬가지가 된다.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가 되더라도,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의 일방적인 양보는 기대하기 힘들다. 인천시장 역시 각개약진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시장 선거는 야권단일화가 없다면 아예 승리를 기대할 수도 없는 곳이다.

당내 경선-야권단일화 고개를 넘으면 가장 높은 본선 고개가 나타난다. 지금으로선 우여곡절 끝에 두 고개를 넘더라도, 본선을 넘어가기엔 힘이 부족하다는게 냉정한 평가다. 서울·경기도·인천·충남·부산 등 최고위원급이 나선 지역 어디든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보단일화가 되더라도 현 한나라당 자치단체장을 이길 수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에 고무적인 점은 지지율 격차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6월 2일 지방선거까지 아직 50일이나 남았고, 대형 이슈에 따라 요동치는 선거판 성격으로 볼 때 반전의 기회가 몇 차례 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선거 캠페인을 흥행시키지 못한다면, 지금의 구도가 굳혀질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또 지금까지 자체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이 전혀 '흥행몰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회의론이 확산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고위원들을 대거 차출한 민주당이 '세 고개'를 무사히 넘어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이명박 정부 후반기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러나 세 고개 중 어느 한 고개에서라도 '낙오'한다면 민주당 지도부는 치명적 후폭풍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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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인천시장 출마 "재정파탄 인천 구하겠다" ⓒ 박정호

#지방선거 #민주당 #최고위원 #송영길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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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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